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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온 러브레터
일전에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몸과 마음이 지쳐 무뚝뚝한 표정으로 운전하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I see trees of green, red roses, too.
난 푸른 나무와 붉은 장미를 보아요.
I see them bloom for me and you.
난 그것들이 나와 당신을 위해 꽃을 피우는 것을 보아요.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그러면 난 스스로 생각을 하죠.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오랜만에 듣는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의 ‘What a wonderful world!’는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돌아가는 나의 마음을 환하게 깨웠습니다. 마치 오랜 기다림 속에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편지처럼 마음에 기쁨이 밀려왔습니다. 잔뜩 흐린 하늘에 먹구름이 걷히고 파아란 하늘을 드러내듯이 마음이 활짝 열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다시 그 노래를 검색해 들으면서 그 곡의 가사에 담긴 새로운 의미들을 마음에 담고 생각에 잠기다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What a wonderful world?,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그런데 과연 그럴까? 그러다가 괜한 호기심이 발동해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에 대해 검색하다 보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를 그린 그의 어린 시절은 그리 아름다운 세상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에 날마다 눈을 뜨면 엄마의 한숨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지 삶에 푸념과 원망 섞인 20살이 안된 엄마의 말투에서 그에게 아름다운 세상은 너무 거리가 먼 세상이었습니다. 그가 태어난 세상에는 ‘아버지’란 존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매일 밤마다 그의 엄마는 일을 나갔고, 새벽이면 술에 잔뜩 취해지쳐 돌아온 엄마를 보면서 자랐습니다. 그가 살던 세상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팔아 생을 유지하는 엄마와 같은 이들이었습니다. 날마다 석탄이나 폐품을 팔아 나르는 가게에서 그는 비지땀을 닦으며 그래도 아름다운 세상을 동경하며 살아가는 법을 익히며 살고자했습니다.
이미 11살 때 학업을 포기했고 소년원에도 들어갔습니다. 그런 그의 세상에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한 줄기 빛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위로해주는 음악으로 중창단을 꾸려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아름답고 새로운 세상을 조금씩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지긋지긋한 현실,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쓰레기 같은 세상에서 그는 음악이라는 눈으로 새롭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에게 음악은 보이는 현실이 진짜가 아닌, 진짜 아름다운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새로운 출구였습니다.
루이 암스트롱은 하나님이 만들어 주신 ‘음악’을 통해 일상의 새로운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는 피하고 싶고 만나고 싶지 않은 일상 속에 있는 내가 아닌 다른 나를 만났습니다. 진실로 새로운 나를 만난 것입니다. 과거와 미래가 만든 현실 속에서 그는 늘 못난 나, 가능성이 없는 나, 이 세상에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였습니다. 하지만 일상이 주는 진정한 현재 속에 있는 ‘나’는 사랑받는 ‘나’, 가능성이 있는 ‘나’, 정말 이 세상에서 태어난 소중한 ‘나’ 였습니다.
그는 음악을 통한 진정한 현재 속에서 새로운 나를 만들어 갔습니다. 새로운 가능성을 지닌 ‘나’, 세상에 누구보다 소중한 나를 새롭게 만들어 갔습니다. 현재 속에 있는 나는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두려움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늘 진정한 현재 속에서 새로운 소망과 가능성에서 새로운 현재를 만들어 갔습니다. 결국 그는 재즈음악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상, 일상에 숨겨진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가 믿는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눈에 세상을 향한 비늘이 떨어지고 하나님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요? 하나님이 주신 새로운 시선을 통해 일상을 새롭게 보는 것입니다. 그 일상 속에 하나님이 숨겨두신 아름다운 것들을 보는 것입니다. 내 안에 숨겨진 아름다운 것,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믿는다는 것은 대단한 것을 이루는 것이기보다 아주 작은 일상이 보내준 편지를 열어보는 것과 같습니다. 믿는다는 것은 아주 작은 일상의 순간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사랑의 편지를 열어보며 어린아이처럼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을 여러분에게 전하는 것은 여러분도 우리와 교제를 갖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의 교제는 아버지와 그분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갖는 교제입니다.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 넘치는 기쁨을 나누려고 이 글을 써 보냅니다(요한일서 1장 3-4절 현대어성경).”
오동섭 목사 (미와십자가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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