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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어느날, 미래의 어느날
에베소서
‘분열과 대립’의 시대를 오랫동안 살아오며 흐릿해진 ‘통일과 화목’의 주제가 우리 민족 앞에 새롭게 제기되는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민족이라는 슬픈 별명을 지닌 우리 모두의 착한 바람이 언젠가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통일과 화목’이라는 이슈는 함께 읽게 될 에베소서의 관심이기도 합니다. 에베소서의 그리스도는 우주를 통일하시고 이방인과 유대인을 화목하게 하시는 분으로 묘사됩니다.
에베소서를 읽으면서 우리는 또한 구원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저마다 자기 의사를 가지고, 저 잘난 맛에 사는 거라지만 구원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다른 이들의 구원에 대하여도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이유이기도 합니다. 교회는 차별과 배제의 몸이 아니라 사랑과 포용의 몸임을 에베소서 안에 기록된 교회와 그리스도의 관계를 통해서 잘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골로새서
이런 에베소서의 대표적인 주제들은 골로새서에서도 나타납니다. 차이가 있다면 골로새교회에 보낸 바울의 편지가 보다 구체적인 정황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바울은 로마의 감옥에 있을 때 골로새 교회의 문제에 대해 다루는 편지를 먼저 보내고, 에베소서를 작성했을 것입니다. 다양한 문제들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당시 초기교회들을 염두에 두고 바울이 에베소서를 모두를 위한 회람용 서신으로 썼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에베소서가 바울과 에베소교회의 친밀한 관계에 어울리지 않게 차분하고 건조한 어투를 가졌다든지, 에베소서에는 골로새서처럼 구체적인 상황이 나타나지 않는다든지 하는 것들이 에베소서가 회람용 서신일 수 있는 배경이 됩니다. 이런 이해를 가지고 에베소서와 골로새서의 두 본문이 어떻게 유사하고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 가며 읽어본다면 훨씬 흥미로울 것입니다.
바울이 펜을 들 수밖에 없었던 골로새서의 구체적 정황들로는 교회 안에 침투한 혼합주의, 철학과 전통, 천사숭배, 금욕주의, 버리지 못하는 옛 생활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바울은 소위 ‘철학과 헛된 속임수’가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살라고 권고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의 방식 자체가 그리스도로 인해 얻은 생명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한계시록
에베소에서 남서쪽으로 약 65km 떨어진 에게해에 밧모라는 섬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 했다는 이유로 밧모섬에 유배된 사도 요한은 그곳에서 본 환상을 기록합니다. 그리고 그 편지를 일곱 교회에 보냅니다. 일곱이라는 숫자의 완전성에 주목하면 이 편지는 당시 아시아지역의 모든 교회 뿐 아니라, 지금의 우리들을 포함한 미래의 모든 교회들에 더불어 보내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성경의 첫 번째 책인 창세기가 ‘첫 하늘과 첫 땅’으로 시작했다면 마지막 책인 요한계시록은 ‘새하늘과 새 땅으로’ 마무리됩니다. 성경의 통일성과 일관성을 보여주는 놀라운 수미상관(首尾相關)의 구조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계시록은 성경 전체를 구조적으로, 균형적으로 읽게 해주는 다양한 기록방식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몇몇 상징이나 숫자에 머물러 함부로 해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7, 8월에 읽게 될 이 편지들은 비록 새로울 신(新)자를 쓰는 신약(新約)에 포함된 책들이지만 집에 있는 책들 중에 이만큼 오래된 책들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읽고 묵상하는 이 오랜 문장들은 역사를 뛰어넘어, 우리의 삶 안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적용되어야 합니다. 당시의 정황에 대한 이해와 묵상을 통해 본문에서 절대적인 것들을 남겨놓고 보면, 우리의 현실에 정확히 맞닿는 긴요한 메시지를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길승 ([사]WAFL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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