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CH 정기구독
정기후원
   

[칼럼] 묵상터치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8-08-27 (월) 14:59 조회 : 339
넓고도 깊도다

“우주가 존재하기 전에 말씀되시는 그리스도가 계셨다. 
그분은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며 바로 그분이 하나님이셨다(요한복음 1:1).

요한복음의 서언(序言)은 우주의 존재 이전이라
는 차원이 다른 시공간으로 우리의 상상력을 넓혀놓습니다. 곧이어 말씀이 예수님이시라는 알 듯 말 듯 한 시적 언어로 우리의 생각을 깊게 만들어 놓고는 결국 예수님이 하나님이시라는, 엄청난 도약이 필요한 선언(宣言)을 우리의 둔한 이해 속으로 던져놓습니다.

자, 이제 요한복음입니다. 스타워즈의 도입부에 
우주로 빨려 들어가며 작아지는 배경 텍스트를 기억하십니까? 요한복음의 서언이 그렇게 우주로 빨려 들어가는 텍스트들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금방 읽고 전체의 배경을 이해하기에는 그 속도가 너무 빠르게 느껴집니다. 요한복음은 비교적 천천히 설명해 주는 듯 친절해 보이는 다른 세 권의 복음서와는 성격이 많이 달라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공관복음(共觀福音, Synoptic 
Gospels)은 예수님의 생애와 교훈을 공통적으로 다룹니다. 수신자가 다른 이유로 약간씩 달라지는 뉘앙스는 있지만 마태, 마가, 누가는 많은 유사성 때문에 이렇게 묶여서 다루어집니다. 그러나 요한복음은 복음서라는 장르를 공유함에도 불구하고 ‘제4복음서(the Fourth Gospel)’라는 별칭을 가집니다. 이런 상황을 만드는 몇 가지 차이점들이 있습니다.

요한복음에는 공관복음에 있는 내용들이 많이 생
략되어 있습니다. 여러 비유들, 변화산 사건, 성만찬 제정에 관한 말씀과 같은 공관복음의 공통기록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관복음에 자주 등장하는 하나님 나라의 주제가 생략되어 있기도 합니다.

요한복음에만 유일하게 나타나는 내용들이 있습
니다. 1장에서 5장의 기록들 대부분이 독창적인 내용들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잦은 예루살렘 방문, 친구 나사로의 사건, 예수님과 하나님을 동일하게 언급한다든지, ‘나는 …이다’라고 언급하는 내용 등이 공관복음과 중복되지 않습니다.

공관복음(마태, 마가, 누가)에 함께 나타나는 대화와 설교도 요한복음에서는 그 의미가 조금 더 넓고 
깊게 확장된 느낌이 들게 됩니다. 공관복음이 예수님께서 대중을 상대로 선포하신 내용 자체를 다루고, 예수님께서 행하신 사건에 집중하고 있다면, 요한복음은 주로 예수님께서 개인을 상대로 가르치신 의미 중심의 메시지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시기적으로도 요한복음이 공관복음보다 늦게 쓰
였기 때문에, 이야기 자체에 대한 숙고의 시간적 여유가 있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정황들에 따른 차이점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요한복음만의 특별함이 보입니다. 그것은 어떤 종류의 ‘입체성’입니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사실들로만 구성할 수 없는 깊은 통찰이 시적인 언어와 함께 요한복음을 특징짓고 있습니다.

이런 문체는 ‘전도’라는 요한복음의 목적에 굉장히 
적절하게 부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복음을 제시하다 보면 우리가 가진 논리로부터 도약해야 하는 지점에 이릅니다. C.S 루이스가 ‘나이아 연대기’라는 판타지를 통해서 이 지점을 건넜다면, 요한은 오래전에 제4복음서의 문체를 통해서 이 지점을 건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의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정체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분의 ‘정체’에 대한 요한복음의 서언(序言)은 기독교에 대하여 큰 관심이 있지만 아직은 질문이 많은 유대인이나 이제 막 개종한 유대인들을 향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요한복음은 시작부터 도약적으로, 입체적으로 예수님의 정체를 제시하며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요한복음의 특징은 결국 저자의 특징일 수 있습
니다. 감성적이며 시적인 언어를 가진 요한을 저자로 선택하여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 하신 분, 그분이 ‘제4복음서’의 참 저자입니다. 요한복음의 진정한 저자 ‘하나님’, 그분이야 말로 도약적이고, 입체적인 분입니다. 우리는 이제 두 달 동안, 하나님의 그 넓고 깊은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길승 ([사]WAFL 코디네이터)


   

foot_이미지
개인정보취급방침 이용약관 이메일무단수집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