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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화칼럼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8-08-23 (목) 09:48 조회 : 187
길은 공간과 공간, 시간과 시간, ‘나’와 ‘너’를 이어줍니다. 인간은 그렇게 길에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 그곳과 이곳을 만납니다. 길은 단순히 공간 이동을 위한 통로만이 아닙니다. 길은 ‘나’와 ‘너’의 나눔과 문화를 공유하게 합니다. 바울이 다메섹으로 가는 길에서 그랬듯이 이 땅의 길을 걸으며 섭리하시는 하나님을 만나 동행할 수 있다면 삶의 의미를 더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굳이 산티아고가 아니어도 존재의 의미를 더할 수 있다면 그 길을 함께 걸어보면 어떨까요?

나들길을 걷다


제주도에서 시작한 ‘올레길’이 한국에 걷는 열풍을 일
으켰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일입니다. 그 후 각 지자체에서는 자기 지역에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드느라 혈안이 될 만큼 열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대도시에도 걷는 길을 만들어 개장하고 안내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조금의 부작용도 있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은 것 같습니다.

우선 건전한 여가와 건강을 위해서 가장 경제적인 운
동이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걷는 것을 싫어하던 사람들도 분위기 따라서 걷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자연을 걷는다는 것은 인간에게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하고, 좋은 것을 얻게 하는 것이기에 기회를 만들어 걸어봄직 합니다. 수도권에도 걷기 좋은 길들이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관심과 취향과 능력에 따라서 어떤 길을 걸을지 선택할 수 있을 만큼 많이 만들어졌고,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역사와 바다, 산과 들이 어울려 만들
어주는 풍경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찾게 되는 곳이 있습니다. 강화도입니다. 강화도에는 ‘나들길’이라는 이름으로 난이도와 시간에 따라 골라서 걸을 수 있는 길들이 여럿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중에 8코스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난이도는 가장 낮은, 즉 아주 편안하게 산책하듯이 걸을 수 있는 길입니다. 게다가 강화의 역사, 먹을거리, 산과 들, 그리고 섬 풍경까지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길입니다. 그런가 하면 대부분 자락길이기에 섬과 바다가 잇닿아 만들어주는 특별한 정경에 취하게도 됩니다. 

계절에 따라서도 각각 다른 풍경을 경험할 수 있기에 
한 번 걷는 것으로는 그 맛과 멋을 다 경험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산이나 들길로만 걷는 것이 아니라 자락 길을 걸으면서 산과 들, 그리고 바다와 섬까지 섭렵하는 여정이 아름답습니다. 혼자도, 둘이서도, 몇 명이 같이 걷는 것도 좋습니다. 단지 건강을 위한 운동으로 무작정 걷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것들과 이야기하면서, 그것들이 만들어주는 아름다운 정경을 누리면서, 때로는 쉬엄쉬엄 걷노라면 이름 모를 풀과 새들이 발걸음을 멈추게도 합니다. 이름을 모르기에 부를 수 없지만, 그 자리에 선 채 ‘너 참 예쁘다!’ 한마디 하면서 머물 수 있게 하는 곳입니다.

겨울, 설경과 바다가 어우러져서 만들어주는 것은 어
디서도 경험하기 어렵습니다. 바다에 떠밀려온 성엣장들과 바다와 잇닿은 기슭에 자리한 갈대숲은 아무리 추워도 그 자리에 서 있게 만들어줍니다. 수화를 연상하면서 감상하면 좋습니다. 깊이 있는 그림의 한 부분이 되는 느낌을 경험하노라면 그대로 사진이고, 그림이기를 바라게 되지요. 그림 안에서 걷고 있는 기분이라고 할는지요. 그런 느낌으로 걷다 보면 순간순간을 화폭에 담고 싶은 마음에 멈추어 서게 된답니다.

그리고 잠시 응시하면서 마음으로 캔버스 안에 그 정
경을 담게 되지요. 요즘은 핸드폰의 사진기능이 발전해서 그냥 누르면 멋진 사진이 되구요. 그렇게 걷기만 해도 좋지만 쉼이 필요하지요. 지나는 길과 섬에는 참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공간을 만들어 놓은 곳 또한 많습니다. 하지만 언제 찾아도 쉼을 허락받을 수 있는 곳, 동시에 음악과 맛을 누릴 수 있는 곳에 머물게 됩니다. 

이번에 찾아가는 곳은 나들
길 8코스 마지막을 얼마 남겨놓은 곳에 있습니다. 봄날과 가을, 겨울이 특히 좋습니다. 산, 섬, 들, 바다, 단풍까지 한 번에 어우러져 만들어주는 풍경이 일품입니다. 게다가 낙조와 함께 찾아드는 철새들의 군무까지 더해지면 시간 가는지 모르게 됩니다. 물론 여름엔 아늑한 분위기에 취할 수 있는 곳이라서 좋구요.

<그린홀리데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쉼터입니다. 
지중해식 건축양식이 푸른 산자락과 잘 어울리고, 발코니에 서면 간척지에 펼쳐진 들녘과 이어지는 바다, 그리고 섬들. 태양이 기우는 각도에 따라서 달라지는 캔버스의 색감이 달라지는 것을 민감하게 느낄 수 있을 만큼 아름답습니다. 들어가는 입구에 잘 가꾸어진 나무들은 전혀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을 줄 만큼 아름답습니다. 봄날이면 온갖 꽃들이 피어나도록 식재해 놓았고, 주변에 서 있는 나무들은 적당한 그늘과 함께 여유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느끼게 되는 것은 빵이 익어가
는 향입니다. 그리고 들려지는 음악은 이미 쉼 가운데 있음을 인정하게 만듭니다. 게다가 요즘 커피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데 여기도 커피가 특별합니다. 핸드드립이 되는 곳이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커피를 알고 하는 곳이 많지 않은데, 나름 커피를 열심히 배우면서 맛을 찾고 있는 바리스타가 있더군요. 빵은 직접 굽기에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프랑스까지 가서 제빵기술을 전수받아 왔다는… 건강을 많이 생각하기에 인공발효제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발효를 통해서 빵을 만들기에 맛이 더욱 풍부합니다. 

이층 공간은 인테리어가 특별합니다. 높은 천정과 목
재가 주는 따뜻한 느낌을 살려서 오랜 시간 쉴 수 있는 여유를 줍니다. 소그룹이 함께 할 수 있는 대형 원탁도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데 함께할 수 있는 이들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 날 한 번 걸어보시죠.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린홀리데이>에서 잠시 쉼을 얻는 것도 괜찮을 것입니다. 언제라도….


이종전 목사 (어진내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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