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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장욱진의 삶과 예술세계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8-11-13 (화) 09:24 조회 : 231
어린아이처럼

전시장을 갈 때마다 눈에 띄는 작품이 있었습니
다. 마치 어린아이의 낙서 같은 그림. 속으론 ‘나도 그리겠다!’,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인가?’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혹시 어린 작가의 그림이 아닐까?’ 했는데 화가의 출생 시기가 1917년이라는 걸 알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나무와 까치, 1988, 캔버스에 유채.JPG
나무와 까치, 1988, 캔버스에 유채

장욱진 미술관은 양주시 장흥면 숲속 한 자락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장욱진의 삶과 예술세계’ 상설전은 그가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던 1960년부터 1990년 작고할 때까지 유화 20여 점과 살아생전의 유품, 다큐멘터리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무엇을 그리는 사람이오?”
“까치를 그리는 사람이오”

장욱진(1917-1990)에게 까치는 특별한 존재입
니다. 그가 9살이 되던 경성보통학교 2학년 시절 도화책(미술 교과서) 속 까치를 보고 세부묘사를 생략한 채 온통 새카맣게 그려 병(丙)점(갑상->갑->갑하->을…병…정)을 받았으나 이듬해 일본 히로시마 고등사범학교 주최 ‘전일본소학생미전’에서 일등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나무와 까치’ 작품 속 까치는 달걀모양의 몸통, 
앞뒤로 삐죽 튀어나온 부리와 꼬리, 몸통을 바치고 있는 이쑤시개 같은 얇은 다리 두 짝이 전부입니다. 아마도 그가 9살 때 그렸던 까치와 변함이 없는 듯합니다. 만약 당시 제가 선생님이었더라도 병점을 줬을지도 모르겠습니다(웃음).

성냥갑만한 집에 네 식구가 출근길 지하철 안처
럼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차 있는 ‘A Family Portrait’. 작은 움직임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오히려 살이 맞닿아 있어 가족의 온기가 느껴집니다. 요즘처럼 넓은 평수의 집, 큰 집이 마치 행복의 기준이 되기도 하는데 장욱진은 집의 크기와 행복이 전혀 무관하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머리는 동그라미, 몸과 팔다리는 직선으로 5초면 
그릴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형태의 ‘사람’. 이보다 더 간단하게 그릴 수 있을까요. 장욱진 화가는 사람의 이목구비, 혹은 머리카락, 옷 등 불필요한 부분을 모두 절제하고 최소한의 본질만을 남겨두었습니다. 또 다른 작품 ‘아이’ 역시 비슷한 모습이지만 자신의 손자가 태어난 기쁨을 표현한 작품으로 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5:5 가르마의 아빠, 한복을 입고 있는 엄마, 공손
히 손을 모으고 있는 첫째, 바닥에 앉아 있는 발가벗은 막내. ‘가족’은 전형적인 가족사진의 형태로 한국전쟁 후 이산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습니다. ‘툇마루’는 담소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 바지는 어디에 벗어놨는지 그림 속 아이는 상의만 입은 채 아랫도리가 시원해 보입니다. 

한쪽 벽면에 소, 돼지, 개, 닭 식구들이 모여있는 
‘동물가족’. 남양주 덕소 화실 벽에 직접 그렸던 작품으로 그림과 함께 실제 코뚜레와 워낭이 걸려 있어 향토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영상 아카이브’ 공간엔 장욱진 화가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100년 만의 초대’ 다큐멘터리가 상영되며, 인터뷰한 잡지, 신문, 기타 자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싸리문에 취해 사는 환쟁이’라는 제목으로 시골집 싸리문 앞에 자세를 취하고 있는 표지도 있고, 어떤 인터뷰 기사에는 ‘한국의 간디’라는 재미난 글귀도 보입니다.

‘오브제의 방’과 ‘화가의 아틀리에’ 공간은 “나는 
심플하다.”라는 그의 말처럼 소박하고 심플합니다. 화구, 파이프, 주민등록증, 스케치, 원고, 안경 등 그가 즐겨 사용했던 오브제들이 있으며, 그가 먹고 자고 그림 그렸던, 성인이 누우면 꽉 차는 2평 남짓의 공간을 재현해 놓았습니다.

꾸밈없는 그림만큼, 꾸밈없는 생활 속에서 작품 
활동을 했던 장욱진 화가. 그의 작품이 살아 숨 쉬고 있는 한 언제까지나 그는 어린아이로 기억될 것입니다.


INFO

일시 | 2017년 5월 26일(금) - 상설전
장소 |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티켓 | 성인 5천 원, 청소년 및 어린이 1천 원
문의 | 031-8082-4245


김남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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