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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일칼럼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9-11-19 (화) 10:59 조회 : 55
보이지 않아야 보이는 것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여름이면 전기가 자주 나
갔습니다. 번개가 치면 전기가 나가 온 동네가 어둠 속에 갇히곤 했습니다. 지금은 문명의 불빛으로 어둠 속에 있기 힘든 시대입니다. 몇 년 전 칠흑 같은 어둠을 경험해 보았습니다. 서울 북촌에 있는 ‘어둠 속의 대화’라는 곳에서 말입니다.이곳에서는 두 시간 정도 어둠 속에 있어야 합니다. 시계도 휴대전화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외부와 소통하는 장치는 모두 놓고 들어갑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야광 옷과 신발도 금지입니다. 이곳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실을 돌아다니며 숲, 여객선, 시장, 시골농가, 카페 등의 테마공간을 체험해 봅니다. 시각은 우리 감각의 70~80%를 담당하는데 이곳에서는 소용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어둠 속을 걸어 다닐까요?

이곳에서는 ‘로드 마스터’라고 부르는 시각장애인들이 안내인이 되어줍니다. 시각장애인이 우리보다 어둠 속에서 훨씬 더 잘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안내를 받으면서 두 시간 동안 정해진 코스를 돌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곳에 있으면 내가 늘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이 나를 돕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처음 이곳에 들어갔을 때는 막연히 불안했습니다.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을 통해서 들어온 정
보는 ‘이게 대체 뭐지?’ 하며 상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암흑 속에서 상상은 진짜인 듯했습니다. 같은 바람을 쐬더라도 누구는 바닷바람, 누구는 산 정상에서 맞는 바람이었습니다. 어둠 속의 대화에 어느 정도 있다 보니 어둠은 불편함이 되지 않았습니다. 무뎠던 감각들이 살아나 예민해졌고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그 시간은 낯설었지만 신선했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로드 마스터의 안내에 따라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도 즐거웠습니다. 

어렸을 때, 킴 윅스(Kim Wicks)라는 시각장애인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전쟁고아로 미국에 입양되어 가스펠 가수가 되었습니다. 한국에 공연하러 와서 저희 집에 몇 번 묵었습니다. 어린 저는 앞이 보이지 않는 데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그가 무척 신기했습니다. 나이 어린 제가 보기에 시각장애인에다 고아이니 그는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명랑했고 즐겁고 쾌활한 목소리로 상대방을 늘 편안하게 해주었습니다. 그가 부르는 노래는 위로와 감동을 주었고 친절하고 아름다운 말을 쓰며 멋지게 노래하는 그를 보면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습니다. 그는 내가 도움을 주어야 할 사람, 불편함으로 불행할 것이라는 오해를 떨쳐낸 것입니다. 어둠 속의 대화에 있으면 인간의 사고가 보이는 것에 제한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울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면서 서로의 다른 점과 어려움을 이해하게 되고 그들과 우리가 동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어둠 속에서 보낸 시간을 통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보이지 않는 세계의 이면을 알게 되었습니다.



김요한 목사 (함께하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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