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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일칼럼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7-12-18 (월) 13:41 조회 : 372

공동체 영화보기 : 빅퍼즐 영화클럽

빅퍼즐 문화연구소를 통해 시작된 [영화클럽: 와일드 카드]가 벌써 세 번째 가을을 맞이합니다. 영화 <크래쉬>를 통해 인종, 민족, 종교 등을 뛰어넘는 공동체성에 대해 고민했고, 박찬욱 감독의 <쓰리 몬스터>을 통해 악의 보편성과 평범성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솔직한 섹스 스캔들을 다룬 <킨제이 보고서>를 가지고 영화 속의 성에 대해 대화 할 때는 교회에서 터부시하는 주제여서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흥미로웠습니다. 20년 전 정치 영화 <웩 더 독>를 가지고 정치 속의 언론 플레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는 다양한 관점, 텍스트에 대한 풍부한 해석 등이 있어서 좋았지만 20년 전 미디어와 정치의 위험한 선동이 지금도 여전함을 볼 수 있어서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영화클럽의 시작은 기대 반 염려 반 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과 모여 영화를 보고 이야기 하는 것이 참으로 흥미로운 작업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클럽을 진행하는 저에게 지인이 물어왔습니다. 도대체 영화클럽에 어떤 사람들이 오냐는 것이었죠.그래서 그냥 일반 사람들이 온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인은 더욱 의아해했습니다. 왜냐하면 영화클럽을 인도하는 제가 영화에 대한 권위자가 아니기 때문이죠. 자타가 인정하는 권위자가 인도하는 모임도아닌데 왜 사람들이 찾아오는지 궁금했던 것입니다. 지인의 의아함을 해결해주기 위해 빅퍼즐 문화연구소가 진행하는 인문학 강좌에 대한 신뢰가 있는 사람들이 오는 것이라고 답변했지만 그 대답은 반은 맞고반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오히려 이 질문 자체가 우리가 직면해 있는 배움에 대한 새로운 환경과흐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한국사회의 인문학 강좌는 레드오션입니다. 무언가 번뜩이고 신선한 강좌를 열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방식은 지나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인문학 강좌의 최강자인 강신주 선생의 강의부터 플라톤 아카데미, 테드, 정의란 무엇인가 강좌까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발전과 정보의 민주화로 인해 특정 장소에 가서 강좌를 들어야지만 인문학을 배울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는 말 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오프라인에서 모여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일단 온 라인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것, 아니 하기 어려운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매력이 발생하기 때문이죠. 지난 3년 동안 영화클럽을 해보니 느껴지는 지점들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현장에서 만나 나눠지는 이야기를 통한 해석과 의미 만들기입니다.

사람들이 영화클럽을 찾아온 것은 강도영의 영화 강좌를 듣고 싶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주변 상황들을 살펴볼 때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죠. 그렇다면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자신들이 본 영화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장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또 읽어 낸 텍스트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합니다. 타인과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이야기를 말하고 싶어했고 또그것이 자기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과거에는 모두가 인정하는 선생님이 중간에 서서 문제와 정답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배웠지만 이제는 그런 스타일의 선생님 필요하지않은 것 같습니다. 선생의 역할이 시간이 가면서 바뀌기 시작한 것이죠.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지식만큼아니더 많은 지식을 학생들이 보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인터넷을 통해서 지식 보유의 역전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선생님이 중앙에서 지식을 통제하며 가르쳤겠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방식으로 사람들이지식을 얻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아니 새로운 방식으로 배우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영화클럽 멤버들이 모여서 앉아있는 구조부터 바꿨습니다. 앉아있는 학생들이 앞에 있는 선생님을 바라보는 구조를 탈피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원탁에 서로를 둘러보며 앉았습니다. 한 사람의 선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의견이 있는 모두가 서로에게 선생이 되었고 모두가 학생이 되었습니다.

함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텍스트에 대한 해석이 다양할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이었죠. 때로는 모임에 참여한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관점이 등장했고 그러다 보니 불가피하게 의견의 충돌이발생했습니다. 우린 아직도 내 의견에 대한 다른 의견이 있는 것을 불편해 할 때가 많습니다. 그냥 다른의견일 뿐인데 서로가 말한 것을 틀렸다고 말하면 기분이 상하기도 합니다. 그때 선생님이 필요했습니다.선생님은 자신이 독점한 정보를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가 각자 접수한 정보를 소화하고 모으는 가운데 나오는 다양한 의견들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게 바로 영화클럽에서 제 역할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3년의 시간을 돌아보면 불편하기도 한 의견의 대립이 날카로운 인사이트를 낳기도 했고, 또한 이런 과정의 반복이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근육을 키워주기도 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이미 느끼셨겠지만 영화클럽은 전문가만 할 수 있는 모임이 아닙니다. 어찌 보면 영화클럽이란 모임은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과 사람들과 함께 모여 이야기 하고 싶고 열린 마음의 소유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이지요. 제가 모임을 시작하기 전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영화는 언제나 함께 보고이야기하는 것이 혼자 보고 느끼는 것보다 더 낫다는 것입니다. 제 경험을 비춰볼 때 이건 언제나 사실인것 같습니다. 그 말은 영화를 보고 개인이 느끼고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의미를 발생시키는 과정 자체가 공동체적인 속성을 가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영화의 계절 가을입니다. 영화 혼자 보지 마시고 함께 보시면서 더 풍성한 영화보기의 세상으로 들어오시면 어떨까요?


강도영 기획자 (빅퍼즐 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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