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찾아 떠나는 전설의 여정
오래 전에 상영된 ‘존 말코비치 되기’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매우 독특한 심리영화인데요.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대상이 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뉴욕의 거리에서 인기 없는 한 인형극을 연출하는 인형사가 크레이그는 집안에 동물을 한 가득 키우는 아내 리타와 함께 지루한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좀 더 나은 수입을 위해 한 회사에 취업하게 됩니다. 그런데 특이하게 그 회사는 뉴욕의 한 빌딩의 7과 1/2층에 자리 잡은 레스터라는 회사입니다. 그곳에서 그는 서류를 정리하는 일로 취업이 됩니다. 그는 자신의 사물에서 우연히 서류를 정리하다 서랍 뒤에 있는 작은 문을 발견하게 됩니다. 호기심에 그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놀랍게도 그 문은 영화배우 ‘존 말코비치’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통로였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자신이 존 말코비치가 되어 행동하게 됩니다.
처음에 그 시간은 15분이었다가 나중에는 마치 인형을 움직이듯이 존 말코비치의 머릿속에서 살게 됩니다. 게다가 그는 아내를 버리고 그의 직장 동료인 맥신을 사랑하며 함께 존 말코비치의 머릿속에 들어가는 것을 사업으로 큰 돈을 벌게 됩니다. 이후에 그는 아예 겉모습은 영화배우 존 말코비치이지만 실제로는 인형극사 크레이그가 되어 사랑도 하고, 명예도 얻으며 만족하게 살다가 불행하게 끝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상상력은 이렇습니다. 누군가 나 자신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그 안에 들어있는 나는 내가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내 머릿속에 들어올 수 있는 통로를 통하여 내 머릿속에 들어와 나를 조정하고 있을 수 있다는 상상력으로,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물론 이 영화에는 다른 많은 논의거리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 핵심적인 질문은 ‘나는 진정한 나인가’입니다. 이 질문에 ‘나는 누구다’라고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다는 것은 우리는 잘 압니다. 우리가 자신 스스로 생각할 때 우리 안에 수많은 내가 있다는 것을 압니다. 어떤 한 모습만의 내가 아닌 다른 모습의 내가 들어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존 말코비치 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들와왔다가 나갔다가 하는 것처럼 내 속에 내가 너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모습에 대해서 문학과 예술에서 다양한 상상력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안에 이러한 수많은 내가 존재함을 알고 갈등하게 됩니다. 내가 원하는 모습의 내가 있는가 하면 내가 저주하고 원망하며 미워하는 나의 모습도 있습니다. 나의 바람은 내가 원하는 모습의 내가 있으면 좋겠지만, 오히려 내가 원하지 않는 나의 모습 때문에 실망하고 절망합니다. 내가 원치 않는 모습이 싫어서 자꾸 다른 사람의 모습에 기웃거리며 그런 모습을 그리고 닮아가려고 합니다. 내 속에 일그러지고 어두운 모습은 끊임없이 나의 삶에 발목을 잡고 순간순간 나를 괴롭게 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사도 바울에게도 있었습니다. 그는 로마서 7장 18-19절에 “선한 일을 하고 싶어하면서도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나의 옛 성품 속에는 선한 것이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나는 내가 바라는 선한 일은 하지 않고 원치 않는 악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런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합니다. 로마서 7장 24절에 “아아, 나는 얼마나 비참한 사람인가요! 누가 이 죽음의 몸에서 나를 구해 내겠습니까?” 말하자면 내 안에서 나와 나 자신의 평화가 깨어져 불화가 생긴 것입니다. 내가 나를 미워하고, 내가 나를 거부하며 내가 나를 저주하게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겉모습은 멀쩡해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내면은 남들에게 보여줄 수없는 나와 싸우는 치열한 전쟁터와 같습니다. 문제는 무엇입니까? 나는 누구인가라고 할 때 우리는 내속에 다양한 모습의 나를 거부하기보다 그 모든 것이 나라는 것을 인정하고 용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에 대해 심리학자이자 신학자인 폴 투루니에는 그의 책 “인간이란 무엇인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 세상에서 등장인물과 실제 인간의 완전한 일치를 기대하는 것은 유토피아적 이상이다. 게다가,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우리는 하루하루 그 둘의 불일치를 끊임없이 자각하기 때문에 그 이상을 향해 다가가려 애쓴다. 따라서 우리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갈수록 불안감이 가중된다고 말할 수 있다.
결국 우리 자신을 완벽하게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조금씩 암중모색으로 알아갈 뿐이다. 불안정하고 복잡하며 신비롭고 이해할 수 없는 실제 인간의 최종적 실체를 완벽하게 포착하기는 불가능하다. 우리 자신이 우리가 생각하던 것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부끄러운 순간에 불연 듯 나타나는 희미한 빛이나 그림자를 통해서만 실제 인간을 조금이나마 인지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런 인간 조건, 즉 실제 인간과 등장인물간의 끊임없는 긴장 관계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긴장 관계는 인간에게만 허락된 것이며, 이런 긴장 관계를 통해서 인간은 인간이 된다.”
바울이 ‘내가 나 된 것은’이라고 할 때 바울이 생각하고 있는 나는 누구일까요? 그리고 바울이 그전에 원했던 ‘나’는 누구일까요? 바울이 ‘내가 나 된 것’이라고 말할 때 그는 자신의 현재의 모습에 만족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고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그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수많은 자신의 모습과 화평하였습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이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라는 것에 확신했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할 때마다 나 자신의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가게 됩니다. 세상의 어떤 전설보다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로 나를 찾아가는 길이야말로 아름답고 새로운 전설을 쓰는 것입니다.
시편 100편 3절에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분명하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호와가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알아라. 그가 우리를 만드셨으니 우리는 그의 백성이요, 그가 기르시는 양이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모든 만물이 성숙해지며 아름다운 열매를 만들어 내듯이 어제의 내가 아닌 새로운 나로서, 하나님의 사랑받는 새로운 나로서 성숙해지며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 시간이 되길 소망합니다.
오동섭 목사 (미와십자가교회 담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