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CH 정기구독
정기후원
   

[뮤지컬] 난설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9-07-08 (월) 15:28 조회 : 328
상처 속에서 피어난 시

하늘거리는 창가의 난초 가지와 잎 그리도 향그럽더니
가을 바람 잎새에 한번 스치고 가자 슬프게도 

찬 서리에 다 시들었네. 

빼어난 그 모습은 이울어져도 맑은 향기만은

끝내 죽지 않아

그 모습 보면서 내 마음이 아파져 눈물이 흘러 

옷소매를 적시네. 

허난설헌 <감우(感遇)>


인제 와서야 이 세상 작가의 절반이 남성, 절반이 여성인 것이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지만, 이전 시대까지만 해도 이 세상 작가 대부분은 남성이었습니다. 어쩌면 지금도 작가의 성비가 정확히 같다고 말하기 어려운지도 모릅니다. 확실한 것은, 또한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씩 ‘평등’이라는 가치에 대해 열려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조선 시대를 돌이켜 생각해봅니다. 그 직전인 고려 시대의 여성들은 오히려 자유분방했던 삶을 살았지만, 조선 시대에 들어 성리학적 이념이 사회의 주류 가치로 정착하면서 가부장 중심, 가족관계 중심의 삶이 여성들에게 강요되었습니다. 따라서 여성들은 사회활동은 물론이고 경제적, 정치적으로 위축되었으며 가족을 지키고 후손을 이어가야 하는 책임에 늘 순응해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여성이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거나 이름을 남기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남성 중심의 가치 체계가 곧 사회 체계였던 조선 중기, ‘허난설헌’이라는 이름의 여류 시인의 삶은 말 그대로 눈 속에서 핀 난초와 같이 희귀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그녀의 삶과 시를 무대 위에서 담담하고 꿋꿋하게 피워낸 작품, 뮤지컬 <난설>이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난설2.png

뮤지컬 <난설>은 허난설헌, 즉 허초희의 남동생 허균이 역모죄로 처형되기 전날 밤에 떠올리는 그리웠던 기억으로부터 시작합니다. 8세 때부터 시를 짓기 시작해 조선 최고의 천재 시인으로 남아있는 허초희와 그녀의 시를 사랑하는 남동생 허균, 두 사람의 스승인 이달이 각자의 삶의 소용돌이 속을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 때문에 때로는 싸우기도 하지만 문장가들로서 우정을 쌓아갑니다. 작품을 집필하기 전 수개월간 『허난설헌집(許蘭雪軒集)』을 연구한 옥경선 작가는 아름다운 시 구절들 속에서 넘치는 기개와 힘이 그녀의 동생 허균과 스승인 이달, 개개인을 넘어 동시대 또는 후세 사람들의 마음에도 큰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이 이 작품을 탄생하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5편의 시(견흥(遣興), 상봉행(相逢行), 가객사(賈客詞), 죽지사(竹枝詞), 유선사(遊仙詞))와 허난설헌집의 유일한 산문(광한전백옥루상량문(廣寒殿白玉樓上樑文))을 노랫말에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작곡가 다미로의 아름다운 선율과 다양한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신예 연출가 이기쁨이 합세해 기대를 모읍니다. 정제된 문장을 쓰지만,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느끼는 것을 그대로 표현하는 맑은 사람이자 자신을 향해 굳게 닫혀 있는 세상의 문을 오직 붓 하나로 열고자 한 천재 시인 허초희는 정인지, 하
현지 배우가 맡았습니다. 누이의 재능과 시를 사랑하고 그녀의 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타인들에게도 그녀의 시를 전하기 위해 애쓰는 허균 역에는 백기범, 유현석이, 술과 풍류를 사랑하는 한량이지만 초희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사랑으로 보듬는 스승 이달 역에는 안재영과 유승현이 캐스팅되었습니다.


허난설헌의 시가 당대에 중국과 일본까지도 건너가 많은 지식인과 문인들에게 애송되었다는 점은 그녀의 재능이 가진 탁월함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그녀의 삶은 황진이처럼 상대적으로 사회활동이 자유로워 재능을 뽐낼 수 있었다거나, 신사임당처럼 현모양처의 덕을 갖추어 더 부각된 재인(才人)이 아니어서 그 존재가치가 더 특별합니다.

한아름 기자

Info


일시 | 2019년 7월 13일 (토) – 8월 25일(주일)
장소 | 콘텐츠그라운드
러닝타임 | 100분 (인터미션 없음)
관람연령 | 만 13세 이상
티켓 | 전석 5만 원
예매 | 인터파크 www.interpark.com
제작 | 콘텐츠플래닝
문의 | 프로스랩 02-391-8223


   

foot_이미지
개인정보취급방침 이용약관 이메일무단수집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