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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기의 아름다움
모세오경의 마지막 책인 신명기는 ‘말씀을 반복한다’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그 반복되는 말씀은 출애굽 2세대를 향하고 있습니다. 광야에서의 반역으로 출애굽 1세대는 가나안에 이를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흘러 이제 시내산 언약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새로운 세대가 가나안을 눈앞에 둔 모압평지에 서 있습니다. 모세는 그곳에서 새로운 세대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다시 들려주고 있습니다.
신명기에서 모세는 세 번의 설교를 합니다. 첫 번째 설교(1:1-4:43)에서 모세는 새로운 세대 앞에서 출애굽 이후 40년의 역사를 요약합니다. 과거를 돌아보며 모세가 새 세대에게 잊지 말고 기억하라고 강조하는 것은 하나님의 규례와 법이었습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교훈은 장소와 시간을 불문하고 의미가 있습니다.
두 번째 설교(4:44-8:68)에서 모세는 하나님께서 명령하시는 규례와 법을 반복합니다. 그리고 부모 세대의 실패와 불순종을 다시 돌아봅니다. 과거를 무시하는 것은 미래를 향하는 바른길이 아님을 배웁니다. 그 후 가나안 입성 이후의 삶, 미래의 이야기로 진입합니다. 이 부분에서 예배와 관련한 여러 규례, 십일조, 면제년, 절기, 재판, 도피성, 사회생활 등과 관련된 내용을 다룹니다. 그리고 공동체의 의식에 관한 규례(27장), 순종과 불순종에 따르는 축복과 저주에 대한 내용(28장)이 이어집니다.
세 번째 설교(29:1-30:20)에서 모세는 앞의 내용을 다시 한번 당부합니다. 지난 세월을 경험한 아버지의 마음일 것입니다. 그리고 여호수아가 후계자로 세워지는 내용, 칠 년마다 율법을 함께 읽으라는 명령(31장), 모세의 노래(32장), 모세의 축복기도(33장) 그리고 모세의 죽음(34장)에 대한 기록이 나타납니다.
신명기의 의미를 ‘새로운 희망’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전 세대의 실패로 역사가 마무리되지 않고, 새 세대에게 다시 말씀이 반복되는 것은 새로운 삶의 기회를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렇게 시내산 언약이 계속됩니다. 그들은 가나안 입성 이후 언약 백성의 정체성을 가지고 부모세대의 실패를 반성하며 구별된 삶을 살아갈 기회를 다시 얻었습니다. 그러나 약속의 땅으로 들어갈 시간이 되었지만, 이제 모세와 동행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에게 하나님 같았을 모세의 부재는 또 다른 도전이었을 것입니다.
소위 MZ세대로 불리는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을 바라봅니다. 그 이후의 어린 세대도 함께 보입니다. 그들의 얼굴에 빛나는 싱그러움과 별개로 그들이 살아갈 이 땅은 그렇질 못합니다. 온 세상이 이기주의, 각자도생의 기류에 휩싸여 있습니다. 신냉전의 기류가 엄습해 옵니다. 부모 세대도, 다음 세대도 이렇듯 새로운 도전 앞에 놓여있습니다. 이 시대의 부모 세대는 하나님의 말씀을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반복할 수 있을까요? 또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의 실패를 어떻게 이해하고 그들의 당부를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신명기를 묵상하며 함께 질문해 보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어느 때라도 ‘희망’이라는 다음 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신명기라는 책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아름다움이기 때문입니다.
이길승 ([사]WAFL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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