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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일칼럼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0-12-22 (화) 11:55 조회 : 42
우리는 다 양같아서

얼마 전 비행기 옆 좌석에 아기와 함께 앉게 된 분과 인사를 나누다가 그분이 미국 스텐포드대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열 시간이 넘는 동석으로 꽤 친해졌습니다. 그때 저는 성경의 이사야서를 읽고 있었습니다. 53장부터 오실 메시아에 대한 묘사입니다. 

“우리가 전한 것을 누가 믿었으며 여호와의 능력이 누구에게 나타났는가? 그는 연한 순처럼, 마른 땅에서 나온 줄기처럼 주 앞에서 자랐으니 그에게는 풍채나 위엄이 없고 우리의 시선을 끌 만한 매력이나 아름다움도 없다. 그는 사람들에게 멸시와 천대를 받고 슬픔과 고통을 당하는 사람이 되었으니 사람들이 그를 외면하고 우리도 그를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는 우리의 질병을 지고 우리를 대신하여 슬픔을 당하였으나 우리는 그가 하나님의 형벌을 받아 고난을 당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가 우리의 죄 때문에 찔림을 당하고 상처를 입었으니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게 되었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고침을 받았다. 우리는 다 길 잃은 양처럼 제각기 잘못된 길로 갔으나 여호와께서는 우리 모든 사람의 죄를 그에게 담당시키셨다. 그가 곤욕을 당하면서도 침묵을 지켰으니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과 털 깎는 사람 앞에서 잠잠한 양처럼 그의 입을 열지 않았다. 그가 체포되어 심문을 당하고 끌려갔으나 그 세대 사람들 중에 그가 죽음을 당하게 된 것이 자기들의 죄 때문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그는 범죄하거나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으나 악인들처럼 죽임을 당하여 부자의 묘실에 묻혔다(이사야 53장 1-9절).”


지금 우리는 이 예언의 앞과 뒷얘기가 밝히 드러난 시대에 살고 있지만, 당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마침 곁에 앉은 수학자에게 이러한 일이 선포되고 수백 년 후에 구체적으로 성취될 확률을 물었습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분이었기에 수학적 풀이를 위해 이사야서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의 대답은 단순하고 명료했습니다. 확률을 표시하는 수의 끝은 영, 즉 제로인데… 실제 그 일이 수백 년 후에 이뤄졌으니 수로 표시하기보다는 기적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답니다. 그 결과를 알고 굳이 수로 이뤄진 기적을 표현하자면 마이너스 확률? 그 수학 교수의 대답을 들은 후 믿음 적은 저에게 이 숫자가 마음 판에 돌처럼 새겨졌습니다. 

그런데도 세상의 기준이 흔들릴 때면 ‘마이너스 확률’을 잊고 이리저리 내 생각대로 기웃거리는 나를 여러 번 보았습니다. 메시아에 대한 예언뿐 아니라 세상에 흔들리는 저와 같은 이들을 향해 이사야는 같은 장에서 지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 길 잃은 양처럼 제각기 잘못된 길로 갔으나” 그런데 곧 다음 구절에 그 해결 방안이 나옵니다. “여호와께서는 우리 모든 사람의 죄를 그에게 담당시키셨다.” 

내 생각이 그치고 숨이 막히는 구절입니다. 더 할 말이 없습니다. 
디지털시대에 사진 실습을 굳이 불편한 필름 카메라로 시작합니다. 이유는 제자들에게 기준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디지털카메라는 여러 가지 면에서 편하지만, 알아야 할 기능이 많기에 기준을 잡기가 어렵고 복잡해집니다. 디카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필름입니다. 그래서 전자필름에 대한 부분을 빼면 사진기의 작동은 간단해집니다. 그게 바로 필름카메라이고, 거기에 자동기능도 빼내면 그만큼 쉽고 간단해집니다. 그렇게 수동 필름 사진기에 대한 아날로그적인 기준이 세워지면 그 기초 위에 조금씩 디카의 필수기능을 추가해갑니다. 그러면 논리적 이해가 쌓이게 됩니다. 배우는 분들에게 사진기의 기준을 만들어 줍니다.

기준이 세워지면 어려운 경우를 만날 때 알고 있는 기초로 돌아가 스스로 방향을 잡아 길을 잃지 않고 다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실수의 ‘확률 제로’인 기준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온통 코로나19로 꽉 찬 2020년 한 해를 지내고 보니 매일 발생하는 신규 확진자의 숫자에 민감합니다. 2021년을 맞으면서도 걱정이 앞서 내 보기에 좋은 길로 가려고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내 기준이 아니라 제로 확률을 넘어서는 마이너스 확률, 주님의 말씀으로 새해 새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함철훈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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