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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일칼럼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8-12-13 (목) 09:56 조회 : 98
인생영화에 관한 단상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진학하기까지 3개월
이라는 긴긴 겨울방학이 남았다. 학창시절 내내 공부만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취미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제 취미를 가져보려고 하는데 돈을 모아 여행 가라는 말 밖에는 딱히 귀에 들어오는 조언은 없을 때 마냥 흘러만 가는 시간을 붙들어보려는 마음에 영화 한편을 집어 들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이다. 그저 운동 영화려니하고 봤는데 영혼이 뿌리 채 흔들리는 경험과 함께 삶에 대한 깊은 영감을 받는다. 결코 흔하지 않은 경험이다.그런데 흥미롭게도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이런 류의 이야기가 우리가 아는 사람만큼이나 많아진 것 같다. 

우리를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하는 영화, 다양한 사람
과 상황에 감정 이입할 수 있도록 해주는 영화, 진정한 역지사지를 경험하게 도와주고 내 삶에서는 결코 해볼 수 없는 것들을 구석구석 체험하게 해주는 영화 바로 나의 인생 영화에 관한 이야기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삶에 깊은 울림을 남긴 인생영화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그렇게 개인적인 영화 레파토리로 남았을 법한 것들이 이제는 수많은 사람과 공유되고 있다. 사람들은 각자 인생 영화를 통해 받은 감상(은혜)을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창구를 통해 나눈다. 자신의 SNS 상에 140자 인상비평을 남기는가 하면, 짧은 소설이 나올 법한 분량의 연재까지 그 모양새는 다양하고 대중들은 댓글로 그런 나눔(간증)에 반응한다.

자신도 유사한 경험을 했으면 그 반응
은 더욱 적극적이며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동일한 텍스트라도 다르게 다가오는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게 된다. 요즘은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는 오프라인 모임들이 많아져서 이런 나눔의 모습은 더욱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최근 들어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이렇게 다양
한 이야기를 듣고 나눌 수 있는 공간이 극장 내에도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다. 과거 극장은 그저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이었는데 이제는 문화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어떤 멀티플렉스 체인은 영화 전문 도서관을 만들고 사람들이 찾아와서 영화에 관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공유되도록 하고 또 영화 관련 인사들을 불러 다양한 이야기들이 유통되도록 돕는다. 어떤 곳은 유명 스타들의 경험이나 이야기들이 전시하고 사람들의 공감을 유도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제 공감 수준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클라이브 마쉬 교수는 현대인들에게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을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이 시대의 영화가 유사 종교의 형태를 띠고 있다
는 점에서 주목한다. 영화를 보러 가는 이들은 마치 예배를 통해 휴식과 여유를 얻으려는 이들과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극장을 찾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친구와 함께 가서 관람하는데, 예술영화처럼 혼자 간다고 하더라도 서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동일한 경험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종교행위와 유사하다. 마지막으로 영화관 건축 자체가 오늘날의 예배당 혹은 성당과 같은 역할을 한다. 요즘 대형교회들이 온갖 설비와 서비스 공간을 갖추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복합영화관은 쇼핑과 관람, 식사와 교제가 모두 가능한 공간이다. 그래서 이제 영화를 관람하러 영화관에 가는 행위는 현대인에게 일종의 종교행위와 같다는 것이다.”

영화는 이제 교회가 진지하게 바라봐야 할 대상이 
되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나 즐기는 관객들의 출생지, 언어, 시대적 배경 등과 상관없이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극장 안에서는 누구와도 소통이 가능하다. 고도의 기술로 인해 시각, 청각 등 오감을 충족시켜주는 영화체험은 관객을 영화 내용 안으로 끌어들이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영화체험과 같은 역동적인 메시지 전달방식은 교회 내에서 구두로 전해지는 메시지를 주로 접하던 젊은 세대에게 소통에 있어서 더 공감을 얻고 있으며 메시지 전달자에게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도록 하는 도전을 주기도 한다. 

젊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뻔한 메시지를 전하는 목사
보다 영화는 훨씬 더 다양하고 흥미로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종교에 대한 영화의 기능이 터무니없는 주장이 아니라면 영화와의 진지한 종교적 대화에 대한 가능성을 우리는 더 활짝 열어놔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영화와 교회간에 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그 대화 안에 포함돼 있는 종교적 메시지에 대한 해석에 대해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영화관에 가는 행위가 종교적 성격을 띤다는 분석이 
확대 해석이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영화를 보러 가는 일은 이미 삶의 구조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인생영화의 체험과 나눔은 현대 교회 공동체와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는데 바로 한 공간을 통해 만들어지는 공동체성이다. 영화를 함께 보러 간 사람들은 물론이고 전혀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두 시간 남짓 지속되는 영화체험을 통해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영화를 함께 보고 나온 이후 사람들의 표정이나 모임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다. 

영화를 
보고 나온 경험과 영화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느낌 그리고 해석을 공유하다 보면 그 짧은 시간에 연대의식도 생긴다. 인생영화가 한 개인에게 의미를 발생시키기도 하지만 이제는 다수의 경험이 되면서 유사 체험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혹은 커뮤니티로 서서히 발전한다. 오프모임에서 다양한 ‘간증’이 나눠졌다면 온라인에서는 조금 더 심층적인 나눔이 이뤄지고 이런 과정은 선 순환할 수 있다. 우리가 인정하고 싶은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세상은 보는 문화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고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러워진 요즘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한 공간에서 특정 메시지를 소수의 그룹에게 전달하는 매체가 급속하게 사라지고 있다.

모든 매체가 손 안으로 들어와 버렸기 때문이다. 모
든 미디어가 개인에게 송출되고 소비되는 시기에 같은 시공간에서 공동체에게 동일한 메시지를 던지고 해석하게 하는 교회와 극장은 매우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인생 영화가 개인적인 측면에서 머물러 있지 않고 공동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이유

이기도 하다. 교회 공동체에서 간증을 나누는 것이 자연스럽듯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나누는 것이 더욱 자연스러워지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나눔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의 인생영화의 깊이가 훨씬 더 깊어지길 바라본다.


강도영 소장 (빅퍼즐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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