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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일칼럼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3-09-18 (월) 15:46 조회 : 26
코르 젠틸레 (Cor gentile)

중세 수도사들이 하루를 시작하며 드리는 첫 기도였던 “코르 젠틸레(Cor gentile)”는 ‘심장(Cor)이 부드럽다(gentile)’라는 의미를 지닌 문장입니다. 어떤 분은 ‘영혼을 튜닝하는 기도’라고 표현했는데 와닿았습니다. 

세상 권력의 포악함과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악함, 더 나아가 종교 권력의 부패라는 뼈아픈 현실과 마주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했던 그들은, 어제 하루 동안 분노와 미움, 욕심과 교만, 시기와 질투 같은 죄로 오염된 세속적인 감정에 뒤틀려 버린 자신의 심령을 하나님 앞에서 재조정하고, 오늘 하루를 살면서 다시 그러한 감정의 파도에 휘둘리고 뒤틀려 완고하고 피폐한 심령이 되지 않기를 소원하는 마음으로 이런 기도를 드렸다고 생각합니다. “주여, 온유한 마음을 주소서.” 

우리는 분노하기 쉽고, 두려움과 조급함을 조장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세대와 빈부와 성별과 진영, 나라와 나라 사이의 갈등은 점점 더 첨예해지는 것 같습니다. 2021년에 발표된 전경련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사회 갈등 지수는 당시 OECD 소속 30여 개 나라 가운데 최상위권이지만, 갈등 관리 능력은 27위입니다. 갈등은 날로 첨예해지고 있으나 해결할 능력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참담한 분석입니다. 같은 해 영국 킹스컬리지가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에 의뢰해 발간한 보고서 역시 같은 결과를 보고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성별과 나이, 빈부로 인한 갈등은 평균치의 두 배를 넘었고, 진영 간의 갈등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결과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공화국’, ‘분노사회’라는 표현이 그리 낯설게 들리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의마음이 돌처럼 굳어 있는 것 같습니다. 예민하고 날카롭습니다.

선하고 인자하신 하나님의 임재와 복음의 은혜로 충만해야 할 교회는 어떠합니까? 부드러운 심장을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되십니까? 세상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갈등과 분노, 완고한 마음으로부터 교회 역시 자유롭지 못해 보입니다. 잘못된 종교적인 확신은 세상보다 더한 분노와 갈등을 만들기도 합니다. 교회의 마음은 부드럽고 겸손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중세 수도사들이 하루를 시작하며 드리는 첫 기도였던 “코르 젠틸레(Cor gentile)”라는 기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사람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더하더라(민수기 12장 3절, 개역개정).”

‘온유함’이라고 번역된 헬라어 아나브에는 ‘온화하다’라는 의미와 ‘겸손하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영어 성경들은 ‘Humble(겸손한)’이라는 단어로 번역했습니다(ESV는 Meek(온순한)로 번역했습니다). 공동번역, 새번역, 현대인의 성경, 우리말 성경 역시 “겸손한”이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저는 온유함의 뿌리가 겸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드러운 마음은 겸손이라는 밭에서 자라 온유함이라는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그러니 수도사들의 기도는 이러한 기도이기도 합니다. “주여. 겸손한 마음을 주소서”

참된 신앙생활은 언제나 온유한 사랑과 겸손, 자유라는 열매를 맺는다는 사실을 강조했던 4세기 사막 교부였던 안토니우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온유는 진리로 자신을 죽여 본 자만이 획득할 수 있는 품성이다. 온유는 자신이 악인을 비판할 자격을 하늘로부터 허락받은 적이 없다는 자만이 소유할 수 있는 보석이다. 온유는 용서받은 은총을 언제나 자신의 심장 안에 품고 사는 자만이 행사할 수 있는 매우 탁월한 힘이다. 따라서온유는 어른이 된 자에게서만 발견되는 희귀한 태도이다.”

“그러나 온유한 자들은 땅을 차지하며 풍성한 화평으로 즐거워하리로다(시편 37편 11절, 개역개정).”

하나님은 온유한 자들이 땅을 차지하며 풍성한 화평으로 즐거워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하십니다. 그러니 부드러운 마음을 잃어버린 이 시대와 교회의 상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합니다. 수도자들은 참으로 지혜로운 하루의 첫 기도를 드린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하나님께서 이러한 약속을 주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또 새 영을 너희 속에 두고 새 마음을 너희에게 주되 너희 육신에서 굳은 마음을 제거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줄 것이며 또 내 영을 너희 속에 두어 너희로 내 율례를 행하게 하리니 너희가 내 규례를 지켜 행할지라(에스겔 36장 26-27절, 개역개정).”

내일 아침부터 이렇게 기도해 봅시다. “코르 젠틸레(Cor gentile)”

“주님, 내 마음을 부드럽게 만드소서. 나를 겸손하게 하소서.”

우리 모두에게 샬롬이 있기를 바랍니다.



김건우 목사 (좋은씨앗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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