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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흐마니노프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0-04-27 (월) 09:31 조회 : 97
무엇이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가

최후의 낭만주의자이자 피아노 협주곡의 거인. 
러시아계 미국인 작곡가, 당대 최고의 음악가였던 ‘라흐마니노프’는 13도의 음정까지 연주해 낼 수 있을 만큼 큰 손을 가진 위대한 피아니스트였습니다. 그의 음악은 19세기 러시아 음악의 서구적인 모스크바 악파의 정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풍부한 선율과 애수를 담은 서정성은 듣는 이들을 낭만 속으로 이끌었습니다. 특히 피아니스트로서의 라흐마니노프는 정력적인 연주와 초인적인 기교로 베토벤, 슈만, 쇼팽, 차이콥스키의 작품을 자신만의 아름다운 해석으로 연주했으며, 특히 자기 작품을 연주할 때에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뛰어난 피아노 실력과 작곡 능력으로 러시아 음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젊은 음악가 시절, 라흐마니노프는 호기롭게 자신의 교향곡 1번을 발표합니다. 하지만 연주회는 커다란 실패로 끝났고, 그 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은둔생활을 하게 됩니다. 한편 프랑스 유학 도중 귀국한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 박사는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되는데, 거기엔 동생의 치료를 부탁한다는 간절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치료의 대상은 바로 라흐마니노프. 달 박사는 라흐마니노프에게 다가가고, 그의 심리 속으로 들어가 천재 음악가를 괴롭힌 트라우마를 향해 한 발 한 발 진입하게 됩니다.얼어버린 두 손의 천재 음악가 라흐마니노프의 삶에 상상력을 덧붙여 만든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라흐마니노프가 교향곡 1번을 발표한 후 쏟아지는 혹평에 더 이상 곡을 쓰지 못했던 3년의 세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신경쇠약과 우울증에 시달리던 라흐마니노프를 만난 니콜라이 달 박사는 특별한 기술이나 장비를 필요로 하는 치료가 아닌, 대화와 공감을 통해 그의 다친 마음을 어루만집니다. 객석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달 박사의 진정성 있는 위로로 따뜻함을 느끼고, 우리가 처해 있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힘을 얻게 됩니다.


이 작품이 지난 2016년 초연부터 사랑받았던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라흐마니노프의 주옥같은 명곡들을 뮤지컬 넘버로 만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라흐마니노프의 아름다운 음악에 실린 달 박사의 진심 어린 위로는 요즘과 같은 힘든 시기에 더욱더 따뜻하게 와닿습니다. 특히 피아니스트와 현악 앙상블을 과감히 무대 위로 올려 마치 클래식 공연을 관람하는 듯한 느낌을 주어 작품의 결을 잘 살려냅니다. 덕분에 이 작품은 정적인 2인극임에도 제3의 배우, 피아니스트의 화려한 연주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현악 4중주가 함께하여 라흐마니노프의 아름다운 선율을 무대 위에 풍성히 풀어냅니다. 특히 현악 앙상블은 음악춘추콩쿠르, 해외파견콩쿠르, 미국 카네기홀 초청 공연 등 국내외 유수 공연에서 실력을 다져온 실력파 연주자들로 구성되어 피아노 연주와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보인다는 평입니다.

박규원, 이해준, 정욱진, 유성재, 정민, 임병근 6명의 배우는 깊이 있는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으로 슬럼프에 빠진 예민한 예술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와 그를 걱정하며 치유하고자 하는 ‘니콜라이 달’ 박사를 완벽히 그려냅니다. 특히 배우들이 직접 피아노와 비올라를 연주하는 장면에서는 뮤지컬 무대만이 가진 또 다른 묘미를 더합니다.

두 사람의 만남으로 라흐마니노프의 심장은 서서히 다시 뛰고, 그렇게 얼어버린 천재 음악가의 두 손은 건반 위에서 다시 춤추기 시작합니다. 멈춰진 3년의 세월도 정연한 선율의 흐름 속에서 다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우울과 절망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예술의 꽃. 이것이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서늘한 때, 가슴 아픈 우리의 예술가들과 관객들 사이에서 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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