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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일칼럼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9-06-10 (월) 14:23 조회 : 120
영화 <칠드런 오브 맨> 종말의 시대를 살아가는 교회의 역할


2006년에 개봉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SF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그만큼 흥행은 하지 못한 비운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2013년에 개봉했던 <그래비티>가 큰 흥행을 하는 바람에 엉겁결에 전작들이 개봉하는 기회를 얻었지요. 개봉 이후 주변 지인들에게 영화를 봤냐고 물어봤더니 좋은 영화라고 들어서 꼭 보고 싶었지만 보지는 않았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여전히 사람들에게 추천은 많이 되지만 결국 선택은 되지 못한 것인데요. 세계적인 명장이 만든 수작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감독의 상황은 마치 옳은 말을 외치지만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았던 선지자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감독은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이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27년, 불임의 시대입니다. 새로운 아이들이 원인 모를 이유로 태어나지 않고 사람들은 마지막 시대를 살아가고 있죠. 세상은 폭동, 전쟁, 내전 등 다양한 모습의 폭력으로 인해 무정부적 상황에 돌입했으며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영국만이 겨우 국가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발생하는 난민들은 영국으로 들어가 보호받고 싶지만, 영국은 이들을 철저하게 막고 또 추방합니다. 영국민 이외에 난민들은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거든요. 주인공 테오는 한때 아내 줄리안과 함께 망해가는 세상을 구하겠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친 운동가였습니다. 하지만 2008년에 전 세계를 휩쓴 독감으로 아들 딜런이 목숨을 잃게 되고, 아내 줄리안과도 이혼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혼한 줄리안과 그녀가 이끄는 피쉬당(불법 이민자의 권익을 지지하는 단체)이 테오를 납치해서 흑인 소녀 키(Kee)를 항구까지 안전하게 수송해 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그 소녀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납치까지 해서 부탁을 할까 싶기도 하지만 흑인 소녀 키는 망해가는 시대에 다시 기적적으로 임신을 한 소녀였고 그녀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도전이 진행 중인 ‘휴먼프로젝트’로 옮겨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영화는 휴먼프로젝트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지않지만, 불임으로 인해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붙들고 있는 유토피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세상의 종말이 주제인 <칠드런 오브 맨>은 장르적으로는 아포칼립스 SF영화이며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예수의 탄생 이야기를 내러티브의 골격으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자” 예수가 탄생하게 되는 과정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면서 오늘날 이 세상이 처한 현실이 어떤 상황인지 또 지금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구원은 과연 어디에서부터 오는지를 가늠하게 해주죠. 그 예수 탄생 이야기의 절정에서 우리는 아이를 낳는 키를 만납니다. 세상 모두가 임신 중이던 그녀를 손에 넣고 싶어 했지만 이제 그녀는 세상이 가장 열망하는 소중한 아이를 세상에 주려고 합니다. 신생아가 없는 세상에 태어난 유일한 아이라면 그에게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편의가 제공돼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예수님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역시 그녀가 아이를 낳는 곳도 한참 전쟁이 진행 중인 곳이었습니다. 전쟁 피해자들이 몸을 피신시키고 인간의 마지막 존엄성마저 짓밟힌 난민들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숨어있는 그런 곳 말이죠. 영화는 전쟁으로 인해 모든 삶의 소망이 끊어진 그곳에서 포화 소리를 뚫고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려줍니다. 전쟁 통이지만 그 어떤 소리보다 더 강력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를 사람들이 듣는데 총칼이 사람을 찌르고 폭탄이 도시를 초토화해도 아기의 칭얼거림이 모든 폭력을 무력화시키는 기적을 보게 됩니다.

2006년에 개봉한 <칠드런 오브 맨>의 배경은 2027년의 모습이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미래가 얼마나 지금 우리의 모습과 유사한지 놀라울 정도입니다. 지금은 누구든 세상의 종말을 이야기하면 이단 종교인 양 쳐다보지만 우리는 영화를 통해 그려진 종말의 모습이 사실상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눈앞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특히 영화가 한국에서 다시 개봉한 2016년에는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엄청난 일이 일어났고 많은 전문가가 브렉시트의 원인 중 하나로 난민을 지목했습니다. 10년 전 개봉한 영화가 내다본 미래의 모습이 지금 영국의 모습과 너무도 흡사해 소름이 끼칠 정도였습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예언자적 상상력은 먼저 우리가 처한 위기의 상황들을 솔직하게 직면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환경, 폭력, 인종, 민족, 종교 간 갈등, 차별과 배제와 전쟁까지 그는 광범위하지만 상세하게 문제들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구원이 무엇으로부터 오는지 통렬하게 외칩니다. 그는 열쇠가 생명에 있다고 보았던 것 같습니다. 가장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을 통해 사람들이 가장 기피하는 낮은 곳으로 임해서 전쟁을 멈추게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잊고 있었던 가장 중요한 것을 생각나게 하는 것. 그런 생명의 탄생이 바로 세상을 구원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영화는 통렬하게 외치고 있습니다.

강도영 소장 (빅퍼즐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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