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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일칼럼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8-04-20 (금) 11:57 조회 : 261

흘러간 영화를 음미하다
영화<원더>

동명의 베스트셀러 도서가 원작이며, 할리우드 히어로 영화들 사이에서 깜짝 흥행을 기록하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영화 <원더>가 한국에 상륙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성장영화 <월플라워>의 감독이자 영화 <미녀와 야수>를 각색한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의 차기작이었기 때문에 더욱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영화 <원더>는 안면기형장애를 가진 초등학교 5학년 어기라는 친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장애를 가진 아들이 사람들의 시선으로 인해 상처받을 것을 걱정해 마냥 보호하고 싶었던 부모는 어기가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홈스쿨링을 합니다. 하지만 곧 중학교에 입학하는 어기를 위해서 그리고 마냥 보호만 할 수 없는 부모의 입장에서도 어기가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때가 되었음을 감지하고 가족은 어기가 일반 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결정합니다. 영화의 제목과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그리고 우리가 자주 봐왔던 훈훈한 감동 드라마라는 마케팅 문구까지 영화를 보기도 전에 관객들은 영화가 어떻게 흘러가겠구나 짐
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영화 <원더>.

하지만 영화는 예측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태어날 때부터 27번의 안면 성형수술을 거친 어기는 자신의 또래 친구들보다는 조금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합니다. 누구보다 위트 있고 호기심 부자인 어기는 남들과는 많이 다른 외모 때문에 맛있는 음식을 왕창 먹을 수 있는 땡스기빙이나 산타가 선물을 들고 찾아오는 크리스마스보다는 자신의 얼굴을 숨길 수 있는 할로윈 데이를 더 좋아합니다. 그런 어기에게도 마냥 따뜻하기만 한 가족의 품에서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야 할 시간이 찾아오고 일반 초등학교로 진학하게 되죠.

등교 첫날 어기는 온전히 자신의 모습으로 가기엔 자신이 없어 평소 아끼는 우주비행사 헬멧을 쓰고 갑니다. 헬멧 뒤에 마냥 숨을 수만은 없는 어기는 결국 사람들의 시선을 직면할 수밖에 없고 크고 작은 사건들로 인해 받는 상처도 불가피해 보입니다. “누구에게나 흔적이 있어. 얼굴은 우리가 갈 길을 보여주는 지도이자 우리가 지나온 길을 보여주는 지도야.” 어기의 엄마로 분한 배우 줄리아 로버츠가 사람들의 시선, 편견으로 인해 고통 받는 아들에게 해준 가장 따뜻한 말이었습니다.

얼굴을 겉모습으로만 평가하지 않고 보이는 것 너머의 의미를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말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 말은 평생 얼굴을 평가 받으며 살아왔고 또 한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었지만 지금은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나는 최고의 배우 줄리아 로버츠를 통해서 나온 대사여서 더 의미있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흘러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젊어지려고 갖은 노력을 하기보다는, 더 이상 과거의 모습이 아닌 자신의 얼굴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안면 장애 때문에 고통 받는 어기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해야 하는 일이었음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난 좋은 친구를 사귀면서 변하고 싶어.”

우리는 친구 맺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유유상종이란 말을 쓰길 좋아합니다. 비슷한 친구들끼리 모이게 된다는 말이죠. 어렸을 때부터 그런 친구 맺기에 익숙하기 때문에 나와 같지 않은 사람이 등장했을 때 거리 두기를 하는 모습은 참 자연스러우니까요. 그런데 영화 <원더>에서는 조금 다른 면을 보여줍니다. 바로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면서 새 친구들을 통해 자신이 변화되기를 바라는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우리 안에는 변하고자 하는 마음이 항상 존재하지요. 새해 결심이 그런 마음의 반증일 텐데요. 그렇다면 자신과는 다른 유형의 성품이나 스타일을 가진 친구를 사귐으로서 자신의 변화를 꾀하는 방식은 매우 합리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을 돌아볼 때 이런 방식의 새 친구 맺기가 거의 이뤄지지 않음을 볼 수 있어요.

영화에서도 어기와 친해지고 싶은 친구들이 어기와 친구가 돼야겠다고 마음을 먹지만 바로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나거나 또는 결정적인 상황이 만들어져야만 겨우 행동하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그 순간까지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타인의 시선과 자신의 이미지 등에 대한 생각을 모두 넘어서야만 가능한 것이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변화를 위해 자신이 뜻한 바를 용기 있게 행동으로 옮기며 친구를 만들어간 초등학생들의 모습 안에서 능동적인 관계의 확장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이 다 너와 관련된 것은 아니야”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세상이 장애를 가진 어기를 향해 갖는 편견을 보여주고 관객이 어기와 함께 그것을 극복해 가는 여정을 함께 가도록 합니다. 영화는 자연스럽게 편견을 갖고 있는 세상과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어기의 이야기로 나뉘어 이분법적인 방식으로 전개되기 십상입니다. 관객은 편견을 가진 세상보다는 주인공에 감정을 이입하면서 어기의 인생역전 극복기를 통해 한편의 판타지 가득한 필-소-굿 영화를 한편 보고 나오는 것이죠. 내가 속한 현실 세상에서 장애에 대한 편견을 돌아보기보다는 장애를 ‘타자화’ 해서 남의 이야기로만 인식하게 됩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은 영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보여줍니다. 총 5막의 이야기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가장 먼저 주인공 어기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곧 화자를 어기의 누나 비아에게로 옮겨놓지요. 그런 다음에는 어기의 친구 잭 윌과 누나 비아의 절친 미란다의 이야기까지 화자를 확장시켜 갑니다. 얼마나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고 또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네 명의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장애를 가진 어기의 이야기인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어기와 그의 가족을 통해 다양한 삶의 이야기와 시선을 말하려고 했음을 알게 됩니다.

영화는 장애를 가진 한 소년의 훈훈한 장애 극복기인 듯 시작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길고지난한 삶의 여정 속에서 장애는 우리 모두가 직면해야 하는 일부이자 과정으로 결론짓고 있습니다. 장애를 나와는 다른 특이한 것으로 대상화 하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일반과 장애의 구분을 두지 않으려는 시선,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여정에서 우리 모두에게 존재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보려는 태도를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강도영 기획자 (빅퍼즐 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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