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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일칼럼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9-10-28 (월) 10:58 조회 : 57
멋진 신세계

가까이 지내는 친구로부터 ‘서글픈 인생! 가슴이 뛸 
때 즐기자’라는 평범한 글을 단체 카톡방을 통해 받았습니다. 친구들이 공감하는 리플을 거기에 달았습니다. 글을 올린 친구는 의사이며 지금은 요양병원을 경영하고 있기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 공감이 더 컸습니다. 내용은 대충 아래와 같습니다.

우리는 나이가 들고 서서히 정신이 빠져나가면 어
린애처럼 속이 없어지고 결국 원하건 원치 않건, 자식이 있건 없건, 잘났건 못났건 대부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게 됩니다.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어떤 의사가 쓴 글을 친구는 다시 인용합니다. 늙고 병들고 정신이 혼미해져서 가장 가까운 가족들과의 대화가 단절되기 시작해 한번 그곳으로 가게 되면 대개 살아서 자기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니 그곳은 자기가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곳도, 가기 싫다고 해서 안 갈 수 있는 곳도 아닙니다. 산 사람들은 살아야 하니까 현실적으로 이런 경우에 갈 곳은 그곳 외엔 특별한 대책이 아직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친구는 이어 요양병원의 풍자를 보여줍니다.
요양병원에 면회 와서 서 있는 가족 위치를 보면 촌수가 나오는데, 침대 옆에 바싹 붙어 눈물을 흘리면서 이것저것 준비해온 음식을 먹여드리려 애쓰며 물건들을 챙기는 여자는 딸, 그 옆에 뻘쭘하게 서 있는 남자는 사위, 문간쯤에 서서 먼 산 보고 있는 사내는 아들, 복도에서 휴대폰 만지작거리고 있는 몇몇 사람들….‘서글픈 인생! 가슴이 뛸 때 즐기자’로 친구의 글은 마칩니다. 여기서 제 머리에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조지 오웰의 ‘1984’ 몇 장면이 연상되었습니다.

나 역시 부족하지만, 이 허망함을 넘어서기 위
하여 그래도 감히 성경 기자들이 우리에게 열어 준 멋진 신세계의 처음을 열어보았습니다. 창조주 하나님은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시고(창세기 1장 1절), …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티끌로 사람을 만들어 그 코에 생기를 불어넣으시자 산 존재가 되었다(창세기 2장 7절). 저에게 이 말씀은 언제나 너무나 커서 어떠한 생각이나 언어를 덧붙일 수 없는 놀라움 그 자체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말씀에서 그보다 더한 놀라움이 머리를 스치며 언뜻 제 생각을 멈추었습니다. 갑자기 얼어버렸습니다. 아니 녹아버렸습니다. 티끌로 만들어진 연약하고 유한한 내가 하나님을 생각하고 유추해 떠올리고 있다는 그 사실에 저는 증발되어야 했습니다. 죽어 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 가련한 내 육신이 감히 우주 자체를 만드신 하나님을 생각하고 믿다니. 하나님을 내 생각에 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천지 창조만큼이나 큰 기적입니다. 이러한 신세계를 찾아 세계 방방곡곡으로 난민이 되어야 했던 위그노의 후손들이 일 년에 한 번 모여 그 비밀을 함께 기리고 나누는 예배를 남프랑스 광야교회에서 드립니다. 마침 전 아내와 함께 그 성찬 예배를 드리고 집으로 막 돌아왔습니다. 광야교회 기념관에 전시된 위그너의 마지막 한 마디는 저항(REGISTER)이었습니다. 친구의 요양원 얘기와 얼마 전 취재한 광야교회의 성찬식 과정들이 서로 연결되어 내 삶의 마지막 한 가닥 힘까지 붙잡을 수 있는 믿음의 근거를 주님은 만들어 주셨습니다. 이 멋진 신세계의 비밀을 어렸을 때 만난 친구들에게 쑥스러워도 그냥 전할까요? 지금은 언제라도 요양원에 갈 수도 있는 나이의 동무들에게 이 글을 보내도 될까요?


함철훈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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