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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의 장인정신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놀라지 마세요. 애니메이션 회사 픽사의 경우 제작기간이 무려 짧게는 4년, 길면 15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15년이라니! 어떤 작업을 하기에 이렇게 제작 기간이 오래 걸리는 걸까요.
Ralph Eggleston, Sequence Pastel: Field Trip, Finding Nemo, 2003, Pastel on paper ©Disney/Pixar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함께, 서울디자인재단과 지엔씨미디어가 4월 15일부터 8월 8일까지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전시관에서 ‘픽사 애니메이션 30주년 특별전’을 선보입니다.
토이 스토리를 탄생시킨 존 라세터, 현재 픽사의 회장 에드 캣멀, 애플의 수장으로 알려진 스티브 잡스는 1986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세웠습니다. 30년 동안 픽사는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카, 라따뚜이, 월‧E, 업(UP), 인사이드 아웃 등 나열하기 입이 아플 정도로 세계적인 작품을 탄생시켰습니다.
픽사의 아티스트들이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손수 빚어낸 스케치, 그림, 스토리보드, 컬러 스크립트, 캐릭터 모형 조각 등 약 5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며, 각 영화 별로 ‘캐릭터, 스토리, 월드(영화 속 세계)’의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구성했습니다.
영화 시작 전,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 나오는 스탠드는 본 적 있으신가요? 픽사(PIXAR) 로고에서 알파벳 'I(아이)'를 담당하고 있는 스탠드, ‘룩소 2세’입니다. 전시장 가장 앞자리를 맡고 있는 룩소 2세는 존 라세터 감독이 만든 단편영화에서 출연을 시작으로, 이제는 픽사를 대표하는 캐릭터입니다.
세계최초 장편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이 공간에서는 보안관 우디와 우주인 버즈 라이트이어의 성형 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별 모양에 가까운 각진 얼굴과 주근깨가 있는 우디, 큰 눈망울과 토실토실한 볼, 잘 발달한 하관의 버즈. 사실 초기 버즈의 모습은 토이 스토리를 만든 존 라세터 감독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장난감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을 성공시키고 픽사는 과감히 비호감의 대표주자 곤충을 소재로 한 ‘벅스 라이프’를 제작합니다. 곤충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과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일명 ‘버그캠’을 제작했습니다. 초소형 카메라에 바퀴를 달고 작은 막대기에 부착한 뒤 잔디밭에 끌고 다니며 영상을 찍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풀 숲 세상과 우리가 바라보지 못했던 사소한 부분까지 재미있고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얼마나 섬세하게 드렸는지 드로잉을 보면 개미의 더듬이 위치가 눈앞 인지, 눈 뒤 인지, 더듬이의 마디마다 모형이 다르다는 것까지 알 수 있습니다.
이제는 바닷속으로 가보겠습니다. ‘니모를 찾아서’는 개봉 이틀 만에 7백 9십억 원의 수입을 올렸을 만큼 대단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다른 동물에 비해 물고기는 표정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제작진은 눈에 주목하며 그 안에 최대한 감정을 담았습니다. 눈만 전문적으로 그리는 애니메이터가 정도라고 하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실감나는 묘사를 위해 애니메이터들은 물고기 해부도 하고 스킨 스쿠버 자격증을 취득하고 직접 바다 속에 들어가 산호와 물고기를 관찰했습니다. 또한 니모가 하수구에 빠지는 장면을 그리기 위해 직접 하수구를 견학하고 정화조에서 정말 니모가 빠져나올 수 있는지도 확인했다고 합니다.
하나의 작품을 위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돼야 하고, ‘라따뚜이’처럼 음식을 소재로 하면 요리사 수준의 실력을 쌓아야하기 때문에 자연히 제작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업(UP)’의 경우 몇 개의 풍선을 달아야 집이 날 수 있을지 애니메이터들과 수학자들이 계산했습니다. 그 결과 너무 많은 숫자가 필요했기 때문에 절충했는데도 자그만치 20,062개였습니다. ‘월‧E’는 실제 로봇으로 제작하면 바로 작동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그렸습니다.
이번 전시는 ‘토이 스토리 조이트로프(zoetrope)’와 ‘아트 스케이프(artscape)'라는 설치 작품도 선보였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조이트로프‘는 원반 형태의 받침대 위에 캐릭터들이 각자의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 원반이 빠르게 회전하고 깜빡거리는 조명을 받으면 마치 살아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처럼 보입니다. ’아트 스케이프‘는 미디어 설치 작품으로 콘셉트 작업부터 최종 결과물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한 편의 영화처럼 볼 수 있습니다.
INFO
일시 : 2017년 4월 15일(토) - 2017년 8월 8일(화)
장소 : DDP 배움터 지하 2층 디자인전시관
티켓 : 일반 1만 3천 원, 청소년 1만 1천 원, 어린이 9천 원
문의 : 02-325-1077
김남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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