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우리의 동료 피조물입니다
동물보호 활동을 하시거나, 동물 문제에 관심이 깊은 신학자들은 항상 이런 질문을 받는다고 합니다. “왜 하필 많고 많은 문제 중에서 굳이 동물 문제에 관심을 갖느냐!” 한 마디로 사치스럽다는 것입니다. 동물 복지를 주장하기 전에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보이라는 것입니다. 사람이 중요하지 동물이 중요하냐는 얘기겠지요. 그들은 유기견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면 세상에 버림받고 학대당하는 아동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고 묻습니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면 아프리카 사람들은 먹을 게 없어서 죽어간다고 말합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인권 감수성이나 생명 감수성은 더 넓게 확장되는 힘이 있습니다. 한 영역의 인권이나 생명 문제에 관심을 쏟기 시작하면 결코 편협해질 수 없습니다.
동물의 복지나 권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는 건 다른 사회나 인류의 문제는 모른 척하자는 게 아닙니다. 동물을 보호하는 것이 이 세상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것 또한 중요한 문제고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안타깝지만 기독교인 중에 동물에 대해 유난히 냉정하고 잔인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기독교가 워낙에 사람에 대한 특별한 지위를 강조하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피조 세계를 하찮게 보게 되는 것입니다. 동물은 사람이 다스려야 하는 대상이고 우리의 즐거움과 누림을 위해 하나님이 선물로 만들어주신 것이라는 납작한 인식을 갖고 있지요. 동물은 사람과 다르게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영혼이 없기 때문에 죽으면 끝이라고만 생각합니다.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존중이나 경외감 같은 건 찾아보기 힘듭니다. 전문가들은 동물에 대한 폭력과 학대는 어쩌다 일어나는 사적인 일이 아니라 조직적이고 제도적인 일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동물에 대한 학대가 사회적으로 합법화되고 제도화된 폭력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들의 ‘의도적인 무지’ 속에서 일어나는데, 우리의 언어, 철학, 과학, 종교, 문화 등이 살아있고 지각있는 존재로서의 동물을 보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동물 문제는 결코 교회와 무관할 수 없는 것이지요.<동물신학의 탐구>라는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책의 저자인 앤드류 린지는 영국성공회의 신부고, 옥스퍼드대학교 신학부의 교수로 동물신학을 개척했고 채식주의자입니다. 앤드류 린지는 동물을 하나님이 주신 지각 있는 존재로서 자신의 고유한 가치와 존엄성과 권리를 가지고 있는 존재로 보고 이것을 ‘동물권’이라고 말합니다. 굉장히 인상적인 단어를 사용하는데 그는 동물을 포함한 자연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우리의 ‘동료 피조물’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계약은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피조물들과 맺어졌고, 안식일의 평화는 모든 창조세계의 목표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창세기 1장의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명령에 대한 기존의 해석은 낡은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창조세계에 대한 지배권을 주셨다는 것은 창조세계 위에서 군림하라는 것이 아니라 창조세계를 섬기라는 의미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하나님의 겸손이 바로 그 낮은 것들을 위해 희생하는 것인데, 우리의 겸손이 하나님의 겸손을 따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묻습니다. 그리고 수백만 종의 생물을 창조하시고 지탱하시는 창조주께서 오직 한 종만 돌보신다는 것이 사실이겠냐고 질문합니다. 하나님이 모든 피조물을 친히 돌보신다는 성경의 통찰을 기억해야만 우리가 인간 중심적이고 인간 우월적인 견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더 나아가 기독교의 구원자가 오직 인간만을 위해 죽었다고 주장하는 교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우주적 사랑과 생명 정신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인간에게 생명을 주는 구원이었을 뿐만 아니라 구약 제사에 의해 희생되어 오던 동물들의 고통을 그치게 한 사건이기도 했다는 것이지요. 그리스도의 속죄로 동물이 더 이상 피를 흘릴 필요가 없게 되었다면,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은 인간만이 아니라 동물에게도 기쁜 소식, 해방의 소식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그는 묻습니다. 어떻게 성육신과 구속이 하나님의 창조 그 자체보다 더 작을 수 있겠는가? 인간 중심 사상이 하나님을 너무 작게 만들어버렸다는 것입니다. 굉장히 환기가 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을 번역한 장윤재 교수는 우리 조상들도 실생활에서 생명존중 사상을 실천하며 살았음을 기억하라 합니다. 까치를 위해 감을 다 따지 않은 ‘까치밥’, 콩을 심을 때 세 알을 심어 한 알은 새가 먹고 다른 한 알은 땅속 벌레가 먹게 한 농부의 배려, 하루 수십 리씩 걸어야 하는 소들을 위해 소장수들이 소에게 신겨준 ‘쇠짚신’, 작은 생물이라도 해할까 봐 뜨거운 물도 식혀 버렸던 어머니들의 세심한 배려, 소가 죽음의 공포를 느끼지 않도록 한순간에 소의 명줄을 끊고자 노력했던 백정들의 우직한 배려….이것들은 사소한 실천이지만 그들을 우리의 ‘동료 피조물’로 인정하지 않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들이지요. 간디는 “한 나라의 도덕적 수준은 그 나라의 동물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에 따라 가늠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동물들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분명 하나님 나라의 확장과 누림과도 관계가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피조물은 하나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피조물이 허무에 굴복했지만, 그것은 자의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굴복하게 하신 그분이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소망은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곧 피조물도 썩어짐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서, 하나님의 자녀가 누릴 영광된 자유를 얻으리라는 것입니다. 모든 피조물이 이제까지 함께 신음하며, 함께 해산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롬 8:19-22, 새번역)
서유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