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드북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7-02-06 (월) 15:01 조회 : 1757

금기를 깨는 유쾌한 상상!

‘터부(taboo), 금기’

특정 집단에서 어떤 말이나 행동을 금하는 것, 신성하거나 속된 것, 또는 깨끗하거나 부정하다고 인정된 것에 관해 접촉하거나 이야기 하는 것을 꺼리는 것.

각 시대 혹은 사회마다 터부시되는 행동들이 있습니다. 다리를 떨면 복이 나간다거나, 사다리 밑으로 지나가면 불운하다는 등의 행동적 징크스에 가까운 터부가 있는 반면,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첫 손님이 여자면 하루 종일 장사가 안 된다는 등의 편견에 기반한 터부도 깊게 뿌리내려 왔습니다. 이러한 터부는 억압된 사회일수록 더 강하게 나타나기 마련인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영국의 황금기라고 알고 있던 빅토리아 시대도 예외는 아닙니다.

영국의 19세기는 빛과 어둠의 시대로 불립니다. 산업 자본주의의 영광 속에 숨어 있는 제국주의의 어두운 착취, 신사의 나라 이미지에 숨어 있는 여성 비하의 이중성 때문입니다. 빅토리아 여왕에 대한 존경과 찬사의 기저에는 가부장적 질서를 벗어난 하층 여성들에 대한 억압과 차별이 팽배하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특히 성(性)이 은밀하고 어두운 곳에서만 화제에 올랐기 때문에 오히려 사회 분위기는 더 억압적이고 경직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혹자는 “빅토리아 시대는 ‘여왕의 시대’였지, ‘여성의 시대’는 아니었다.”고까지 평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억압적인 시대에도 늘 유리천장을 뚫고 하늘을 직접 손으로 만져보려는 모험가들이 존재합니다. 뮤지컬 <레드북>의 안나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엉뚱한 상상으로 똘똘 뭉쳐 소설가의 꿈을 꾸고 있던 안나는 약혼자 앞에서 과거의 경험을 고백했다가 파혼 당하고 도시로 건너옵니다.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야릇한 상상(?)을 하며 하루하루 굳세게 살아가던 어느 날, 그녀 앞에 신사 중의 신사, 고지식한 변호사 브라운이 나타납니다. 서로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은 하루하루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벌이지만, 의도를 알 수 없는 브라운의 수상한 응원에 힘입어 안나는 여성들만의 고품격 문학회 <로렐라이 언덕>에 들어가고, 자신의 야릇한 추억들을 하나씩 꺼내 소설로 쓰게 됩니다.

하지만 때는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단어로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빅토리아 시대.

안나의 소설이 담긴 잡지 ‘레드북’은 거센 사회적 비난과 위험에 부딪치게 되는데… 안나는 과연 이 소설의 끝을 맺을 수 있을까요? 세상천지에 제일 고지식한 브라운과의 묘한 만남은 어떻게 이어지게 될까요.

뮤지컬 <레드북>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 ‘창작산실’의 2016년 뮤지컬 우수신작으로 선정된 작품입니다. <여신님이 보고계셔>로 환상의 팀웍을 이루었던 한정석 작가와 이선영 작곡가가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 4년 만의 신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엉뚱한 여주인공 안나가 세상의 편견에 맞서 소설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한정석 작가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이선영 작곡가는 ‘클래식한 느낌에서부터 팝적 요소를 아우르는 다양한 곡들로 전체적으로 사랑스럽고 발칙한 느낌을 잃지 않으려 했다’고 밝혔습니다. <키다리 아저씨>의 히로인 유리아와 <드라큘라>, <페스트>의 박은석이 각각 안나와 브라운을 맡고, 지현준, 김태한, 김국희, 주민진 등 관록있는 배우들이 굵은 감초로 출연해 호연을 선보입니다.

뮤지컬 <레드북>이 성(性)을 소재로 한 로코물에서 훨씬 더 확장될 수 있는 지점은 우리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 때문입니다. 자유와 평등이 공기처럼 익숙해진 시대라고는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불평등이 새로운 금기를 만들어내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우리 사회에도 많은 안나들이 유쾌한 싸움을 해나가고 있고, 언젠가는 현실을 옥죄는 터부를 깰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서 늘 희망을 발견합니다!

INFO

일시 : 2017년 1월 10일(화) - 1월 22일(주일)

화 - 금 8시 / 토 3시, 7시 / 주일 2시, 6시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티켓 : R석 6만원 / S석 4만원
관람연령 : 만 12세 이상
작, 작사 : 한정석
작곡 : 이선영
연출 : 오경택
출연 : 유리아, 박은석, 지현준, 김태한, 김국희, 주민진, 윤정열, 장예원,
권용국, 허순미, 김상균, 이다정

예매 : 인터파크 1544-1555
문의 : 바이브매니지먼트 070-7789-2774

한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