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주일칼럼

힘줄을 끊어라

우리나라뿐 아니라 북반구에 있는 여러 나라로부터 ‘덥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는 요즘 제가 사역하고 있는 몽골은 평소보다 오히려 더 시원합니다. 아침저녁에는 겉옷을 들고 다녀야 할 정도입니다. 이런 시원함은 날씨뿐이 아닙니다. 눈도 시원합니다. 비가 많이 와서 황망하던 맨땅들도 빈자리 없이 꽃과 야트막한 풀이 무성하고, 지역 샛강에도 물 흐르는 소리가 제법입니다. 이번 여름에도 몽골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올해의 시원한 몽골의 풍광과 날씨를 많은 사람이 퍽이나 부러워했습니다.

그런 중 사진을 공부하러 온 팀들도 꽤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새로 나온 멋진 사진기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의 방향을 설정하고 가르쳐야 하는 강사의 입장에서 하루가 멀다고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사진 장비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기는 하지만 사실 부담이 됩니다. 더구나 영상이 디지털로 바뀌고 나서는 그 발전 속도가 어지러울 정도입니다. 그럴수록 리더는 중심을 잡고 원칙을 통해 장식적인 변수와 보조 기능을 분리시켜야 합니다. 또한 세상의 경쟁과 상술에 휘둘리지 않도록 바람막이도 돼줘야 합니다. 그런 지혜를 강의 중 제게 알려준 제자가 있었습니다. 더구나 하나님의 말씀과 연결해 주었습니다. 여호수아 11장 1절부터 9절의 말씀 중 마지막 절 “여호수아가 여호와께서 자기에게 명령하신 대로 행하여 그들의 말 뒷발의 힘줄을 끊고 그들의 병거를 불로 살랐더라”입니다.

저는 사진을 하면서 몇 가지의 원칙을 정하였습니다. 그중 첫째는 사진이 발전할수록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날이 갈수록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그만큼 사진기는 복잡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까지의 변천 과정과 사진의 역사를 이해시키면서 처음으로 돌아가면 훨씬 쉬워집니다. 대부분의 기계 원리는 단순한데 광학적 기계인 사진기 자체는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고 명쾌합니다.

사진은 기계를 사용하는 아주 독특한 예술 장르입니다. 그래서 말도 많고 문제도 있습니다. 오해는 사진이란 단어에서 시작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사진이란 말이 아니라 정작 사진을 만든 사람들은 ‘포토그라피’라는 말을 만들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포토와 그래프라는 단어가 합하여 만들어진 합성어입니다.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빛으로 사물을 그려낸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빛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현대 과학마저도 빛이 무엇인지 아직 잘 규명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빛은 우리의 맨손으로는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가지의 물감을 팔레트 위에 섞으며 캔버스 위에 원하는 형체와 색이 나오도록 바르는 회화와는 달리 빛은 사람의 손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입니다.

제가 사진으로 어떤 과정을 통과해야 할 때 심사위원의 질문이 그랬습니다. ‘네 작업을 우리에게 이해시켜라!’ 그 때의 제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시간과 공간이란 붓에 빛이란 물감을 묻혀 바람과 물이 그리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그 심사를 통과했듯이 저의 사진 작업은 결국 어둠 상자로 돌아갑니다. 어둠 상자는 말이 상자이지 상자도 아닌 아무것도 없는 빈 곳입니다. 여기서 사진은 시작됩니다. 거기에 바늘로 구멍을 내면 어두운 공간 그 반대편 벽에 밖의 풍광이 역상으로 맺힙니다. 그것입니다. 바로 그 상이 맺힌 자리에
필름을 준비해 놓으면 이미 맺힌 영상을 사람들과 나눌 수 있습니다. 나누며 서로 간에 느낌이 자라면 감동이 일고 이야기도 되고 살맛도 나고, 더 나아가 그 사진으로 서로를 높이고 사랑할 수도 있게 됩니다. 어떤 보조 장치도 필요 없습니다. 밖에 빛이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냥 작은 구멍을 냈을 뿐인데도 말입니다. 여기서 렌즈는 밝은 바늘구멍을 만드는 보조품의 하나가 됩니다. 작은 구멍은 인간의 눈에 어둡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여호수아에게 하나님은 ‘말의 힘줄을 끊으라!’ 하십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빛을 경험하는 것이 저의 사진 과정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히려 최신 사진기의 고급기능이 방해됩니다. 고급 기능은 그 기능을 다룰 수 있을 때 사용하는 것입니다. ‘리부트’라는 현대 컴퓨터의 용어가 어울리는 과정입니다.


함철훈 교수 (몽골국제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