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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일칼럼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3-07-07 (금) 11:54 조회 : 92
맛있냐




제가 어릴 때, 아버지는 청계천에서 노점을 하셨습니다. 당시 청계천변에는 노점들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그 노점 중 하나에서 전기기구들을 파셨습니다. 저는 종종 아버지의 노점으로 놀러 갔습니다. 집에서 약 40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 거리였지만, 제가 거기에 자주 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버지에게 가면, 아버지는 꼭 나를 이웃 점포의 다른 아저씨들에게 소개하셨습니다. “우리 아들이요.” 그때마다 저는 으쓱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점포를 다른 사람에게 잠시 맡기고 저를 데리고 가서 먹을 것을 사주셨습니다. 가장 자주 사주신 것은 바로 만두였습니다. 

만두집에 저를 데리고 가신 아버지는 고기만두를 한 접시 시켜주시고, 제가 맛있게 먹는 것을 옆에 앉아 구경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언제나 “맛있냐”라고 물어보셨습니다. 궁금해하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는 아버지의 눈길과 그의 음성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맛있냐”라는 말씀은 사실 질문이 아니라 “사랑한다”라는 의미를 담은 아버지의 고백이었습니다. 지금 어디서 어떤 종류의 만두를 먹어도, 저는 그 만두 속에서 40여 년 전 청계천의 시끌시끌한 소리와 “맛있냐”고 물어보시는 아버지의 음성을 듣습니다. 

세월이 흘러, 40대 초반에 변호사 일을 중단하고 신학교에 처음 들어가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그 첫 학기가 시작된 첫날이었습니다. 읽어야 할 책의 분량과 과제가 산더미 같았습니다. 하지만 만두를 맛있게 먹고 있는 저를 바라보며 “맛있냐”고 묻던 아버지처럼, 하나님은 그 표정과 그 음성으로 그렇게 물어보고 계셨습니다. 하나님도 저를 “사랑한다”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그날 밤, 집에서 책상에 앉아 그날 배운 것을 복습하는 순간 저는 말할 수 없는 희열에 휩싸였습니다. 젊을 때부터 정말 하고 싶어 했던 공부였는데, 바로 오늘 이렇게 배우고 있는 내용까지도 너무나 감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성경 말씀의 한 구절 한 구절이 이렇게 맛있고, 재미있고, 이렇게 중요한 것인 줄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 하면서 혼자 책상 앞에서 무릎을 탁 치기까지 했습니다. 

그날, 하나님이 제게 “맛있냐”고 물어보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환상이나 세미한 음성처럼 기적적인 것이라고 할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께서는 분명히 제게 그렇게 물어보고 계셨습니다. 만두를 맛있게 먹고 있는 저를 바라보며 “맛있냐” 고 묻던 아버지처럼, 하나님은 그 음성으로 그렇게 물어보고 계셨습니다. 하나님도 저를 “사랑한다”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그날 이후 성경은 제게 만두가 되었습니다. 성경을 읽을 때마다 “맛있냐”라고 물으시는 하나님의 사랑 고백을 듣습니다.



최형구 목사 (보리떡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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