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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의 아버지를 불러내다
심리학에서 자주 언급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개념은 아들과 아버지의 적대적 운명을 담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인간의 욕망과 운명 그리고 선택의 문제를 응축한 이 신화는 오래도록 문학과 연극에서 다양한 해석을 낳아왔습니다. 국립극단(단장 겸 예술감독 박정희)은 이번에 신화의 출발점에 서 있던 인물, 오이디푸스의 아버지 라이오스를 무대 위에 세우며 고전을 새로운 시각에서 풀어냅니다.
독일 극작가 롤란트 쉼멜페니히의 작품 <라이오스(Laios)>가 국내 초연으로 무대에 오릅니다. ‘안트로폴리스 5부작 ANTHROPOLIS’의 두 번째 무대인데, 국립극단 2025-2027년 3개년 기획 “현존과 좌표”의 대표적 작품이기도 합니다. ‘연극은 인간 삶에 대한 서사이자 존재의 재현’ 이라는 기획 취지 아래, 실존, 욕망, 자유의지, 공동체적 본성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다섯작품 중 하나입니다. 팬데믹 시기에 집필된 만큼, 해체된 공동체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재탐구하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작가 쉼멜페니히는 2024년 인터뷰에서 “연극은 사람들이 다시 도시에 모이는 과정을 가능케 한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로운 인간이 맞닥뜨리는 비이성적 질문에 주목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라이오스>는 기존 신화에서 주변에 머물렀던 인물을 서사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것이 특징입니다. 작품은 왕이 사라진 테베에서 라이오스가 시민들에 의해 왕위에 오르는 순간부터 시작합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죽일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에도 불구하고 아내 이오카스테와 아이를 갖게 되는 과정이 그려지며, 결국 비극의 기원이 무대 위에 드러납니다. 케밥 가게, 오토바이, 인스타그램 같은 현대적 장치들이 고대 서사에 끼워 넣어져 신화는 전설이 아니라 동시대 현실과 맞닿은 이야기로 변주됩니다.
각색과 연출은 극단 신세계의 김수정이 맡았습니다. 김수정 연출은 <생활풍경>, <공주들>, <파란나라> 등에서 사회적 모순을 드러내며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연극을 만들어온 창작자입니다. 이번 무대에서도 신화를 낯선 고전으로 두지 않고 관객이 오늘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재구성했습니다.
무대에는 배우 전혜진이 단독으로 오릅니다. 그는 라이오스를 비롯해 이오카스테, 예언자 피티아, 테베 시민 등 여러 인물을 오가며 서사와 인물을 동시에 이끄는 이야기꾼으로 무대에 서게 됩니다. 서사시, 대화, 독백을 넘나드는 다성적 텍스트를 오롯이 한 명의 배우가 소화하는 형식은 관객에게 밀도 높은 몰입을 기대하게 합니다. 영화 <헌트>, <리볼버> 등으로 대중에게도 익숙한 전혜진은 이번 무대로 10년 만에 연극에 복귀해 기대를 모읍니다.
무대미술은 2024 동아연극상 무대상을 수상한 임일진이 맡았습니다. 국립극단은 [안트로폴리스 5부작] 전체가 ‘테베’라는 공간으로 연결되도록 구상하고 있으며, <라이오스>는 그 세계관 속에서 개별적이면서도 전체적인 맥락을 공유하는 무대가 될 예정입니다.
독일 초연 당시 <라이오스>는 “고대 신화를 현대적으로 변주한 신선한 해석”이라는 평가와 함께 2024년 ‘올해의 작품상(Stück des Jahres)’을 비롯해 여러 상을 수상했습니다. 국내 초연은 한 인물의 선택과 욕망을 따라가며 고대 비극의 출발점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입니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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