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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괄목상대(刮目相對)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3-06-29 (목) 17:05 조회 : 92
괄목상대(刮目相對)

‘동무’라는 말을 생각하면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동창들이 떠오릅니다. 유치원 시절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면 삼촌과 고모들이 직장과 학교로 가고 난 후 고요해진 집에서 나와 한산한 골목에 쪼그리고 앉아 햇볕을 쬘 때 보았던 도회지의 어렴풋한 이미지입니다.

희미한 기억에 비해 흉과 허물없이 지냈던 고등학교 친구들의 모습은 더 선명합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소식이 끊기면서 각자의 삶을 살게 된 지금은 서로에게 조심스러운 면도 없지 않습니다.

어느 날, 고등학교 동창들에게 문집을 만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가끔 만나는 친구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연락이 끊겨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고, 이름과 얼굴조차도 가물가물한 상태입니다. 그런 동창들이 각자의 삶을 살다가 느지막한 나이에 글로 만난다는 건 여러 면에서 기대되는 일입니다. 분명 가까운 사이였지만, 그렇다고 마냥 편하게 긴장을 풀 수도 없습니다. 본의 아니게 좋은 관계에 작은 오해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삶을 살다가 다시 만날 때는 친한 친구 사이라도 서로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친한사이라 하더라도 사나흘을 넘기고 만나게 되면 서로 대하는 마음 자세에 긴장을 더하라는 ‘사별삼일즉갱괄목상대(士別三日則更刮目相對: 선비란 사흘만 떨어져도 눈을 비비며 다시 대해야 합니다)’라는 고사도 있습니다. 그래서 궁리하며 묘책을 찾았습니다. 어쭙잖은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긴 인생길을 지나온 노련한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창조주 하나님의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목사 안수를 받을 때 주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람인 그대는 이런 것들을 피하고 의와 경건과 믿음과 사랑과 인내와 온유함을 추구하시오.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우고 영원한 생명을 굳게 잡으시오. 이것을 위해 그대가 부르심을 받았고 많은 증인 앞에서 그대의 신앙을 고백하였습니다(디모데전서 6장 11-12절).”

그리스도인 특히 하나님의 일을 전심으로 담당할 목사는 피할 것이 있고 따를 것이 있습니다. 피할 것은 ‘자기중심적 사고’이고, 따를 것은 ‘하나님의 의’라는 당부입니다. ‘의’라는 글자가 나름 재미있습니다. ‘의(義)’는 ‘양(羊)’과 ‘자기(我)’ 로 만들어졌습니다. 자기를 드러내기보다 양(羊)으로 제사하는 행위를 앞세웁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높이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 예배드리는 자세입니다. 이 일은 이번처럼 오랜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도 적용됩니다. 바로 앞 10절에서 피할 것을 언급합니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온갖 악의 뿌리가 됩니다. 이것을 가지려고 열망하는 사람들이 믿음에서 떠나 방황하다가 많은 고통을 당하고 마음의 상처를 입습니다(디모데전서 6장 10절).”

물론 더 앞 3절과 4절에서 창조주의 말씀을 따르라는 구체적인 지적과 그러지 아니할 때 일어나는 일들이 나옵니다.



“다른 교훈을 가르치거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건전한 말씀과 경건에 관한 교훈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교만하여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변론과 논쟁을 좋아합니다. 그런데서 시기와 다툼과 모독하는 말과 좋지 못한 의심이 생깁니다(디모데전서 6장 3-4절).”

하나님 중심으로 살지 않으면 교만하여 무지한 자가 되고, 교만과 무지 때문에 말싸움 꾼이 될 뿐 아니라 분쟁과 비방과 악한 생각을 품게 된다고 구체적으로 말씀합니다. 정말 이런 일이 친한 친구 사이에서 많이 일어납니다. 하나님 말씀을 언제나 곁에 두고 되새기고 명심하고 있어야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 중심으로 사는 삶에 대해 직접적이고 본격적으로 말씀한 구약 책이 있습니다.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굽 땅에서 인도하고,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전 모세가 백성들에게 다시 당부하는 유언과 같은 ‘신명기’라는 책입니다. 그 핵심은 결국 하나님 중심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오래 친한 사이에도 그 귀한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 결국 나를 내세우기 보다는 하나님을 자랑하라는 당부를 재차 확인합니다. 

삶의 여정에서도 절실하게 필요한 진리는 ‘하나님 중심의 삶’입니다. 그래서 기쁠 때나 어려운 일을 겪을 때 그리고 아무 일도 없는 평상시에도 명심해야 할 것은 ‘내 중심’이 아닌 ‘하나님 중심의 사고’입니다. 지나온 길도 앞으로의 길도 하나님이 주인이시며, 하나님을 주인으로 인정하라는 것을 모세는 당부하고 또 당부합니다. 그래서 책의 이름이 신명기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되풀이하여 기록하고 있는 책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신명기가 창세기에서 민수기에 이르는 모든 율법을 반복하고 있는 책이라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모세의 그러한 반복적인 당부는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해당합니다. ‘하나님 중심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 말입니다.

고등학교 동창 문집에 보내는 글을 “자기를 비우고 ‘하나님 중심’으로 살아야 한다”라는 말로 시작했습니다.

함철훈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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