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풀하우스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4-11-18 (화) 21:02 조회 : 2071

Full House

흰 종이위에 그려진 검은 선으로 그려진 밋밋한 얼굴을 보고도 어제 헤어진 남자친구를 본 양 울고 웃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이 세상의 순정만화들은 왜 한결같이 슬프고 재미있었을까요. 눈에 별이 일곱 개가 박힌 여주인공과 9등신 몸매에 장발을 흩날리는 남자주인공은 종이 위의 2D 세계에 살지언정 늘 눈앞에 4D로 아른거립니다.

주인공들에 온갖 감정이입을 하던 그때는, 그 인물들이 분명 이 지구상 어딘가에도 믿었던 것입니다. 원수연 원작의 만화 ‘풀 하우스’에 나오는 아름다운 집, 풀 하우스도 당연히 영국에 존재하리라 생각했고, 영국의 귀족이자 최고의 영화배우인 라이더와 별 볼일 없는 한국인 여자 엘리가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에 골인하는 이야기는 꽤 흔히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런 사건은 일상에서는 도저히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신데렐라나 콩쥐 이야기가 아주 오래전부터 회자된 걸 보면 옛 서양인들도, 우리 조상들도 분명 평범한 여주인공이 비범한 남자주인공을 만나 사랑을 이루는 플롯을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들도 다 알았을 겁니다, 신데렐라 스토리는 그야말로 동화라는 것을.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서 성을 짓든 집을 짓든 여전히 왕자님을 기다리고 있는 소녀가 숨어있으니까요. 만화 ‘풀하우스’를 사랑하던 사람들에게 풀하우스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만화 ‘풀하우스’는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영국배경이 아니라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톱스타 영재와 시나리오 작가 지은의 사랑이야기로 각색되었습니다. 이들은 어떤 사정에 의해 ‘풀하우스’라는 이름의 집에서 함께 지내며 아웅다웅 다투다 정들게 됩니다. 당시 드라마에서는 비와 송혜교가 각 남녀 주인공을 맡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한참 지나 이 작품이 다시 뮤지컬로 만들어지게 되었으니, 만화책과 드라마의 향수를 간직하고 있는 팬들에게는 희소식입니다. 마음 속 깊이 빗장을 질러두었던 풀하우스가 멋지게 리모델링되는 순간이니까요. 게다가 그 광경이 무대 위에서 눈앞에 펼쳐진다면 그것도 참 멋진 일이겠지요.

뮤지컬 <풀하우스>는 2010년, ‘제4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창작 뮤지컬로 선정되어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았습니다. 그 이후 긴 시간동안 탄탄한 작품으로 개발되어 왔습니다. 성재준 연출은 ‘만화와 드라마로 이미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기 때문에 뮤지컬 또한 하나의 브랜드로서 오랜 시간 관객들과 함께 하길 원했다’고 밝혔습니다. 워크샵 및 페스티벌 참여를 통해 충분한 검증과 수정작업을 거쳤고, 2D 공간에서만 이루어졌던 원작과 드라마 작업을 무대화 할 때 독특한 아이디어를 담은 영상에 공을 들였다는 후문입니다.

청춘스타로 아시아 영화계에서 주목 받고 있지만 자신의 감정 표현이 서투른 배우 ‘이영재’역에는 <그날들>, <막돼먹은 영애씨>의 김산호 배우와 드라마 <오로라공주>에서 눈길을 끈 서하준, <광화문연가>, <요셉 어메이징>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의 면모를 인정받은 아이돌 양요섭, 레오(빅스)가 캐스팅 되었습니다. 쾌활하며 명랑한 시나리오 작가지망생 ‘한지은’ 역에는 곽선영, 정민주(JOO), 정은지(에이핑크)가 캐스팅 되어 신선한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다시 신데렐라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 같은 주인공들의 사랑은 사소한 사건,구두 한짝으로도 행복하게 성취됩니다. ‘풀하우스’ 원작과 드라마의 주인공들 역시 집이라는 하나의 접점을 통해 결국에는 진정한 ‘Full House’를 이루게 됩니다. 그런데 웬수와 한 지붕에 살다가 어느덧 가족이 된다는 이 동화같은 이야기는 신데렐라 성공담보다 재미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의 재미는 운명론에 있지 않고 두 사람이 ‘서로 다름’으로 다투다가 ‘그래도 비슷함’을 받아들이게 되는 성장담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오늘날의 많은 가족들이 살아가는 방식이자 가장 현실적인 동화인지도 모릅니다.

INFO

일시 : 2014년 4월 11일(금) - 2014년 6월 8일(주일)
평일 저녁 8시 / 토요일 오후 3시, 7시 / 일요일 및 공휴일 오후 2시, 6시
장소 :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원작 : 원수연
작, 연출 : 성재준
작곡 : 하광석
티켓 : VIP 110,000원 / R석 99,000원 / S석 77,000원 / A석 55,000원
러닝타임 : 2시간 20분 (인터미션 20분 포함)
제작 : ㈜카바엔터테인먼트, (주)심포니나인
문의 : 인터파크 1544-1555

한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