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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화칼럼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7-12-19 (화) 15:25 조회 : 42
길 따라, 별 따라

길은 공간과 공간, 시간과 시간, ‘나’와 ‘너’를 이어
줍니다. 인간은 그렇게 길에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 그곳과 이곳을 만납니다. 길은 단순히 공간 이동을 위한 통로만이 아닙니다. 길은 ‘나’와 ‘너’의 나눔과 문화를 공유하게 합니다. 바울이 다메섹으로 가는 길에서 그랬듯이 이 땅의 길을 걸으며 섭리하시는 하나님을 만나 동행할 수 있다면 삶의 의미를 더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굳이 산티아고가 아니어도 존재의 의미를 더할 수 있다면 그 길을 함께 걸어보면 어떨까요?

어린 시절 별은 꿈이었습니다. 굳이 별자리를 헤아
리지 않아도 별은 아이들의 나래를 펴게 했고요. 여름날 은하수는 세상 모든 아이들의 블랙홀이었습니다. 저녁이면 돗자리에 누운 채 별나라로 떠나는 여행은 미래를 향한 아이들의 꿈이었습니다. 한데 별을 보지 못한지 얼마나 됐는지요. 아니 별을 굳이 보아야 할 이유나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에 인간이 만든 불빛을 더 좋아하게 됐는지 모릅니다. 도심을 밝히는 전기불은 밤하늘의 별들을 사라지게 했고, 당연하다는 듯 인간은 그 별을 찾으려하지도 않습니다. 어쩌면 현대인은 별을 모르거나 잃어버린 채 자신의 손에 들려져 있는 핸드폰 하나로 만족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핸드폰 속에 담겨진 별들에게서 꿈을 찾고 있는 듯합니다. 현대인에게 핸드폰은 무한한 능력을 갖고 있는 지니(아라비안나이트의)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어디 하나님이 지으신 저 우주에 있는 별들
만 할까요? 결코 잡을 수도, 담아올 수도 없는 별이지만 지구의 아이들에게 무한한 꿈을 가지게 했던 별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별들이 우리 곁에 가까지 올 수 없게 되었습니다. 별은 사람들에게 꿈과 평화를 느끼게 하는 감성을 만들어줍니다. 이제는 걷는 일도 별로 없고, 더욱이 가로등 불빛이 없는 길을 걸을 일은 더더욱 없으니 그만큼 별을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여유도, 기다림도, 이해할 수 있는 마음도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핸드폰에 갇혀 별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그러한 마음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별을 잃어버린 세상은 꿈도, 여유로움도, 도란도
란 이야기하며 밤을 지새울 수 있는 친구도 잃어버리게 했습니다. 별을 헤아리며 밤새 이야기 했던 그 친구들이 지금은 없습니다. 어쩌면 그들도 모두 핸드폰에 갇혀있는지 모릅니다. 어느 광고의 카피에 나오는 것처럼 “잠시 꺼두어도 좋습니다!”라고 하는 말이 아니더라도 전화기를 끄고 옆에 있는 친구와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관계와 환경이 만들어질 때 진정 사람 사는 맛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길을 가면서도, 친구와 앉아있으면서도 이야기는 건성이고 오감은 핸드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디 별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나 할까요?

길을 따라 가다보면 머물고 싶은 곳, 쉬고 싶은 곳, 
때로는 그냥 앉아 있고 싶은 곳, 그런 곳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발걸음이 멈춰지는 곳도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관리하는 것, 그것을 누리는 것, 나아가 그것들을 통해서 이루시고자 하는 그분의 뜻을 헤아려 그것을 감당하는 것을 기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인들 조차도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를 기뻐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도 역시 핸드폰에 갇혀있습니다.

잠시 핸드폰 내려놓고 하나님이 지으신 별들이 머
무는 곳을 찾아본다면 어떨지요. 시작부터 별 이야기를 했으니 이번에는 별들이 머무는 곳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그곳은 밤에는 밤대로, 낮에는 낮대로 별이 있는 곳입니다. 모악산 자락에 자리한 <별마당>에는 밤낮 가리지 않고 많은 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언제나 조용한 선율이 흐르고, 지나는 바람조차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시 맴돌다 가지요. 한 공간에서 찻집, 카페, 음악 감상실, 간단한 요깃거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창밖에는 다양한 꽃들, 철따라 찾아드는 온갖 나비, 새들까지 그냥 갈수 없어 찾아드는 곳이랍니다.

<별마당>을 지키고 있는 주인장의 오지랖이 꽤 넓
지요. 해서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들이 찾아들어 기꺼이 친구가 되어주는 곳입니다. 녀석들 중에는 아예 둥지를 틀고 제 집인 양 알을 낳고 부화를 시켜 새로운 생명을 길러내기도 하지요. 주인장의 오지랖은 녀석들이 주인행세를 하게 하고 정작 자신은 숨을 죽이고 산답니다. 오갈 때조차 조심조심, 행여나 놀라지나 않을까 눈치를 보면서 눈칫밥을 먹고 있지요.

근처를 지나노라면 나도 모르게 이미 <별마당>으
로 찾아가고 있답니다. 그곳엔 밤하늘의 별만이 아니라 땅의 별들까지 한 자리에 있기에 귀도, 눈도, 입도, 코도, 모두 힐링할 수 있습니다. 오죽하면 모악산의 온갖 새들까지 <별마당>에 모일까요. 녀석들에겐 소문이 자자하답니다. 특히 눈이 내린 겨울날이면 모악산에 사는 날짐승들에게는 비상이 걸리지요. 하지만 녀석들은 이내 연락망을 통해서 여기 <별마당>으로 모인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별마당>을 모른다네요. 가는 길 
잠시 멈추고 별들과 쉼을 얻을 수 있는 곳에서 핸드폰은 끄고 실내악 선율로 들려지는 주님의 음성을 듣노라면 그냥 행복이지요.


이종전 교수 (개혁파신학연구소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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