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브로드웨이42번가

탁, 틱, 톡, 탭탭, 타다닥!

여름입니다. 정말 덥습니다. 계속 시원한 무언가를 찾게 됩니다. 시원한 풍경, 소식, 음식. 그래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시원한 소리는 어떨까요? 한여름의 더위와 짜증을 한번에 날리는 시원한 소나기 소리가 들려온다면 이 녹진한 더위가 물러갈 것만 같은데요. 하지만 하늘을 올려다보니 바짝 마른 푸른 하늘엔 해만 쨍쨍하군요. 비라고는 한 방울도 올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 비가 오지 않아도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답니다. 탁, 틱, 톡, 툭, 탭, 팁, 타다닥, 툭툭, 타다닥! 바로, 탭댄스입니다.

사람이 낼 수 있는 소리 중에서 가장 경쾌하고 시원한 소리가 바로 탭댄스 소리가 아닐까 합니다. 특히 탭슈즈와 바닥의 경쾌한 마찰음을 내며 여럿이 군무를 추게 되면 그 소리는 소나기가 아니라 폭우가 되지요. 탭댄스를 추는 사람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덥겠지만, 탭댄스를 보는 관객들은 곧 그 시원한 마력에 빠져들게 됩니다. 절제된 정확성, 경쾌함, 그리고 화려함이 담긴 탭댄스를 원 없이 볼 수 있는 작품, 뮤지컬 <브로드웨이42번가>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시골에서 브로드웨이로 갓 상경한 꿈 많은 소녀, 페기 소여는 브로드웨이 댄서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최고의 연출가인 줄리안 마쉬가 진행하는 작품, ‘프리티 레이디’에 오디션을 보려하지만, 페기는 두려운 마음에 망설이다 오디션에 늦고 기회를 잃고 맙니다. 한편, 한때 최고의 여배우였지만 이제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도로시가 ‘프리티 레이디’의 주인공이 되는데, 사실 그녀의 부자 애인인 애브너가 투자를 조건으로 그녀를 밀어 넣은 것이죠. 꿈이 좌절된 페기는 극장 밖에서 우연히 자신의 숨은 끼를 선보이게 되고, 다행히도 우연히 이를 본 안무가 앤디에 의해 코러스 걸로 발탁됩니다. 

하루하루 무대의 꿈을 키워가던 페기는 공연 오픈 이틀 전, 실수로 여주인공 도로시를 넘어뜨렸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합니다. 하지만 연출인 줄리안은 다친 도로시의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건 페기뿐이라는 사실을 알지요. 줄리안은 페기를 설득하여 주인공 역을 맡기게 됩니다. 꿈같은 기회가 찾아왔지만, 페기에게 남은 시간은 단 36시간뿐입니다. 25페이지 분량의 대사, 노래 6곡, 10종류의 댄스를 소화해내야 하는 페기, 그녀는 과연 새로운 스타로 브로드웨이의 별이 될 수 있을까요?

이 작품은 상당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뮤지컬입니다. 1981년 토니 어워즈에서 작품상, 안무상을 수상한 이후, 30년 후인 2001년 토니 어워즈에서도 리바이벌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니,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끊이지 않고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는지요. 브로드웨이에서는 5천 회 이상 장기공연 될 정도로 스테디셀러입니다. 사람들에게 뮤지컬의 한 장면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이 작품의 탭 군무 장면을 떠올릴 정도로,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은 쇼 뮤지컬의 대명사로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왔습니다.

활기 넘치는 페기 소여 역에는 통통 튀는 매력의 정단영과 오소연이, 한때 최고의 프리마돈나였지만 점점 퇴색되고 있는 도로시 역에는 관록의 여배우 김선경과 배해선이, 브로드웨이의 카리스마 연출가 줄리안 마쉬 역에는 탤런트 출신의 김석훈과 이종혁이 캐스팅되어 기대를 모읍니다. 

가진 게 별로 없지만 꿈은 많은 소녀의 성공담. 어쩌면 오늘날 숱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더 이상 새롭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성장담을 좋아합니다. 누군가의 좌절과 그것을 딛고 일어서 좀더 나은 사람이 되는 과정에 동참하는 것, 그것을 보는 자체가 큰 위안이 되거든요. 페기 소여의 좌절과 극복 속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진심으로 그녀를 응원을 하게 됩니다. 꼭 꿈을 이뤄서 이 세상의 꿈에 목마른 모든 이들에게 시원한 소나기로 뿌려지기를, 그래서 팍팍한 현실을 살아나가고 있는 모두에게 희망의 단비가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info

일시 | 2018년 6월 21일(목) - 8월 19일(주일)
          화, 목, 금 8시 / 수 3시, 8시 / 토 3시, 7시 30분 / 주일 2시, 6시 30분
장소 |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러닝타임 | 160분(인터미션 포함)
출연 | 김석훈, 이종혁, 김선경, 배해선, 이경미, 홍지민, 
          오소연, 정단영, 정민, 강동호, 송영창, 김호, 임기홍 외
티켓 | R석 13만 원 / OP석 12만 원 / S석 9만 원 / A석 6만 원
문의 | 오픈리뷰(주) 1588-5212


한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