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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듬으며 읽고 싶은 명화 한 권 성경은 사랑이 가득 담긴 하나님의 손편지입니다. 손으로 쓴 편지가 더 귀해지는 세상에 살다보니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게 되는 성경에 더 정감이 가는 이유도 여기 있겠죠. 물론 스마트폰을 이용한 성경 읽기를 하는 분이라면 느낌이 조금 다르긴 할 겁니다. 손 편지의 매력은 ‘위기’에 빠졌을 때 힘을 준다는 것에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크리스천은 힘들고 괴로울 때 하나님의 편지를 두 손으로 붙들고 읽으면서 위로를 받는 거겠죠. 꾹꾹 눌러 쓴 글자를 읽어 내려갈 때면 말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마음까지 이심전심 받아들이게 되니까요. 그래서 눈물도 흐르고 행복한 미소도 짓게 되는가 봅니다.
새로운 해를 시작하면 어김없이 들추게 되는 하나님의 사랑이 담긴 편지 성경. 안타깝게도 “사랑하는 아들아. 잘 있었느냐.”로 시작하는 인사말만 읽다가 바쁜 세상으로 돌아가기가 부지기수입니다. 어떤 마음으로 쓴 편지인줄 알면서도 ‘날 사랑하겠거니….’ 믿는 마음으로 읽다가, ‘내 부탁은 알아서 들어주셨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덮어버립니다. 그래서 성경 이야기를 담은 명화를 보면 더 빨려들어가는 걸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의 목소리가 확 들리는 듯하니까요.
경희대학교 중앙박물관 관장 및 언론정보대학원장을 지낸 이석우 겸재정선 기념관장의 「명화로 만나는 성경」은 성경을 담은 명화를 쓰다듬게 만듭니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그림 중 <아담의 창조>는 1년에 성경을 한 번도 읽지 않는 크리스천들도 알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는 창세기 2장 7절의 말씀 말입니다. 이 그림을 자세히 보면 아담과 하나님의 손끝은 아직 닿지 않았습니다. 닿는 순간 하나님께 생령을 받아 완전한 인간으로 살아 오르는 것이죠. 땅에서는 하늘로 올라갈 수 없는 사람을 위해 하늘에서부터 손가락을 내밀며 내려오는 하나님의 모습. 인간의 탄생이자 역사의 시작이며 하나님의 전능함이 인간을 통해 이루어진 장엄한 순간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 순간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천사들의 눈빛에는 부러움이 한가득입니다. 이렇게 멋지게 탄생한 아담의 타락이 있었으니 이후 전개되는 하나님의 편지도 구구절절 이어집니다. “내가 얼마나 사랑한 아담인데, 내가 얼마나 아낀 아담인데….” 라는 탄식 소리가 들리죠. 마사초의 <아담과 하와의 추방>(브란카치 성당 왼쪽 뒷벽)이 그 안타까운 마음을 확인시켜 줍니다.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린 아담과 하와의 <유혹과 추방>에도 영향을 준 마사초는 28세라는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짧은 생애 동안 후대 미술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긴 작가로 정리 됩니다. 그가 그린 <아담과 하와의 추방> 속 아담은 부끄러워 얼굴을 가리고 있습니다. 벗은 온몸에서조차 죄를 지은 데 대한 후회와 설움이 보인다고 하네요. 마솔리노의 <타락>, 휘호 판 데르 후스의 <타락, 뱀에게 유혹받는 아담과 하와>는 죄를 흡수(!)한 결과는 부끄러움과 후회뿐이라는 걸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아담과 하와보다 더 큰 안타까움을 느낀 분이 바로 하나님이었습니다. 함께 영생하고자 생령을 불어넣으신 하나님의 안타까운 심정이 예수님을 오게 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히는 고통까지 짊어지게 하셨으니까요. 예수님에 관한 수많은 그림 중 얼굴을 돌리게 만드는 건 바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입니다. 그뤼네발트의 ‘이젠하임 제단화’ 중 일부인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에 대한 사실적인 느낌까지 들도록 참혹함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저자는 이런 특징을 세세히 설명합니다. 십자가 위에 매달리기 전까지 채찍에 박혀 있었을 가시가 예수님의 몸에 박혀 빠져나오지 않을 정도 매질을 당한 예수님. 그래서 몸 곳곳에 빼놓을 틈 없이 상처가 나 있는 것도 살피게 합니다. 큰 못에 박힌 손의 손가락들은 아픔으로 나뭇가지처럼 마비되어 있고, 두 발은 고통을 견디다 못해 뒤틀릴 대로 뒤틀려 피가 나고 있습니다. 입술은 녹색빛으로 변해 있습니다. 저자의 설명을 들으며 그림을 보면 가슴이 먹먹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드는 생각은 바로 이겁니다. ‘이렇게까지 고통을 당하시면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셔야 했는가.’이죠. 죄란 그만큼 무서운 것입니다. 하나님이 부어주신 생령에 떨어진 단 한 방울의 죄가 가지고 오는 결과는 참혹합니다. 바로 죽음이기 때문이지요. 죄 지어도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 것 같다고요? 죄로 인한 영혼의 피폐를 들여다볼 줄 알아야 겠죠.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으로 우리가 살 길이 마련됐습니다. 물론 아담도 죽고 하와도 죽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죄를 밝히 알게 할 십계명을 받은 모세도 죽었죠. 하지만 우리는 이들이 죽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미켈란젤로가 그린 <최후의 심판>처럼 죄를 해결하고 승천하신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 “주께서 호령과 천사장의 소리와 하나님의 나팔로 친히 하늘로 좇아 강림하시리니 그리스도 안에서 죽은 자들이 먼저 일어나고 그후에 우리 살아 남은 자도 저희와 함께 구름 속으로 끌어 올려 공중에서 주를 영접하게 하시리니….”(데살로니가전서 4장 16절부터 17절)라는 말씀을 알기 때문이죠. 명화를 그린 화가가 활동한 역사적인 이해와 더불어 저자의 성화 묵상. 하나님이 우리에게 보낸 편지가 닳고 닳게 만들겁니다.
[명화로 만나는 성경, 이석우 지음, 아트북스]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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