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불안

이런 것들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물론 이것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수많은 요인 중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왜 불안한 걸까요? 우리는 왜 자족할 수 없고,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자신을 괴롭히는 걸까요? 알랭 드 보통은 ‘불안’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지위’라는 단어를 먼저 정의합니다. 좁은 의미에서 지위는 기혼이냐, 미혼이냐, 학생이냐, 직장인이냐, 이와 같이 한 집단 내의 법적 또는 직업적 신분을 가리킵니다. 반면 넓은 의미에서의 지위는 그 사람의 가치나 중요성을 가리킵니다.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이라는 감정이 ‘지위에 대한 욕망’으로부터 출발한다고 전제합니다.

이 책은 1부에서 ‘불안의 원인’ 다섯 가지를, 2부에서 ‘불안의 해법’ 다섯 가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불안을 다스리기 위해 원인과 해법을 살피면 보통은 ‘잠을 푹 자라’,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말아라’, ‘기도해라’와 같은 이야기들을 듣게 됩니다. 물론 이런 조언들도 도움이 되지만 이 책에서 불안을 다루는 방법은 많이 다릅니다. 우리의 불안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고 어떻게 발전했는지, 즉 ‘불안의 역사’를 보여줍니다. 거시적인 불안의 흐름을 짚어줌으로 오늘, 지금, 내가 느끼는 불안이 단순히 내 복잡한 머릿속이나 유약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길고 긴 역사 가운데, 사회적인 맥락 속에서 기인했음을 알려주는 것입니다.알랭 드 보통이 짚어낸 불안의 원인 다섯 가지는 ‘사랑 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입니다. 그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 타인의 관심과 인정을 받아야만 자기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인간의 연약함, 그래서 높은 지위에 올라가려고 기를 쓰는 인간의 애처로움, 낮은 지위의 이웃을 경멸하고 무시하는 사람의 죄성,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고 부추기는 세상, 산업혁명과 정치혁명을 통해 배고픔은 줄어들고 노예 제도는 사라졌으나 상대적인 궁핍감과 박탈감은 더욱 커져 버린 모순, 공동체가 가난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방식의 변화, 그에 따라 돈에 부여되는 도덕적 가치와 부자들에게 주어지는 명분과 면책, 반면 그에 따라 위축되는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자존심과 커져가는 모욕감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인생의 불예측성… 그리고 이 모든 과정 가운데 기독교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덤덤하게 서술합니다.
불안에 대한 이런 접근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단순히 불안은 스스로 다스리고 극복해야 하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정리해주기 때문입니다. 불안을 개인적 차원으로만 다루면 불안의 근본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애꿎은 나 자신만 꾸짖으며 불안을 더 키우게 됩니다. 그런 악순환의 꼬리를 잘라버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걸까요?

알랭 드 보통이 제시한 불안의 해법 다섯 가지는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입니다. 불안의 역사를 통해 원인을 짚어냈다면, 불안이 어떻게 해소되었는지의 역사를 살펴봄으로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낮은 지위에도 불구하고 불안하지 않을 수 있는 비법을 알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입니다. 무신론자로 유명한 작가가 불안의 해법 가운데 ‘기독교’를 포함시킨 것이 눈에 띕니다. 무신론자가 바라본 기독교의 효용이 흥미롭게 들리면서도 약간 민망해지는 것은 정작 크리스천인 우리들이 그 내적 가치를 누리지 못한 채 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불안에 잠식되지 않고 조금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줏대를 가지고 주체적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아마 이 책이 여러분에게 적잖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