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수도 대체될 수도 없는 유일한 것, 감정 로봇과 대화해 보신 적 있으세요? 최근 많이 활용되고 있는 챗봇(채팅하듯 질문을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일상 언어로 해답을 주는 대화형 메신저)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고양이를 키우고는 싶지만 실제로는 키우지는 못하는 사람, 그래서 고양이 키우기를 간접 경험하고 싶은 ‘랜선 집사’들을 위해 만들어진 ‘고양이 챗봇’이었습니다. 대화를 한참 주고 받아보니 신기하게도 동문서답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습니다.
이름을 부르면 ‘안녕’ 하고 인사하고, ‘바보’라고 놀리면 ‘그런 말은 너무 무례해’라거나 ‘집사도 바보야’라고 받아칠 정도지요. 사람들까지 대화할 시간도 없는 시대에, 누군가는 로봇과 대화할 시간이 어디 있냐고 부정적인 시각을 갖지만 챗봇의 활용이 놀라운 속도로 늘고 있다는 것을 보면, 로봇과의 상호작용이 사람들의 심리적 필요를 점점 충족시켜주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많은 영화와 이야기에서 예견하듯 로봇은 사람들의 삶에 보다 깊숙이 들어오고 있는 중입니다. 청소, 빨래와 같은 집안일에서부터 돌봄, 의료서비스, 심리적 안정을 주는 친구의 역할까지. 외양에서부터 기능까지 점점 사람처럼 되는 날도 머지 않겠죠. 그래서 로봇이 사람과 같은 마음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 또한 낯설지 않습니다. 바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처럼 말이죠. 가까운 미래에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사람과 가까이 지내며 처음에는 사랑받았던 헬퍼봇들은 새로운 업그레이드 버전이 출시되면 주인에게 버려지거나 잊히게 됩니다. 배경은 그런 헬퍼봇들끼리 모여 사는 작은 아파트. 오래된 레코드플레이어와 재즈 잡지를 좋아하는 아날로그 정서의 헬퍼봇5 ‘올리버’와 겉보기엔 활발하고 똑똑하지만 그만큼이나 냉소적인 헬퍼봇6 ‘클레어’는 이웃 사이로, 서로 가까워지며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그들은 감정이 깊어질수록 거기에서 오는 고통 또한 깨닫게 되지요. 이 작품은 어쩌면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로봇 주인공들을 통해, 감정의 소중함을 일깨웁니다. ‘감정을 지닌다’는 것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점점 빠르고 복잡해지는 세상. 속도에 익숙해지는 대가로 잊고 지낸 감정들은 없는지 말이죠.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버려진 구식 로봇들의 일상’이라는 미래적인 소재를, 재즈와 클래식에 기반을 둔 음악과 아날로그 감성으로 가득 찬 무대로 서정적으로 구현해 냈습니다.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 콤비의 작품으로 2014년 우란문화재단의 인력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되었고, 2015년의 트라이아웃 공연과 2016년 DCF대명문화공장에서의 정식 초연 중 많은 회차에서 티켓 매진을 기록하며 창작 뮤지컬로서 이례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작품입니다. 제 2회 한국뮤지컬어워즈 6관왕, 제 6회 예그린어워드 4관왕을 차지해 작품성도 인정받았습니다. 옛 주인을 기다리며 홀로 살고 있는 헬퍼봇5 올리버 역에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김재범과 각종 드라마와 연극에서 탄탄한 내공을 보여준 문태유, 섬세한 연기를 보여주는 전성우와 신예 신주협이 캐스팅 되었습니다. 똑똑하고 명랑하지만, 관계에 관해서는 냉소적인 헬퍼봇6 클레어 역에는 풍부한 연기력과 가창력을 보여준 박지연, 높은 경쟁을 뚫고 발탁된 신예 강혜인, 대극장과 소극장을 넘나드는 배우 최수진이 캐스팅되었습니다. 똑똑똑. 어쩌면 감정이 점점 더 로봇화 되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들이 문을 두드립니다. 마음 속에 잊고 있던 방이 있다면, 다시 열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info 일시 | 2018년 11월 13일 (화) - 2019년 2월 10일 (주일) 화-금 8시 / 토 3시, 7시 / 주일, 공휴일 2시, 6시 장소 |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티켓 | R석 6만 6천 원 / S석 4만 4천 원 작·작사 | 박천휴 작·작곡 | 윌 애런슨 연출 | 김동연 출연 | 김재범, 문태유, 전성우, 신주협, 박지연, 최수진, 강혜인, 성종완, 양승리, 권동호 제작 | 대명문화공장 문의 | 클립서비스㈜ 1577-33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