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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에 내려 앉은 천사
개, 소, 돼지는 그 모습 그대로 살다가 죽지요. 아무리 영리한 짐승도 사람의 삶을 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다른 존재 같습니다. 어떤 인간은 사람이면서 개처럼 혹은 돼지, 소처럼 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꽃처럼, 천사, 혹은 악마처럼 살기도 합니다. 인간은 선악과 앞에 선 에덴의 아담처럼 선과 악을 의지로 택할 수 있습니다. 그택한 삶을 살게 되지요. 슈바이처 목사는 안락한 의사의 삶보다 나병과 창자가 썩는 고창병이 창궐하는 아프리카의 밀림을 택했습니다. 나이팅게일 간호사는 전쟁터의 포화속으로 뛰어 들어가 아군적군을 가리지 않고 치료해주는 삶을 택하기도 했지요. 마더 테레사 역시 인도 켈커타 빈민굴로 뛰어 들었습니다.
며칠 전 저는 날개만 없는 두 천사의 얘기를 방송국 친구에게 들었습니다. 24세의 간호사 지망생이었던 오스트리아인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룸메이트로 1962년 한국 전라도 고흥 땅 소록도에 왔습니다. 그녀들은 3평짜리 방에서 43년을 살았습니다. 맨손으로 나병인들의 환부에서 피고름을 짰고, 그들과 같이 식사를 했습니다. 피고름이 얼굴로 튀어 오르는 일은 흔했습니다.
세월은 흘러 한 분은 치매에 걸렸고, 다른 분은 암에 걸렸습니다. 이제 오히려 소록도 사람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이들은 섬을 떠납니다. 갈퀴처럼 늙은 손에는 43년 전 가지고 왔던 낡아빠진 가방뿐이었습니다. 이들은 소록도 사람들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겼습니다. 말없이 떠나서 죄송하다고. 또 그동안 자신들에게 서운한 것이 있었을 지도 모를 사람들에게 용서를 빌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소록도의 삶이 진정 행복했노라고!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봉사기간 동안 어떤 매체나 누구와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습니다.
숨은 들꽃 같은 삶을 선택해 살았습니다. 이들은 이제 죽음만이 남았습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두려운 그 죽음도 이들은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주님이 양팔을 벌려 맞이해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한국의 24살 대학생들은 무엇을 꿈꾸며 어떤 선택을 할까요? 마가렛과 마리안느에게 노벨평화상이 추천되었더군요. 아마 하늘나라에서는 더빛나는 상이 준비되었겠지요. 누구나 일생동안 매일매순간 선택을 합니다. 주님에게 기쁨과 영광이 되는 선택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행복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요? 마가렛과 마리안느는 아마 주님과 이웃을 사랑했던 모양입니다.
이창훈 목사 (목양침례교회 담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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