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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박노해사진전 <하루>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9-10-07 (월) 11:51 조회 : 64
하루의 참 된 행복을 배우는 시간


일주일 가운데 하루라는 시간은 짧고 가볍게 느껴집니다. 한 달이라는 기간 내에서는 더 그렇고 일 년의 단위로 넘어가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하루의 소중함을 잊고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곤 합니다. “하루쯤이야 어때”라고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며 시간을 허비하곤 하지요. 하루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그에 대한 감사 또한 없으니 행복을 누릴 여유도 당연히 없습니다. 하지만 이 하루가 없다면 일주일도 한 달도 일 년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망각하고 살았던 일상의 아름다운 얼굴을 이제는 다시 바라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경복궁 돌담길을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라 카페 갤러리’에는 잊고 있던 하루의 소중함을 일깨워줄 수 있는 아름다운 미소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인이자 사진가, 또 혁명가인 박노해는 지난 오랜 시간 동안 오지를 순례하며 민초들의 삶을 담아왔습니다. 현재 갤러리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시 ‘하루’에서는 그가 만나온 수많은 사람의 모습 가운데서 하루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전에 작가가 자신의 사진을 일컬어 ‘빛으로 쓴 시’라고 표현한 바 있는 것처럼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사진들 또한 빛이 그려내는 자연스러운 풍광이 영혼에 스며들게 하는 작품들입니다. 도록에 수록된 몇 장의 기록용 사진을 제외하면 대부분 흑백 필름에 담아낸 사진들로써 소박한 사람들의 하루를 진솔하게 제시하여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사진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의 음악들은 작가가 직접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민초들의 소리로 감상자가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고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작가는 화려한 기능을 자랑하는 디지털보다는 여전히 오래된 필름카메라를 벗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는 민초들에게 위화감을 주는 모든 것들을 거부
한 채 소박한 삶으로 들어가기를 자처합니다. 그렇게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모습들을 담아내었고 이제는 의미 있는 전시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선물해주고 있습니다. 흑백의 프레임 안에는 온전한 하루의 기쁨을 누리는 사람들의 웃음과 눈물, 노동과 땀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습니다. 한 장의 사진을 통해 행복한 하루란 많은 것을 갖추어 이룩해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가장 소박한 삶 속에서 발견해내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안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모르고 있었던 하루의 참된 가치와 그로부터 주어지는 행복을 배울 수 있습니다. 모든 작품을 다 소개하고 싶으나 특별히 감명을 받은 사진을 두 점 소개하려 합니다. ‘짜이를 마시는 시간’은 어둠이 내린 파키스탄 국경 지역 가쿠치 마을의 티타임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티타임이라고 하면 고상한 잔에 예복을 갖춘 모습이 떠오를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사진에 담겨있는 티타임은 날 것 그대로의 삶이며 어떤 멋진 카페보다도 훨씬 고결하고 진실한 모습을 선사합니다. 신을 벗고 고즈넉한 부엌에 모여 서로의 애환이 담긴 찻잔을 부딪는 동안 시름은 미소로 승화되어 오간 데 없습니다. ‘찻잔에 햇살을 담아’는 현재 미얀마라고 부르는 과거 버마의 한 마을에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듬성듬성한 나무 벽 틈새와 작은 창문으로 새어드
는 여명의 빛줄기가 아침 일과의 시작을 알리는 찻잔에 그득하게 부어집니다. 세례와도 같은 거룩함마저 느껴집니다. 신성이란 어디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멍때리기’와 소일거리로 의미 없이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삶의 목적과 의미를 다시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진들을 한 번 만나보고 오면 어떨까요? 혹시 의욕을 잃어 방황하고 있거나 무언가를 갈구하는 중에 있다면 박노해 작가의 전시 ‘하루’에 찾아가보기를 추천합니다. 어쩌면 깃털 같이 나부끼던 우리의 하루가 나무처럼 든든히 뿌리내릴 수 있는 계기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info

일시 | 상설전시
장소 | 라 카페 갤러리
티켓 | 무료입장
문의 | 02-379-1975

길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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