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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도 피할 수 없었던 고통의 시간
영화와 CF에 삽입되어 한국인이 사랑하는 클래식 1위로 뽑힐 정도로 사랑받아왔지만, 뒷이야기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인물, 라흐마니노프. 그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피아노곡을 썼다는 전설적인 작곡가인 동시에 러시아의 대표적인 피아니스트이기도 합니다.
라흐마니노프는 유복한 환경에서 태어나 9세에 페테르스부르크 음악원에 입학할 정도로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습니다. 또한 스무 살이 넘을 무렵에는 런던으로 진출하며 촉망받는 음악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스물네 살 때, 페테르스부르크에서 초연된 「교향곡 제1번」이 심한 혹평을 받았고, 그로 인한 신경 쇠약으로 한때는 창작이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3년이라는 긴 시간을 암흑 속에서 지냈던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재능을 인정받고 날아오르던 천재의 날개는 그렇게 부러지는 듯했습니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러시아의 천재음악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가 슬럼프를 겪을 당시를 무대 위로 옮겨왔습니다. 기록에는 ‘1901년(28세) 암시 요법에 의해 겨우 회복될 수 있었던 라흐마니노프는 명작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완성하여 글린카(러시아) 상을 받았다’는 짧은 문구로 그가 암흑기를 견뎠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뮤지컬에서는 그가 슬럼프를 극복하는 치유의 과정을 상상을 더해 세심히 그려냅니다.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 박사가 라흐마니노프를 찾아와 진심을 담은 따뜻한 말과 음악적 교감으로 그를 위로하는 것입니다. “당신은 이미 사랑 받는 사람입니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가 지난 해 초연 당시 호평 받았던 이유는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친숙한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표현해냈기 때문입니다. 피아니스트와 현악 연주자들을 과감히 무대 위로 올려 마치 클래식 공연을 보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작곡과 음악감독을 겸하고 있는 이진욱 감독은 ‘피아노가 단순히 악기라는 것을 넘어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상징으로 사용된다.’며 작품 속에서의 피아노의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라흐마니노프의 명곡인 「피아노 협주곡 2번」과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차용하여 넘버를 구성해 클래식과 뮤지컬의 조화를 이루었고, 배우 못지않은 섬세한 감성을 가진 연주자들의 호흡을 직접 눈앞에서 볼 수 있게 만들어 음악이 주는 힘을 배가시켰습니다. 이러한 시도로 <라흐마니노프>는 제1회 한국 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 극본상, 작곡/음악감독상, 프로듀서상 총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이진욱 작곡/음악감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이번 재연에서는 초연 멤버였던 박유덕, 안재영, 김경수, 정동화 배우가 다시 한 번 돌아옵니다. 또한 또 다른 주인공, 제 3의 배우라고 불리는 피아노의 연주에는 초연에서 뛰어난 연주를 들려주었던 이범재 피아니스트와 더불어 신예 박지훈 피아니스트가 합류했습니다.
한편, 재기에 성공한 이후 라흐마니노프는 1906년 드레스덴으로 옮겨 작곡에 전념, 「교향곡 제2번」,「피아노 소나타 제1번」, 교향시 「죽음의 섬 Ostrovmyortvikh」을 완성했습니다. 1908년에 귀국, 이듬해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을 초연했고, 그 후로도 의욕적인 활동을 통해 많은 명곡을 남겼습니다. 천재도 피할 수 없었던 고통의 시간 - 슬럼프를 이겨내는 데에 꼭 재능만이 필요한 게 아닌지도 모릅니다. 공감하며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 힘이 되는 말 한 마디를 건네줄 수 있는 누군가가 더 필요합니다. 라흐마니노프가 만났던 치유의 기적이 어느 때보다도 ‘위로’와 ‘치유’가 필요한 시기, 우리들에게도 찾아올지 기대하게 됩니다.
INFO
일시 : 2017년 2월 4일(토) - 3월 12일(주일)
화-금 8시 / 토요일 3시, 7시 / 주일 2시, 6시
장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티켓 : R석 6만 6천원 / S석 4만 4천원 / A석 3만 3천원
러닝타임 : 90분
연출 : 오세혁
극본 : 김유현
작곡 : 이진욱, 김보람
문의 : HJ컬쳐 02-588-7708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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