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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살아 있어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9-10-18 (금) 12:02 조회 : 73
살아 있다는 건 무엇일까?

오늘은 그림책 한 권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혹 그
림책은 어린애들이나 보는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린아이들과 같이 된다는 게 어떤 걸까요? 그림책은 길고, 복잡하고, 가식적이고, 논리적인 어른의 언어를 내려놓고, 짧고, 단순하고, 솔직하고, 직관적인 언어로 ‘나’를 표현하게 도와줍니다. 좀 더 순수하고 본질적인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지요. 그림은 우리에게 다양한 말을 건넵니다. 설명할 수 없었던 속내를 대신 표현해주기도 하고,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다른 사람의 사연을 그림을 통해 깨닫기도 합니다.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어린아이들과 같이 된다는 건 어린아이처럼 보고 듣는 걸 의미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림책은 딱딱하고 무거워진 어른의 눈과 귀를 순간이나마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그림책의 제목은 『살아 있어』입니다. 
‘살아 있다는 건 어떤 거지?’에 대한 답을 발견해가는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어린 시절을 따라다녔던 물음표들의 많은 부분은 삶과 죽음에 대한 것들이었습니다. ‘사과를 깨물면 아플까?’ ‘숨을 몇 초 동안 참을 수 있을까? 숨을 참는 동안 나는 죽어가는 것일까?’ ‘파리와 모기를 때려잡듯이 거인이 나를 때려죽인다면 어떨까?’ ‘할머니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겠지? 나도 언젠가는 할머니가 되겠지?’ ‘우리 엄마, 아빠도 죽을까? 나도 죽을까?’ 오히려 어른들은 ‘살아 있다는 건 어떤 거지?’라는 질문을 잊은 채 살아갑니다. 피곤하고 지루한 일상이 반복되면 그저 살아 있기 때문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지요.



자, 여기 한 소년이 있습니다. 소년은 누워서 눈을 
감고 생각합니다. “살아 있다는 건 어떤 거지?” 소년은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가 내려가는 것을 보고 깨닫습니다. “아, 살아 있다는 건 숨 쉬는 거네.” 멀리서 강아지가 소년에게로 뛰어옵니다. 소년은 강아지의 헐떡이는 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아, 살아 있다는 건 소리 내는 거네.” 소년은 연못 속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물고기들은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연못 속은 고요합니다. “살아 있다는 건 어떤 거지?” 물고기들의 뻐끔거림, 아가미의 열고 닫힘, 꼬리의 살랑거림, 연못 이쪽에서 저쪽으로의 나아감. 고요한 연못 안의 부지런한 움직임을 바라보던 소년은 또 한 번 깨닫게 됩니다. “아, 살아 있다는 건 헤엄치는 거네. 살아 있다는 건 뛰어오르는 거네.”

소년은 들판으로 나갑니다. 풀과 나무는 소리도 
내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습니다. 햇빛 아래 노랗게 익어가는 나무의 열매와 활짝 핀 꽃을 보며 소년은 말합니다. “아, 살아 있다는 건 자라는 거네. 살아 있다는 건 열매가 열리는 거네.” 소년의 계절은 제법 차가운 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었습니다. 나무의 푸른 잎사귀들은 모두 말라 땅으로 떨어지고, 꽃은 고개를 꺾었습니다. “아, 살아 있다는 건 시드는 거네.” 삶과 죽음은 한 몸이고, 동전의 양면임을 알게 된 소년은 눈물을 흘립니다. 엄마, 아빠도 강아지도 언젠가 자기 곁을 떠날 거라고 생각하니 슬퍼졌습니다. 언젠가 자신도 시들게 된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졌습니다. “으아앙, 으아앙” 울던 소년은 문득 깨닫습니다. “아, 살아 있다는 건 눈물이 나는 거네.”

자연은 소년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
없이 들려줍니다. 물고기는 벌레를 잡아먹고, 새는 물고기를, 짐승은 새를 잡아먹습니다. 그리고 짐승은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고, 그 꺼진 생명을 양분 삼아 나무는 사과 열매를 맺게 됩니다. 생명을 위해 생명을 먹는 과정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도시의 소년들에게는 흔해빠진 것이 사과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주인공 소년에게 사과는 신비하고 신성한 열매입니다. 소년이 베어 무는 사과 안에는 벌레도 있고, 물고기도 있고, 새와 짐승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소년은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라는 기도를 진심으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슬픔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아
픔과 고통을 견디는 것이며 괴로움을 지나가는 것입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고, 자연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함께 웃고 우는 것이고, 지켜보는 것이고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소년은 살아 있기 때문에 기쁨과 슬픔을 겪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픔도 살아 있기 때문에 느끼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아, 살아 있다는 건 웃는 거네. 아하하 아하하 아하하. 아얏, 이마를 부딪쳤어. 아, 살아 있다는 건 아픈 거네. 살아 있다는 건 이런 거구나!!”

한 권의 그림책 안에 이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
는 게 믿어지시나요? 그림책을 보는 것은 보물찾기와도 같습니다. 구하고 두드리는 자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주지요. 그림책을 보는 어른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서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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