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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키핑 더 페이스>사랑일까 나일까?
과연 나에게 딱 맞는 사람이 존재할까요? 사실 자신이 지금까지 싱글인 이유가 아직 딱 맞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습니다(사실 저도 얼마 전까지 마찬가지였으니까요).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딱 맞는 사람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어떻게 그 사람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기적과도 같이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사가 나에게 찾아와 줄까요.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이 문제를 영화를 통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유대교 랍비 제이크, 가톨릭 신부 브라이언 그리고 그들의 불쌍했던 중학교 시절을 구원해준 친구 애나 라일리가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세 명이 뭉치면 그 어떤 것도 두려울 것 없었던 질풍노도의 시절을 보냈지만, 갑자기 애나의 아버지가 뉴욕에서 LA로 전근 가시는 바람에 세 친구는 눈물의 이별을 하게 됩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던가요? 그래도 몇 년간은 편지와 전화도 주고받고 했지만 결국 LA로 떠난 애나의 존재는 뉴욕에 남은 두 친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집니다. 그런데 16년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멋진 어른으로 완벽 변신한 애나는 LA에서 뉴욕으로 지사 발령을 받아 돌아오게 되고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난 세 친구는 오랜만에 재결합하는 순간부터 미묘한 감정선을 타기 시작합니다.
뉴욕 유대인 회당에서 최연소 랍비로 활동하고 있는 제이크는 잘생기고 웃기면서 설교도 잘하는 그러니깐 어디 하나 빠지는 곳 없이 잘나가는 랍비입니다. 그에게 있는 유일한 문제라면 파트너로 유대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죠. 유대인을 찾아야 하는 전통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것입니다. 다른 한 명의 친구 브라이언 신부는 어렸을 때부터 신부로서의 소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자랐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소명에 걸맞은 삶을 살려고 노력합니다. 신부로서의 소명에는 브라이언이 독신으로 사는 것도 포함돼 있지요. 브라이언 앞에 놓인 장애물은 바로 소명입니다. 한 명은 전통 다른 한 명은 소명이 사랑을 가로막고 있는 듯한 형국이지요. 그런데도 절친이었던 두 사람 앞에 나타난 친구 애나는 두 사람에게 강력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하고 결국 세 사람의 우정에도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세 사람의 사랑과 우정은 지켜질 수 있을까요? 영화의 감독이자 주연배우로 열연했던 에드워드 노튼(브라이언 신부)은 영화의 제목을 <키핑 더 페이스>라고 했습니다. 번역하면 ‘믿음을 지키는 것’ 정도가 됩니다.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감독이었던 그는 왜 ‘믿음 지키기’를 제목으로 내세운 것일까요? 감독은 사랑의 속성을 나름대로 꿰뚫어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관계 안에 속해 있는 대상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나도 상대를 사랑하지만, 상대도 나를 사랑하고 신뢰해야 합니다. 서로가 사랑한다는 믿음 안에서 그 관계는 성장하는 것이지요. 영화를 통해 보면 제이크나 브라이언은 모두 사랑하는 상대를 신뢰하지 못했습니다. 완전히 믿지 않았던 것이죠. 오히려 자신에게 확실히 보이는 것들을 붙잡습니다. 바로 자신을 세워주는 것들이 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제이크에게는 전통이고 브라이언에게는 소명입니다. 자신이 그 자리에 있도록 길잡이가 돼준 것들이기도 하죠. 그렇다고 그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결국 그것에 의지하고 있는 나를 내려놓고 상대를 믿고 나아갈 때 비로소 사랑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그 사랑 찾기의 과정이 믿음 지키기(Keeping The Faith)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이크는 가족, 종교적 전통을 브라이언은 자신과의 서약을 붙든 반면 애나는 자신을 내어주고 사랑을 끝까지 붙들었습니다. 애나 역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이었기 때문에 두려웠지만 사랑은 그러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죠. 결국, 사랑을 가로막는 것은 외적인 전통도, 내적인 소명도 아닌 자기 자신입니다. 결국, 자기희생이 수반되는 내려놓음이 있어야 하는 것이죠. 오늘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나에게 맞는 사람 또는 좋은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사랑을 찾는 여정이 바로 나를 버리고 희생 하는 것임을 깨닫지 못하고 누가 나에게 가장 큰 이득을 가져다줄지를 찾고 있다면 아마도 원하는 ‘사랑’은 절대 찾지 못하거나 아니면 자신이 찾는 ‘사랑’과는 전혀 다른 사람을 찾을지도 모릅니다. 싱그런 초여름 영화 한 편을 통해 나를 희생하고 찾아가는 사랑이 무엇인지 또한 예수님이 말씀하신 ‘나의 십자가를 지고’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돌아보는 사랑 찾기 여정에 함께 떠나보기를 조심스럽게 초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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