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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일칼럼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8-01-16 (화) 09:29 조회 : 149
도시락 사랑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이었습니다. 
그때 그 시절 겨울은 꽁꽁 얼은 고사리 손을 호호 불고 다니곤 하는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중학교 입시경쟁이 치열하기도 한 시절이기도 하였습니다. 돈암동의 작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그 과외그룹에 들어가면 K여중을 갈 수 있다고 소문이 나있는 과외그룹이 있었습니다. 자존심 세기로 유명했던 어머니이지만 자식 앞에서는 그 유명한 자존심도 힘을 못 쓰나 봅니다. 제발 우리 딸을 넣어 달라고 빌어가지고 어머니들의 허락을 받아 그 유명한 과외 그룹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돈암동 우리 집에서 과외공부 하는 집 안암동까지
는 걸어서 거의 1시간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방학이라 아침부터 도시락까지 싸가지고 오후 늦게까지 과외공부를 하곤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추운 겨울 내내 한 번도 내 손에 도시락을 쥐어 보내지 않으셨습니다. 입시 공부하는 딸에게 따뜻한 점심 먹이고 싶은 한 가지 소망 가지고 그 먼 길을 따뜻한 도시락을 싸가지고 추운 겨울 왕복 2시간을 걸어오셨던 것입니다. 

어머니는 90세가 되신 지금도 어머니 책상 앞에는 
늘 성경책과 시집이 놓여 있습니다. 시집을 7권 출간하시며 딸들에게 꽃에 비유하여 시를 써 주셨던 어머니입니다. 꽃꽂이 봉사를 30년, 성만찬 봉사를 10년, 성경을 100독 하시고 좋은 말씀을 필사하여 딸들에게 주곤 하던 어머니입니다. 

그림자를 만들려면 본체가 똑똑히 서야 한다 하시
며 그토록 열심히 사셨던 어머니, 내 삶의 스승이었던 어머님의 마중물 사랑은 내 삶을 버텨주던 힘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중사랑을 베풀어주던 어머님의 도시락 사랑 기억하면 새벽마다 기도하는 어머니의 기도를 감히 거역 못하는 내 모습을 봅니다. 

“무릎 꿇는 사람은 그 어떤 사람보다도 멀리 볼 
수 있다는데, 우리 정희 무릎 꿇는 사람 되게 하옵소서.”

“삼신의 사람 되게 하여 주옵소서. 하늘에는 신앙, 이웃에게는 신의, 자신에게는 신념의 사람 되게 하옵소서.” 

생명보다 사랑하던 아들 하늘나라 보내고 하루를 
살아갈 힘이 없을 때 죽음이 삶보다 쉬워도 한두 배 아니고 일곱 여덟 배 쉬웠을 때도 어머니가 부어주신 도시락 사랑 때문에 감히 죽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도시락 사랑이 마중물 되어 이즈음 10명
의 친구들과 재능기부 무료상담소, 연합가족상담연구소를 열어갈 수 있는 힘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을 만큼 아픈 사람들을 만나는 그 시간이 그렇게도 뿌듯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다시금 희망을 붙잡고 연구소를 나서는 모습을 보는 기쁨은 ‘곡식과 포도주가 풍성할 때보다 더 하나이다’라고 고백하게 됩니다.

어머니의 도시락 사랑 내 마음에 햇살 되었고 이제 
그 햇살, 투명한 유리병에 담아 아픈 친구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도록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엄정희 교수
(서울사이버대학교 가족상담학과 교수, 연합가족상담연구소 소장,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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