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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일칼럼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9-02-11 (월) 09:40 조회 : 28
영화 <월플라워> 너무도 다른 우리,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까요?

왕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요즘 학교에
서 왕따는 특정 타인을 그저 싫어하는 문제라기보다 친구를 사귀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사귈 줄 모르는 학생들이 일부러 한 친구를 따돌리며 갈등을 조장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친구가 됩니다. 다수가 돌아가면서 왕따 경험을 하는 신종 친구 사귀는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왕따 경험으로 친구 되기 과정을 무난하게 지나가는 친구들은 그것을 한때의 추억으로 웃어넘길 수도 있겠지만 몸도 마음도 아직 어린 상태에서 왕따 경험이 화인처럼 남아버린 친구는 두고두고 극복할 수 없는 사회적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할 영화 <월플라워>는 제목의 의미처럼 
파티에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파트너 없이 혼자 벽에 기대에 서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 찰리는 외톨이이자 왕따입니다. 혹자는 왕따를 당하는 친구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이유가 있다는 망발을 뱉기도 하지만 영화는 천천히 찰리가 왜 다른 친구들과는 많이 다른지 설명하죠.

일단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
나는 것은 가장 친한 친구가 가정사로 인해 자살했고, 헬렌 이모의 죽음 이후 트라우마 때문에 환각, 기억상실 등의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들입니다. 찰리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항상 주눅이 들어 있거나 자신감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죠. 또한 이런 모습들이 먹잇감을 찾는 사자와 같은 동급생들에게는 왕따 만들기의 좋은 이유가 됐을 것입니다. 찰리는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가상의 친구에게 편지를 쓰면서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말하며 조언을 구합니다. 

그런 찰리가 고등학교 때 겪은 많은 일 중에 최고
를 꼽자면 바로 졸업반 친구 샘과 패트릭을 만난 것인데요. 이복 남매인 두 사람은 찰리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됩니다. 외톨이 찰리에게 친구가 생긴 다는 것 자체도 기뻐할 일이지만 찰리는 예쁜 샘을 짝사랑하면서 관계가 본격적으로 깊어지죠.

그러나 그때부터 또 다른 문제가 시작됩니다. 공
동체적 활동보다는 혼자 생활 하는 것이 훨씬 익숙한 찰리는 그룹에 들어가 친구를 사귀면서 다양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됩니다. 찰리의 어이없는 행동 때문에 소중하게 얻은 우정이 흔들리는 위기에 놓이기도 하면서 청소년의 시기에 누구나 겪었을 법한 질풍노도의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새롭게 만난 친구들이 찰리를 받아주는 그날 저
녁 찰리가 좋아하는 샘이 해준 말을 찰리는 잊지 못합니다. “불량품들의 섬에 온 것을 환영해!” 자신들을 ‘불량품’이라고 부르면서까지 타자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친구들에게는 어떤 ‘하자’가 있는 것일까요? 먼저 샘은 대범하면서 긍정적이고 활기찬 사람이지만 찰리와 유사한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상사로부터 원치 않는 성추행을 당하고 나서부터 자기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마땅히 받을 수 있는 사랑이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샘의 이복 오빠 패트릭은 동
성애자입니다. 그의 파트너 브래드는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쿼터백이기 때문에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낼 수 없습니다. 사람들 몰래 좋아할 수밖에 없던 그들의 관계는 브래드의 아버지에 의해 발각되면서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패트릭은 그들이 더 이상 다른 사람들처럼 사랑할 수 없어서 아파합니다. 비록 샘과 패트릭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불량품’이라고 부를지 모르지만, 그들은 절대로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어딘가가 잘못된 그런 비행 청소년이 아닙니다. 그들은 세상이 그들을 향해 던진 모진 풍파와 장애물, 편견 등을 온몸으로 견뎌내고 있는 친구들이었던 것이죠.

왕따를 당하던 찰리가 느낀 외로움은 자신이 다
른 사람들과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친구의 자살, 친했던 헬렌 이모의 죽음과 책임감, 그리고 세상에서 본인만 당했을 것 같은 과거의 아픈 기억들은 그 어떤 친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것들이었으니까요. 그나마 있었던 절친은 자살을 택하면서 찰리의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어 버리고 말죠.

그런데 고등학교에서 만
난 새 친구들은 찰리가 자신의 상처에 매몰되지 않게 도와줬습니다. 서서히 옆 사람의 상처가 눈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죠. 타인의 이야기에 관심을 두고 귀를 기울이면서 자신의 상처와 문제들이 서서히 치유 받고 해결되는 경험을 합니다.

찰리가 그렇게 좋아했던 샘과 연결됐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도 들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샘은 찰리에게 나는 누군가의 짝사랑으로 남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해주죠. 자신을 과소평가하며 그 어떤 누구도 나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을 것 같아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던 찰리는 이런 관계 속에서 자유를 느끼고 배워갑니다. 그렇다고 찰리를 힘들게 하던 환각 증세나 정신병이 다 나은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찰리는 확실히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내어주며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 
결국 너와 내가 사랑으로 하나 되는 것임을 깨달아 갑니다. 찰리와 친구들이 그랬듯 서로의 다름을 구분과 배제로 차별하지 않고 인정과 포용으로 사랑하는 것을 연습할 때 우리는 역설적으로 진정한 자아의 모습을 찾아가게 될 것입니다.


강도영 소장 (빅퍼즐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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