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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플 땐 우리 함께 빨래를 해 화창한 날, 빨래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우리의 일상과 함께하며 더러워진 옷을 깨끗이 빤 후. 탈탈 털면 금세 보송보송하게 마르는 모습.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보는 이의 기분마저 상쾌해집니다. 여기, 지친 하루 속에서 빨래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위로받는 이들이 있습니다. 서울에서도 하늘과 맞닿은 작은 동네. 새로 이사 온 27살의 ‘서나영’이 그 주인공입니다. 고향인 강원도 강릉을 떠나 서울의 한 서점에서 근무하며 살고 있는 ‘나영’은, 빨래를 널러 올라간 옥상에서 이웃집 몽골 청년 ‘솔롱고’를 만납니다. 어색한 첫 인사 후 두 사람은 바람에 날려 넘어간 빨래로 인해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영은 부당해고를 당한 동료를 위해 맞서 싸우다 해고의 위기에 처하고, 솔롱고는 불법 체류자 신세로 전락한 채 상심에 빠지게 되는데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낯선 서울 살이, 이들의 이야기는 과연 어떻게 진행될까요.
2003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공연으로 시작한 이 작품은, 2005년 초연무대를 가졌습니다. 첫 무대 후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3,500회의 공연과 53만 명이 넘는 관객 수를 기록하며 많은 이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2012년, 2015년 일본 무대 진출에 이어 2016년엔 중국까지 진출했습니다. 라이선스 공연 이후에는 외국 관객을 위해 금요일 공연에는 일본어 자막, 토요일 공연에는 중국어 자막 상영도 이루어지고 있어, 국가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번 18차 프로덕션에서는 빨래로 큰 사랑을 받았던 기존 배우들과 새롭게 투입된 실력파 배우들이 만났습니다. 서울 살이 5년 차인 당찬 강원도 아가씨 서나영 역에는 강연정, 그리고 새롭게 강지혜 배우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꿈을 위해 한국에 온 순수한 몽골청년 솔롱고 역에는 이준혁, 배두훈, 노희찬이 3인 3색의 매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기존 배우들의 노련함과 새로 투입된 배우들의 열정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며 더욱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입니다. 특히 이번 무대는 소극장이라는 공간적 배경으로 배우들의 표정과 열정을 더욱 가까이서 함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소한 부분에도 신선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빨래를 터는 장면에선 단순한 소품인 줄 알았던 옷이, 물에 젖어 있는 진짜 빨래라는 점, 장면과 장면 사이 무대가 암전 될 때, 미리 설치한 불빛들로 별이 빛나는 달동네를 표현하는 모습 등,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까지도 관객의 몰입도를 높혀 줍니다. 또한, 지그재그로 설치한 무대의 장치는 한 개의 벽만으로도 실내와 실외의 효과를 동시에 낸다는 점에서 참신하게 다가옵니다. “서울살이 몇 핸가요. 언제 어디서 왜 여기 왔는지 기억하나요. 언제 어디서 무슨 일 있었는지 마음에 담고 살아가나요.” 뮤지컬의 시작과 동시에 나오는 이 노래는, 오늘날 청춘들을 대변합니다. 많은 이들이 공부나 취직 등 저마다의 꿈을 찾아 서울에 왔지만,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낯설고 힘든 서울살이를 하는 모습. 이 작품은 코리안 드림을 갖고 서울에 온 외국인 노동자 ‘솔롱고’와 강원도에서 상경해 야간대학을 중퇴하고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나영’ 등의 인물을 통해 외부인에게 마냥 친절하지만은 않은 서울살이의 모습을, 보는 이들이 함께 공감하도록 표현했습니다. 또한, 우리가 그동안 알면서도 모른 체 했던 외국인 노동자문제, 장애인 문제 등, 조금은 무거울 수 있는 우리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솔롱고의 재치 있는 말투와 억양, 늙은 주인 할머니의 정겨운 사투리 등 유쾌한 요소들을 사용해 부담스럽지 않게 표현한 점이 돋보입니다. 이 작품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나영’과 ‘솔롱고’에겐 사랑의 시작이 되는 빨래. 힘들고 속상한 희정 엄마에겐 잠시나마 힘든 일을 잊게 해주는 빨래. 늙은 주인 할머니와 아픈 딸에겐 아직 살아있음을 의미하는 빨래. 이 작품에서 확실한 답을 주진 않지만, 서로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고, 위로해 주는 매개체가 빨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쁨을 나누고 슬픔은 달래며 서로 위로가 되는 관계. 진심어린 소통. 이러한 모습이 11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에도 뮤지컬 <빨래>가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추운 날씨, 잠시나마 따뜻함을 느끼고 싶다면 뮤지컬 <빨래>를 추천합니다. 난 빨래를 하면서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뮤지컬 <빨래> 중 - INFO 일시 : 2016년 3월 10일(목) ~ 2017년 2월 26일(일) / 수 4시 8시, 목/금 8시, 토 3시 7시, 일 4시
장소 :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1관
티켓 : 전석 5만원
러닝타임 : 160분(인터미션 15분)
문의 : 씨에이치수박 02-928-3362
작/작사/연출 : 추민주 서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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