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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 : 신약편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9-08-13 (화) 14:20 조회 : 80
낮은자의 예수님을 만나는

중동 전문가인 김동문 선교사와 재치 있는 그림을 
그리는 신현욱 목사가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 구약편에 이어 다시금 호흡을 맞춰 신약편을 출간했습니다. 글과 그림의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졌습니다. 저자인 김동문 선교사는 익숙함을 멀리하는 성경 읽기를 강조합니다. 어릴 때부터 들어온 익숙한 에피소드, 설교 시간에 자주 다뤄지는 본문에 대한 기대감은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하고, 그에 대한 이해는 더욱 평평해집니다. 저자는 성경을 다면적이고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중근동의 눈으로 읽기’를 제안합니다. 그는 30여 년간 중근동 지역에서 사역하면서 직접 몸으로 겪어낸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와 성경 당대를 연결하고, 여기 이 땅과 중근동 땅의 물리적, 정서적, 문화적 거리를 좁혀나갑니다.

자녀가 생선을 달라 하는데 뱀을 줄 부모가 어디 
있겠냐는 예수님 말씀의 배경을 알아야 볼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오순절 성령의 역사, 3천 명이 세례를 받은 장소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울이 살았던 시대를 알아야 술 취하지 말라는 말씀을 둘러싼 근원적인 문제를 살필 수 있습니다. 저자는 중근동의 눈으로 익숙함을 멀리하는 성경 읽기를 통해 우리의 외연을 깨트리고 낮은 곳에 있는 소외된 자들에게 시선을 돌릴 것을 촉구합니다. 저자는 끊임없이 낯설게 보기를 시도합니다.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사각지대가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놓치게 된 본질은 없는지 성실하게 살핍니다. 예수님은 왜 예루살렘 성전이나 회당이 아닌 갈릴리 호숫가 언덕에서 팔복을 선포하셨을까요? 봄마다 이름 모를 들꽃이 한가득 피어나는 들판과 언덕 위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그들은 회당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었던 낮은 지위의 사람들, 여성들, 이방인, 어린아이, 병든 자들이었지요. 예수님은 그들을 한 명 한 명 호명하십니다. 가난한 자들이여, 애통하는 자들이여,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들이여, 박해를 받는 자들이여….예수님은 이름 모를 들꽃 같은 민초들을 향해 산상수훈의 팔복을 선포하셨습니다. 이 책은 복! 복! 복!을 외치며 팔복에만 집중하고 있는 우리에게 눈을 들어 팔복이 선포된 장소와 그 말씀을 듣던 무리를 돌아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 나라, 위로, 땅, 배부름의 소망에 대한 메시지가 그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요?

신약 성경의 주연은 단연 베드로를 비롯한 예수님
의 남성 제자들과 사도 바울입니다. 그러나 성경에는 노예, 종, 하인, 여성과 같이 소외된 이들의 다양한 사연과 일상도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흘깃 스쳐보게 되는 그림자 같은 사람들을 깊이 응시합니다. 예수님의 시선이 그들을 향해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배경이 프랑스 파리인데, 우디 앨런 감독 같은 뉴요커가 그린 영화 속 파리와는 분위기가 영 달랐습니다. 이란 출신 감독이 그려낸 파리에서는 요만큼의 낭만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파리 뒷골목, 삶의 생활 터전 속의 고단함, 이주 노동자들의 불안감과 고독이 잔뜩 묻어있었습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지요. 볼 수 없는 게 아니라 보려 하지 않을 뿐입니다. 내가 어디에 시선을 둘지 정도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가나의 혼인 잔칫집을 생각할 때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된 예수님의 첫 이적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이곳에도 투명 인간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예수님 말씀에 순종해서 항아리에 물을 채운 하인들이었지요. 성대한 혼인 잔칫집에서 포도주에 취해 있던 많은 사람 중에 또렷한 정신으로 예수님의 기적을 목격한 이들이었습니다. 왜 예수님은 하인들 앞에서 기적을 행하셨을까요? 결코, 잔치의 주인공일 수 없었던 하인들은 어떤 마음으로 예수님의 포도주를 사람들에게 전달했을까요? 예수님은 투명 인간들을 찾아가셨고 그들에게 말을 건네셨습니다. 이 책은 그런 예수님을 쫓아갑니다. 보이는 것만 보고 들리는 것만 듣는 것이 아니라, 보아야 하는 것을 보고 들어야 하는 것을 듣는 것이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김동문 선교사의 글이 중근동의 땅, 예수님의 말씀이 선포되던 그 현장 속으로 우리를 데려간다면, 신현욱 목사의 그림은 그 여행을 더욱 즐겁고 흥미롭게 만듭니다. 본문을 재치 있게 풀어냈고, 가장 쉽고 일상적인 언어로 재해석했습니다. 성경 본문 당대를 배경으로 하는 그림은 사료들을 충실히 반영했고, 지금 우리 시대의 정치, 사회, 문화적 이슈들과 성경의 에피소드를 탁월하게 조화시켰습니다. 깊은 고민과 성찰의 과정이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서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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