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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따뜻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요즘 드라마를 보아도, 영화를 보아도, 공연을 보아도 온통 무겁고 자극적인 이야기가 일색입니다. 이 작품들이 사람들의 삶의 반영이라면 우리가 사는 세태가 점점 더 고단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자극적이면서 전개가 빠르고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들은 보는 그 순간은 손에 땀을 쥘 만큼 재미있지만, 우리의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기도 합니다.
날이 추우면 따뜻한 국물을 먹고 싶은 것처럼, 마음과 삶이 서늘할 때는 이런 혼잣말이 나오곤 합니다. ‘아, 이젠 좀 따뜻한 이야기 좀 보고 싶다...’ 유혈이 낭자하고 모두가 불행에 몸부림치는 그런 작품의 숲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껴보고 싶어집니다. 눈을 감으면, 시골의 어느 장터가 펼쳐집니다. 뙤약볕 밑, 다 부서진 검정 우산 아래에서 나이든 여인, 순자가 웅크리고 앉아 있습니다. 젊은 시절 자신을 구하다 불구가 된 김씨를 마음에 품고 있던 순자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내내 남편과 자식에게 희생하며 살아왔습니다. 혼자 미지근한 소주 한잔을 벗삼아 살던 그녀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증손자의 돌잔치를 마치고 고단한 낮잠을 청하려할 때, 그 옛날의 김씨가 찾아옵니다. 오랜만의 해후에 반가웠지만, 김씨는 순자에게 함께 떠나자고 청하는데... 순자는 평생 해온 대로 남편 걱정, 자식 걱정, 집안일 걱정에 발걸음을 떼기 어렵습니다. 과연 순자는 김씨를 따라 나서게 될까요? 연극 <사랑별곡>은 충남 서산의 한 시골 장터를 배경으로 삶의 고단함을 안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40대부터 죽음과 마주한 80대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그리며 우리나라 사람들만이 가진 특유의 정(精)과 한(恨)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마누래 꽃동산>(원제)으로 2010년 초연 무대를 선보였던 <사랑별곡>은 ‘깊어진 세월과 죽음 앞에서 마주한 미련, 미안함, 용서를 거친 사투리로 담담하게 표현, 죽음마저 삶으로 끌어안는 삶의 통찰력’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다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이 묵직하면서도 담담한 이야기를 무대위에서 그려낼 배우들입니다. 평생 김씨를 마음에 품고 있는 아내가 미워 무던히도 속을 썩였지만 그녀의 죽음 앞에서 비로소 용서를 비는 남편 박씨 역에는 ‘꽃보다 할배’로 젊은 세대와 더욱 가까워진 이순재 배우와 연극 · 뮤지컬 · 영화 등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는 송영창 배우가 더블 캐스팅되었습니다. 한 평생, 시장 귀퉁이에서 나물을 팔며 남편과 자식을 위해 희생하면서도 죽는 순간까지 첫 사랑 김씨를 마음에 품고 있는 순자 역은 국민 어머니 고두심 배우가 맡았습니다. 생활 연기의 달인이라 불리는 서현철, 남문철 배우는 오래된 친구 최씨를 맡았습니다. 이 명배우들을 연극무대에서 만나보게 되어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친정엄마>로 이미 관객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덥혔던 구태환 연출은 이번 작품에서 관록 있는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인생의 깊이를 대사 하나 하나에 담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기울이며, 초연보다 완성도 높은 무대 미술로 작품이 가지고 있는 시적인 언어들을 가장 아름답게 무대화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매일 뉴스에서 쏟아지는 ‘너무나 거대한 불행’은 우리를 점점 무덤덤하게 만들어버립니다. 무수한 생명들이 사라지는 전쟁이나 자연재해들과 같은 메가톤급 불행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게 아닐까요. 그래서 우리의 감정이 점점 메말라 버리는 게 아닐까요. 이런 거대한 이슈들 숲에서 매일매일 시간은 흘러가고, 우리 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을 놓치게 됩니다. 한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큰 고통은 가까운 사람의 떠남이고, 가장 큰 기쁨은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는 일상의 사랑일 것 같습니다. 마음 속에서 곰삭아버린 오랜 사랑과 그 애틋함. 봄이 가고 여름이 와도 여전히 마음이 추운 이들을 위해 준비된 따뜻한 국밥과 같은 작품이 필요합니다. INFO 일시 : 2014년 5월 2일(금) ~ 2014년 8월 3일(주일)
화, 수, 금 오후 8시 | 토 3시, 7시 | 일 2시, 6시 (월, 목 공연 없음)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작 : 장윤진
연출 : 구태환 출연 : 이순재, 고두심, 송영창, 서현철, 남문철, 정재성, 김현, 황세원, 허웅, 박초롱, 김정환
제작 : ㈜적도, ㈜연극열전, 극단 수(秀)
문의 : 연극열전 02-766-6007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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