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CH 정기구독
정기후원
   

[책] 불편한 편의점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2-12-08 (목) 11:32 조회 : 284
어디에 있다가 이제야 왔나요, 그대

김호연 작가의 글은 재미있습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1편과 2편이 연달아서 베스트셀러 목록의 최상단을 점거했다는 것은 ‘재미있다’라는 말을 제외하면 설명할 것이 없습니다. 『불편한 편의점 1, 2』, 『망원동 브라더스』에서 보여준 김호연 소설의 매력은 어떤 특별한 사건보다는 등장인물들에 있습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정말로 등장인물들이 살아 움직입니다. 지금 청파동에 가면 편의점 Always에서 독고 씨가 포스를 보고 있고, 망원동 골목길에서 고개를 들어보면 옥상 어딘가에서는 김 부장과 싸부가 술 한잔을 기울이고 있을 것 같습니다.

매력 넘치는 ‘김호연 월드’의 캐릭터들은 ‘약자’ 보다는 ‘루저’라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약자’라고 할 때 떠오르는 사람은 뭔가 안타깝고 어려운 환경의 사람일 텐데, 김호연 월드 속의 인물들은 사실 멀쩡합니다. 그런데 실패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왜 사지 멀쩡한데 그러고 살고 있냐.”

바로 그런 사람들이 김호연 작가의 작품 세계의 주인공들입니다. 사지 멀쩡한데 왜 그러고 살고 있느냐면, 우리 사회는 결국 누군가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력할 만큼 해봤고, 열심히 살려고도 해봤지만, 성적은 상대적으로 평가합니다. “열심히 한 건 알지만, A와 B 학점은 다 찼으니 너는 C 학점이야”라고 하는 느낌입니다. 경쟁에서 밀리고 도태되어 사회적으로 가치를 생산하지 못하는 사람을 우리는 ‘루저’라고 합니다. 김호연 소설의 배경이 되는 망원동 옥탑방과 불편한 편의점은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그 공간 속에서 그들은 자신의 가치를 회복합니다. 

『불편한 편의점』에서 눈에 들어온 사람은 편의점 사장님 ‘염 여사’입니다. 염 여사는 어느 날 부산행 KTX에서 지갑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 당황스러워할 때 한 노숙인에게서 지갑을 보관하고 있다는 연락이 옵니다. 서울역으로 돌아가서 지갑을 받아들고는 고마운 마음에 서울역 옆 청파동에 있는 자기 편의점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편의점 안에 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으라고 했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것 폐기 찍고 먹지 말고, 제대로 된 것을 먹으라고 이야기합니다. 

알바생은 묻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호의를 베푸느냐고 말입니다. 무슨 말을 할지 자기도 헷갈리며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지갑을 찾아 준 선행에 사례하고 싶었지만, 거부하는 사내를 위해 어떤 형태로든 보상하고 싶은 마음과 노숙자임에도 올바르게 행동한 것을 지지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염 여사는 먼저 선한 사마리아인의 모습을 보여준 노숙자 사내에게 자신 역시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모태 신앙으로 살아온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염 여사와 같은 크리스천을 대중문화에서 본 것이 얼마 만인가 싶습니다. 어디에 있다가 이제 왔느냐고 묻고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이 소설은 그가 베푼 작은 호의로 인해 모든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어쩌면 우리 삶의 이야기도 지금 내가 베푸는 작은 호의로 인해 무언가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정도 목사 (하나둘교회)

   

foot_이미지
개인정보취급방침 이용약관 이메일무단수집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