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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인생미술관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2-10-04 (화) 15:00 조회 : 289
그림 안에 있는 보통의 삶

파리를 관광하며 박물관에 있는 많은 작품과 인파에 둘러싸여 허둥대다가 유명한 그림을 골라 눈도장 찍고 나오기 바빴던 기억이 있습니다. 수년에 걸쳐 완성한 그림일 텐데 단 몇 초 동안 본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때는 아쉬움뿐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인생을 다 바쳐서 완성한 걸작을 그리 쉽게 지나쳤다는 것이 후회가 됩니다. 그림에는 화가의 감정, 생각 그리고 삶이 녹아 있습니다. 화가는 그림을 통해 세상과 자기자신에 관해 수없이 질문을 던지며 작품을 만듭니다. 그림이 화가의 얼굴을 품기도 하고 표정을 드러내기도 하며 심리상태를 표현합니다. 

『인생미술관』은 서양미술사를 관통하는 화가 스물두 명의 인생을 그들이 남긴 작품을 통해 삶을 헤아려보는 여정을 담은 책입니다. 그들 역시 실패하고, 욕망하고, 두려움에 뒷걸음질 치고 타협하는 보통의 삶이었다는 것을 그림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미술사에 길이 남을 명작을 그린 화가 역시 우리처럼 불완전하고 모순투성이의 인간입니다.인생은 누구에게도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거장’이라 칭송받는 예술가나 ‘신에 가까운 예술가’로 평가받던 다빈치 역시 그랬습니다. 가문의 인정을 받지 못해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후원자를 찾아 헤매기도 했습니다. 쏟아지는 혹평을 두려워했고 어떤 예술가는 현실의 부조리를 비판하다 자신의 작품을 모두 회수하고 숨어버리기도 했습니다. 화가를 위인이 아닌 우리와 같은 고뇌를 하며 때론 두려워하고 타협하며 사는 한 인간으로 바라볼 때 우리와 접점이 생기며 대화가 시작됩니다. 명화라고 불리는 그림에도 삶의 한 시절을 보낸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소개하는 22인의 화가 인생 이야기는모두 ‘부고(訃告)’ 기사에서 출발합니다. 화가의 얼굴과 사망일, 묘지 사진을 보여주며 화가의 소개를 시작합니다. 부고는 누군가의 죽음을 알리는 글입니다. 부고는 짧은 시간 안에 인물에 대한 정보를 각인하듯 선명하게 정리해줍니다. 또한, 사후에 다시 쓴 부고 기사는 화가에 대한 평가와 후대 예술가들에게 미친 영향 등 화가의 발자취를 더 정확하게 기술하면서 화가에게로 빠져들게 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어쩌면 우리의 인생은 시작보다 마지막이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부고로 시작한 만큼 대표작들을 소개하기보다는 일생의 굴곡이 있었을 때 그려졌던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이 이 책의 특징입니다. 우리가 잘 몰랐던 화가의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예를 들어 모나리자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자화상을 합성하자 두 인물의 눈, 이마와 머리카락 경계선, 코 등의 윤곽이 완벽하게 일치해 모나리자가 다빈치의 자화상이라고 이야기한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그 밖에도 성공 가도를 달리다가 어두운 말년을 보낸 화가, 권력을 위한 그림을 그리다가 평가가 좋지 않게 된 화가, 재능을 마음껏 꽃피웠지만 사랑 때문에 죽었다는 말을 듣는 화가 등의 이야기도 담겨 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화가의 삶을 들여다보며 인생에서 뿜어져 나오는 다양한 빛깔을 느끼게 됩니다. 과연 우리의 인생은 어떤 형태로 캔버스에 옮길 수 있을까요? 

우리가 꾸었던 꿈들, 작은 성공, 실패, 고민이 어떤 명암을 내게 될까요? 

우리 삶의 희로애락이 아름다운 작품의 재료로 사용되기를 기대합니다.



권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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