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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호모 디몰리션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3-09-06 (수) 14:04 조회 : 35


인간은 동물과 달리 생각한다고 하여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 ‘파괴’한다는 의미로 ‘호모 디몰리션’이라는 또 다른 별칭을 주며 우리를 되돌아보고 싶습니다.

인간은 소, 돼지, 닭을 죽여서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먹습니다. 양을 죽여 양털 코트를 만들어 입으며 따뜻하다고 만족해합니다. 또한 하나뿐인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 우림지역을 오염시켜 건강한 지구가 숨을 쉴 수 없는 죽음의 길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가히 인간은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살인마와 같은 모습을 벗어버릴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은 다른 생명을 위협하고 죽음을 가져오는 무서운 존재이지만, 인간 자신도 서로에게 무서운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북쌔즈 독서클럽에서는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고 있는데, 지난달 선정한 도서는 『벌거벗은 세계사』였습니다. 세계의 잔혹한 전쟁사를 읽으며 인간은 ‘호모 디몰리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밀려왔습니다.



사라예보(보스니아의 수도)의 총성으로 시작된 세계 1차대전, 오스트리아 제국과 세르비아 두 나라의 갈등은 세계 31개국 6천 5백만 명의  병사 참여, 사상자 3천 7백만 명, 사망자 2천만 명이라는 실로 엄청난 기록을 남긴 전쟁이었습니다.

신무기인 기관총으로 연합군을 향해 사격하는 독일군에 대항하여 연합군은 참호전으로 맞섭니다. 당시 서부 전선의 참호는 북해에서 스위스 국경까지 무려 760km나 되었습니다. 모든 전쟁이 비참하지만, 참호전은 더욱 비참합니다. 배수구가 없는 참호 속은 겨드랑이까지 물이 차기도 합니다. 비가 오면 빗물과 오물이 섞여 올라오고, 시신을 노리는 쥐 떼의 행렬은 더욱 끔찍합니다. 군화를 벗지도 못하고 발을 씻지도 못하는 병사들의 발은 썩어갔습니다. 베르뎅 전투에서 독일군과 맞서 싸웠던 프랑스군 알프래드 쥬베르 소위는 그가 남긴 일기에서 “인류가 미쳤다. 너무나 끔찍한 학살이다. 이처럼 끔찍한 공포와 대학살의 아수라장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지옥인들 이보다 더 끔찍하랴. 인간은 미쳤다”라고 분개했습니다. 쥬베르 소위는 이 일기를 마지막으로 독일군의 포탄에 맞아 사망합니다. 전장은 찢긴 육체에 목숨만 붙어 있는 병사, 상체만 남아 기어가는 병사 등 지옥의 형국이라고 기록합니다.



1차대전 중 프랑스 솜강에서 벌어진 독일과 프랑스의 전쟁은 1초에 8명의 사상자가 나온 최대 살육전이라고 합니다. 1차대전 중 겨자  가스에 시력을 잃은 군인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걸어가는 모습은 실로 인간의 잔인함과 미련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일일 것입니다.

전쟁은 국가뿐만 아니라 한 가정을 몰락시킵니다. 러일전쟁에서 일본은 러시아에 맞서 도저히 승리할 수 없는 전쟁에서 승리하게 됩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습니다. 특별히 뤼순항 공격에서 203고지 전투는 일본에게 큰 승리를 안겨주었습니다. 하지만 노기 장군은 203고지 전투에서 두 아들을 잃었습니다. 그 후 일본으로 귀국하였으나 한 전투에서 6만 명의 젊은 병사를 죽게 하였다는 질타를 받은 후 심리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끝내 부인과 함께 두 아들을 따라 자결하고 맙니다. 노기 장군은 전쟁에서는 승리했을지 모르나 가정에서는 결국 패망하고 말았습니다. 

전쟁은 한 가족, 온 나라를 몰락시킵니다. 다분히 ‘호모 디몰리션’이란 성품을 가진 인간들은 역사를 다시 읽으며 자성하는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엄정희 교수 ( 서울사이버대학교 교수, 북쌔즈 가족상담소 소장, 유튜브 방송<Dr.Duck 결혼예비학교> 진행, 도서출판 북쌔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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