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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돈'
사랑하는 이를 앞에 두고도 아닌 척해야 하는 상황, 사랑하면서도 사랑한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상황은 생각만 해도 마음 한편이 아려옵니다. 이런 상황이 짝사랑과 같은 이성 관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신앙생활에서 특히 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관심이 있고 사랑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아닌 척하거나 침묵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속내를 숨기곤 하는 대상 바로 ‘돈’입니다. 돈이 필요하고, 많은 돈을 원하지만, 교회에서는 그 마음을 들키지 않도록 조심합니다.
“성도들에게 ‘듣고 싶은 설교 주제’를 설문한 적이 있습니다. 다양한 답변이 나왔는데, 주제별로 분류해 보니 ‘돈’이라는 키워드로 묶을 수 있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p.10
『돈』의 저자 ‘손성찬’ 목사는 돈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믿음이 약한 사람, 그저 세속적인 몇몇 사람들만의 일이라 말하지 않습니다. 설문에 답한 사람들은 너무나도 평범하게 신앙생활을 하는, 교회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우리의 교우와 같은 사람들이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돈은 교회 밖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교회 안의 사람들에게도 지대한 관심거리이며 끊임없이 고민하는 고민거리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합니다. 다시 말하면 돈은 누구나 좋아하고, 돈으로 인한 고민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너나 나나 예외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단지 그 사실을 입 밖으로 표현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교회에서 돈을 이야기하는 것은 곧 신앙의 깊이를 드러내는 일이라는 암묵적인 기준 때문에, 그로 인해 입 밖으로 돈을 말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말은 교회 공동체에서조차 돈은 어떤 존재인지를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될 것입니다.
“즉 ‘돈은 도구일 뿐이고, 그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은 사실 기독교 신앙과 관계없이 부에 대한 건강한 철학을 가진 이들이라면 동일하게 주장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그와 같은 인간적 지혜에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돈이라는 도구의 최종 주인이 ‘하나님’이라는 사실, 그래서 그 사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진정 돈이 도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사실에까지 말입니다.” p.34-35
저자는 성경에서 말하는 돈의 의미를 분명하게 합니다. 돈은 도구이고, 주인은 하나님이라고 말입니다. 이러한 정의가 분명하게 이루어질 때 돈을 대하고 태도가 달라지며, 돈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바른 방향 곧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이 주신 도구를 바르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의 ‘주인은 하나님이십니다’라고 말하지만 내심 돈은 ‘내 것’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있는 길은 온전한 믿음,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바르게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것이 핵심이며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합니다.
저자는 누가복음을 중심으로 돈과 관련한 예수님의 말씀을 다루고 있습니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 “삭개오 이야기”, “옳지 않은 청지기”, “부자와 나사로” 등 너무나 익숙한 성경 구절을 통하여 돈을 대하는 태도, 소득, 지출 등 현실적인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각 장의 마지막에 있는 ‘나눔 질문’을 통하여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찾아볼 수 있도록 했으며, ‘하나님 앞에 드리는 다짐’의 기도문을 통하여 결심하고 결단하는 기회를 만들도록 했습니다. 돈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행동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구성은 현실의 문제 앞에서 고민하는 교인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보편적인 성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고 저자는 밝힙니다. 그렇기에 성경이 말하는 의미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쉬운 말과 친절한 설명으로 이야기합니다. 초신자나 신학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인도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욕망과 세상의 부추김에 흔들리지 말고, 심지어 사회가 합법이라고 규정한 수단이나 방식조차도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에 맞추어 다시 한 번 돌아보고 확인하길 바랍니다.” p.242
저자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책을 마무리합니다. 결국 돈이라는 도구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을 바르게 세울 때 선한 수단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비단 돈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모든 것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바르게 세우지 않는다면 허락하신 의도와는 다르게 왜곡되고 변질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손성찬’ 목사의 『돈』은 현실의 문제를 앞에 두고 고민하는 그리스도인들의 눈을 조금 더 넓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교정하며, 바른 정체성을 세우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신앙과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 애쓰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한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김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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