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답게 산다는 것
“나한텐 심각한 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어. 나한테 나는 없어.”
한때 촉망받는 작가였으나 아내가 세상을 떠나면서 장애를 가진 아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고 있는 ‘제이크’. 그에게는 선천적인 장애로 평생 휠체어에서 생활하며, 의사 전달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17세 아들 ‘조이’가 있습니다. 모든 일상생활에서 늘 조이를 돌보아야 하는 제이크의 일상은 힘겨워 보이지만, 아들을 사랑하는 좋은 아버지입니다.
“태어나는 모든 아이는 완벽한 존재다.”
매일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조이의 시선에서, 제이크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제 곧 성인이 되는 자신을 보살펴주는 아버지의 방식에 점점 불만을 가지고, 제이크 역시 최근 아들이 보이는 신체적 변화와 돌발행동들에 당혹스러움과 걱정이 많습니다.
서로를 사랑하며 아끼는 둘이지만 이들 부자는 서로에게 비밀이 있습니다. 제이크에게는 오랜 시간 만남을 이어온 연인 로빈이 있고, 조이는 친구 라우디와 아버지로부터 독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지요. 조이와 떨어져 지내는 것이 불안한 제이크는 독립 문제로 조이와 다투게 되고, 그러다 불쑥 들이닥친 불행으로 이들의 관계는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맙니다. 과연 이들 부자와 주변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를 어떻게 보살피게 될까요.
연극 <킬 미 나우>는 캐나다의 유명 극작가 브래드 프레이저(Brad Fraser)의 최신작으로, 선천성 장애로 평생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이제는 어른이 되고 싶은 17세 소년 조이와, 전도유망한 작가였으나 아들을 위해 자신을 포기한 아버지 제이크가 겪는 갈등을 그리고 있습니다. 조이의 성장과 독립 문제로 갈등하는 두 사람과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 또한 평범한 개인이자 독립성을 지닌 존재임을 보여주며 장애인과 장애인 가정의 삶을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타인을 위한 삶’은 늘 고귀한 일로 여겨지지만, 그것이 생활, 일상과 맞닿아 있을 때는 커다란 딜레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작품은 가족을 위한 개인의 희생과 헌신이 극에 달하는 상황에서 ‘나’로서 존재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삶을 향한 인간의 의지, 그리고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런던에서 공연할 당시 성(性)과 장애, 죽음 등 쉽지 않은 주제에 대한 솔직하고 대범한 접근으로 극찬을 받았던 <킬 미 나우>는 장애를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로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배우들은 장애로 인한 신체적, 언어적 제약과 극한의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복잡하고도 날카로운 심리변화를 보여줍니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쉽지 않은 주제를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와 세련된 미장센으로 풀어내는 오경택 연출과 함께,날카로운 주제의식을 따뜻한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지이선 작가가 각색으로 참여했습니다. 또한 연극과 뮤지컬에서 활동하며 ‘연기파 배우’로 사랑받고 있는 이석준, 배수빈, 오종혁, 윤나무, 이지현, 이진희, 문성일 배우가 출연해 인물들의 팽팽한 긴장관계를 보여줄 예정입니다.
“나한텐 심각한 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어. 나한테 나는 없어.”
“태어나는 모든 아이는 완벽한 존재다.”
공개된 포스터에서는 이 두 마디의 대사가 교차하며 이 작품의 지향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몇 가지 고통스러운 질문들은 피해갈 수 없습니다. <킬 미 나우>는 인간의 욕구와 장애, 삶과 죽음, 사랑과 자유에 대한 또 다른 시선들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INFO
일시 : 2016년 5월 1일(주일) ~ 2016년 7월 3일(주일)
화-금 8시 / 토 3시, 7시 / 일 2시, 6시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작 : 브래드 프레이져(Brad Fraser)
연출 : 오경택
출연 : 이석준, 배수빈, 오종혁, 윤나무, 이지현, 이진희, 문성일
티켓 : R석 5만원 / S석 5만원
제작 : (주)연극열전
예매 : 인터파크 1544-1555
문의 : 연극열전 02-766-6007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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