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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일칼럼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7-11-06 (월) 09:18 조회 : 192
주님의 선물

사람들이 대부분 잠든 시간입니다. 홍콩 타이쿠싱 
뒷산 마운틴 버틀러에 제게 사진을 배우는 제자들과 함께 올랐습니다. 산이 높아지고 경사가 가팔라질수록 차츰 우리가 몸담고 있는 건물들이 커다란 어둠속에 쭈삣 드러납니다. 인공불빛의 디테일이 선명해집니다. 산을 오르는 목적 자체가 사진 촬영을 위한 것이다 보니, 보이는 것들을 사진기의 눈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들이 마치 거대한 사진기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잠시 쉬며 먼 야경을 맨눈으로 내려다보니 지난 기억이 떠오릅니다.

몇 년 전 문화체육관광부·
외교통상부·지식경제부와 중앙일보 주최로 <Gems of Central Asia>란 이름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초대전을 준비할 때입니다. 전시할 공간을 의논하기 위해 관계자들과 용산 현장에서 만났습니다. 박물관 직원이 컨트롤 타워와 워키토키로 교신을 하며 예정된 전시장문의 암호와 스위치를 조작합니다. 둔탁하게 느껴질 만큼 커다랗고 두꺼운 쇠문이 서서히 올라갑니다.

그때가 그랬습니다. 지
금과 같이 우리들이 커다란 사진기 앞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내등을 켜기 전 가물한 전시장의 크기가 가름되지 않았습니다. 막상 문턱을 넘어 들어서니, 조금 전에 커다랗고 육중하게 보이던 문과 사람들이 갑자기 작게 느껴졌습니다. 방 끝이 보이지 않는 사각형의 공간이 더욱 사진기 안에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우리가 거인국의 사진기 안으로 들어와 두리번거리고 있는 듯하다’는 아라비안나이트 신밧드의 얘기를 아내에게 하였습니다. 그 때 전시의 큐레이팅을 맡게 된 아내는 전시장 입구를 바늘구멍으로, 작품 설치를 맺힌 상으로, 전시장 밖에서 우리가 촬영해 온 중앙아시아 나라들의 풍광을 서브제로 구성하였습니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홍콩의 야경이 그 때 용산 국
립박물관 전시실에 걸린 작품의 오브제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산을 오를수록 작품 앞에서 눈을 떼지 않고 뒤로 물러서며 원근감의 각도를 확인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사진은 아무 것도 없는 빈 공간에서 시작됩니다. 비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빛마저 차단되어야 합니다. 어두운 빈 상자입니다. 그 어둠상자에 준비된 빛의 통로를 이용해 원하는 이미지가 잘 드러나도록 상이 맺히는 필름에 거리를 맞추고 또한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준비된 셔터스피드와 조리개 값을 선택 조합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시간과 공간이 섞이고 호환된 결과
가 필름에 담기게 됩니다. 그렇게 빛을 계량하고 변형시키고 강조하기 위해 우선 선입견 없이 어둠상자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 이론의 변수를 잠시 내려놓고 생각해보았습니다. 사진의 힘은 아무것도 없는 어둡고 빈 공간에서 발휘됩니다. 사실 사진기라고 불리는 카메라의 어원은 ‘비어 있는 방’입니다. 사진은 빛마저 차단된 비어있는 곳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홍콩은 세련된 도시입니다. 여러 분야에서 현대인
의 삶이 꽃 피는 곳입니다. 하나님을 찾지 않는 곳일 수도 있는 도시입니다. 그런 분위기에서도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를 간절히 찾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있습니다. 특히 홍콩엘림교회 성도들은 토요일 새벽마다 포근하고 따뜻한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바로 이산의 정상에 올라 열방을 위한 기도회를 갖습니다. 어언 중단없이 460회를 넘었습니다. 그런 일들이 모여 하나님은 홍콩도 사랑하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부드러운 구름들이 차가운 조명과 콘크리트 건물들을 이불처럼 덮고 있기 때문입니다. 완전히 저의 일방적인 해몽입니다. 그렇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착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술가는 세상을 자기 멋대로 그 때 그 때 분위기에 따라 해석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진작업이 내 삶을 풍성하게 해줬으며, 거기서 얻게 된 도전과 경험은 더 좋은 영상과 기획을 만들어내는 변증법적 선순환으로 발전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불 밖으로 나와 어둠에 쌓인 산에 오를 때만해도 
누구도 상상 못했던 또 다른 자연의 이불을 보았습니다.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홍콩을 덮고 있는 
하늘과 구름은 전혀 예기치 못했던 풍광입니다. 주님이 주신 선물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주님이 우리에게 줄 선물의 서막에 불과하다는 믿음이 이불 밖 버틀러 산에서 생기고 있습니다.


함철훈 교수 (몽골국제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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