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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일칼럼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9-01-07 (월) 10:35 조회 : 109

용서, 가장 힘든 분부

제가 바라던 학교에 입학하면 반사(교회 학교의 선생)를 하겠노라 하나님께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교회 학교의 교사를 시작했던 19세 때 일입니다. 같은 교사였던 언니는 좋은 학교에 다니고 부잣집에 장로의 딸인 저를 시샘하였습니다. 심지어 교사회의 하는 자리에서 저만 따돌렸습니다. 처음 당하는 일이라 무척 힘들었지만, 하나님께 꾸준히 기도했습니다. 내 힘으로는 용서할 수 없지만 하나님께 맡겼을 때 그 언니가 변화되어 관계가 회복되었습니다.

최근 나의 삶에 용서가 필요한 상황이 생겼습니다. 그 사람은 어머니에게 도저히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습니다. 게다가 인격모독을 하며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습니다. 그의 행동을 이해해보려 노력해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용서는 망각이다’라고 말하지만 잊는 것은 용서가 아닙니다. 단지 덮어둘 뿐입니다. 그리고 용서는 빨리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당장 용서하는 것보다 내 자신을 치료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첫 번째 단계가 아니라 마지막 단계입니다(the forgiveness is not the 1st stage but the last stage).

용서의 단계로는 첫 번째 상처인식 단계, 두 번째로 분노의 단계, 세 번째로 치유의 단계, 마지막으로 연합의 단계입니다. ‘폴 틸리히’는 ‘용서란 단절의 힘을 결합하는 연합입니다. 당사자 두 사람이 새로워진, 친밀한, 가까운 서로를 수용하는 관계 속에서 다시 연합해야만 용서의 마음이 생기는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하나님 앞에서 신앙, 친구들에게 신의, 내 자신에게 신념의 사람이 되고자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그토록 발버둥치는 저의 삶이 타인의 터무니없는 억지 논리에 의하여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면 나는 어떻게 용서해야 할까요?

저는 앞의 4단계 중, 치유의 단계에서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연합의 단계에는 가고 싶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내 자신을 위하여 용서의 구체적 방법을 생각해 봅니다.

1. 목록을 기록하며 받은 상처, 내게 미친 영향을 적어가며 용서한다고 선포하라.
2. 그분의 위로를 간구하라(마태복음 11장 28절, 베드로전서 5장 7절).
3.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그 죄만 미워하라.
4. 나 주장법(I Message)으로 아픔을 그분께 토로하라.
5. 용서한 사람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라.
6. 선으로 악을 이기라.
7. 그분의 시각(긍휼의 시각)으로 상처 준 자를 바라보라.
8. 상처 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도록 노력하라.
9. 시각의 전환을 일으켜 대안적 스토리를 쓰라.
10. 상대방의 성장배경 등을 이해하라.
11. 측은지심을 가져라.
12. 나도 타인의 용서가  필요한 존재임을 깨달아라.

삶에서 부조리와 고뇌는 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우리는 늘 어려움과 마주하며 살고 있습니다. 어려움을 만났을 때 내가 먼저 치유돼야 합니다. 내가 먼저 치유되어 미워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상대방을 용서하면 미움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억울한 감정이 내 삶과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 전이되기에 나를 위하여 용서해야 합니다.

“용서는 그에 대한 미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미움을 마음의 가장자리로 밀어내는 것입니다. 용서는 어떤 행위나 태도가 아니라 발견입니다. 그 사람에 대한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는 것입니다(John Patton).”

무엇보다도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이기에 용서해야 합니다. 죄인 된 내가 이미 하나님으로부터 용서 받았기에 나 또한 누군가를 용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엄정희 교수 (서울사이버대학교 가족상담학과, 연합가족상담연구소 소장,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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