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예술로 승화시키다 김중업의 사후 30주기를 맞아 기획된 ‘김중업 다이얼로그’ 전은 2018년 8월 30일(목)부터 12월 16일(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립니다. ‘한국에 모더니즘 건축을 선보인 1세대 건축가’라는 한국 건축사적 의미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예술가 김중업의 또 다른 면모를 재조명합니다. 김중업건축박물관의 소장품과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사진, 영상 등 3,000여 점의 작품 자료를 선보입니다.
삼일빌딩, 1969, 김중업건축박물관
건축가 김중업(1922-1988)은 평양 출생으로 평양고보를 졸업하고 요코하마 고등공업학교 졸업 후 1948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조교수로 재직했습니다. 한국 전쟁으로 부산에 머물며 예술가들과 활발히 교류하던 그는 1952년 베니스에서 열린 제1회 세계예술가회의를 계기로 1952년 10월부터 1955년 12월까지 3년 2개월 동안 파리의 르 코르뷔지에의 아틀리에에서 일했습니다. 르 코르뷔지(1887-1965)에는 ‘현대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며 현대 작가의 작품으로 세계문화유산에 17개나 등재된 대단한 업적을 남긴 인물입니다. 처음 공간은 ‘김중업 매트릭스’로 그의 작업의 연대기를 역순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창작의 기원을 쫓아갑니다. 김중업건축연구소에서 남긴 흑백 사진과 현재 새롭게 촬영한 컬러사진을 앞뒤로 붙여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사진마다 바닥에 'B/E 191', 'B/D 82'이란 암호 같은 표시가 있습니다. B는 ‘지어짐’, E는 ‘현존’, D는 ‘멸실’, P는 ‘계획안’이라는 뜻입니다. 곧 ‘B/E 191’은 실제 건축했고 현재 남아있는 상태이며, 'B/D 82'는 실제 건축했지만,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왼쪽 벽면엔 그의 이력이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1971년부터 1978년까지 비어 있습니다. 1971년 광주대단지 필화사건(1971년 8월 10일 광주대단지 주민 5만여 명이 정부의 무계획적인 도시정책과 졸속행정에 반발하여 일으킨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에 대한 글을 발표했다는 이유로 파리로 추방당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때 추방당하기 직전에 발표했던 삼일빌딩(1969년 설계, 1970년 준공)은 당시 서울의 위상을 상징하는 최고층 건축물(지하 2층, 지상 31층)이었습니다. 검은색 철과 착색 유리로 장식은 과감하게 생략했습니다. 직사각형의 건물, 같은 크기의 직사각형 창문들로 비례미가 돋보입니다. 당시 70-90년대 대부분 고층 건물 설계는 외국인에게 맡기는데, 기본 설계부터 완공까지 한국 건축가인 김중업이 지은 초고층 건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김중업은 1950년대 세 개의 대학건물(부산대, 건국대, 서강대)을 설계했습니다. 첫 번째로 부산대학교 본관을 설계했습니다. 높은 층고와 넓은 유리를 통한 파노라마 경관, 후면의 모자이크 창은 르 코르뷔지에의 롱샹 성당의 창을 연상시킵니다. 그 외에 1969년 준공한 제주대학교 본관은 김중업이 애착을 갖던 작품이었으나 1980년 부식이 심해져 결국 1992년 철거했습니다. 서울시 서대문구에 소재한 주한프랑스대사관은 한국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로 평가됩니다. 대사관의 지붕은 우산처럼 아래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기와지붕처럼 하늘로 치켜 올려져 콘크리트임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느낌입니다. 당시 휘어진 형태의 지붕을 만들 기술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는데, 자신의 사비까지 털어가며 제작에 몰두했다고 합니다. 관저 외벽은 미술가 윤명로 작가와 김종학 작가가 진행했으며 건축과 예술에 대한 열망을 엿볼 수 있습니다. 1962년 완공 후 1965년 드골 대통령으로부터 프랑스국가공로훈장을 받았습니다. 이밖에도 올림픽 공원 입구에 있는 올림픽 세계 평화의 문과 유유제약 안양공장 건물, 서병준 산부인과의원(현 아리움 사옥), 도큐호텔(현 단암빌딩) 등 서울뿐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건축 답사 프로그램도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여해 보시길 바랍니다.
info 일시 | 2018년 8월 30일(목) - 12월 16일(주일)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제2전시실 및 중앙홀 티켓 | 2천 원 문의 | 02-2188-6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