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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호주머니”
홍순관이라는 이가 있습니다. 노래하는 사람이지요. 일전에 우리교회에도 모셔 그분의 노래를 듣기도 했습니다. 저는 홍순관의 노래를 참 좋아합니다. 그간 낸 앨범은 모두 가지고 있고, 시디플레이어에 그분의 앨범 바꿔 넣는 일을 즐거워합니다.
그 중 제가 제일 좋아하고 아끼는 앨범은 ‘신의 정원’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그 앨범에는 시인 천상병의 시를 옮겨 놓은 노래가 몇 곡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귀천(歸天)’입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그 앨범 맨 끝자락 트랙도 천상병의 시, ‘새’라는 노래입니다.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외로우니까 사람’이라 했던 가요?
그 외로움이 이 외로움과 같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참 외롭게 살다 간 한 인생을 시인 천상병에게서 찾습니다. 그야말로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같은 인생이지만, 그 ‘소풍 끝내는 날’에는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는 인생에게서 그 ‘외로움’이 단지 외로움만은 아닐 것임을 가늠해 봅니다.
천상병 시인을 두고 ‘기인’이라는 세간의 여김이 괜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를테면, 1970년 ‘무연고자로 오해받아 서울시립정신병원에 수용되는 일이 있었다는데, 당시 지인들은 갑자기 사라진 천시인이 죽었다고 생각’했다지요. 그리하여 그분의 유고시집을 발표하는 해프닝까지 일어났습니다. 그 때 발간한 유고시집이『새』입니다. 그런데, 천 시인을 두고 ‘기인’이라 한 여김은 대개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도리어 그 여김은 감히 근접할 수 없는 초연함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겠지요.
아니, 웬 천상병 타령이냐고요? 글쎄요…. 읽던 시집을 뒤적이다 그분 생각이 났습니다. ‘읽던 시집’에 이런 시가 있더군요.
“누구도 핍박해본 적 없는 자의
빈 호주머니여
언제나 우리는 고향에 돌아가
그간의 일들을
울며 아버님께 여쭐 것인가”
김사인의『코스모스』라는 시입니다. ‘빈 호주머니’와 ‘고향에 돌아가…울며 아버님께 여쭐’모습에서 천 시인이 떠오른 것일까요?
한 숨 거른 뒤, 떠 올린 그 모습에 우리 주님을 맞추어 봅니다. 딱 들어맞습니다. 천 시인이 예수님 모습은 아니라 해도, 예수님은 저 시인의 모습과 다름없어 보입니다. 글쎄요. 그래야 할 텐데요. 내가 예수님과 같이 살 수는 없다 해도, 내 모습 속에 주님의 그림자는 어리고 서려야 할 텐데요. 그러기에는 내 호주머니가 너무 욕심 좋게 불룩한 것은 아닌지, 괜시리 저고리 안 주머니에 손 한 번 넣어 봅니다.
이창순 목사(서부침례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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