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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K-히어로가 나타났다
K-컬처의 인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많은 설화적 이미지와 인물들이 재조명되고, 우리의 옛것이 다른 문화권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는 콘텐츠임을 여실히 증명하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K-히어로의 대표주자, 이 인물이 재조명되는 것이 더없이 반갑습니다.
조선 중종 시대 실존 인물 전우치. 기이하고 신비로운 행적이 설화로 전해져 내려오는 그는, 오랫동안 민중의 상상 속에서 권력에 맞선 풍자와 해학의 상징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서울예술단은 신작 창작가무극 <전우치>를 선보이며, 이 낯설지만 친숙한 이름을 무대 위에서 다시 불러냅니다. 부패한 권력을 응징하고 백성을 구제했던 전우치의 이야기는 음악과 춤 그리고 마술을 결합한 총체극으로 재창조됩니다.
작품은 신과 인간, 요괴와 신령이 공존하던 신화적 세계에서 출발합니다. 평화로운 마을 장자골에 일어난 대화재 그리고 불사의 복숭아 ‘반도’를 훔친 전우치. 그의 행위는 신들의 분노와 추격을 불러일으키고 염라대왕, 구미호, 스승 서화담, 옥황상제까지 나서며 갈등은 확장됩니다. 결국 천상의 재판대에 선 전우치는 진실을 밝히고 세상의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단순한 영웅담이 아니라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서사로 확장됩니다.
극작과 작사를 맡은 경민선은 <손 없는 색시>, <단오지향> 등에서 깊이 있는 여성 서사와 대담한 상상력으로 주목받아 왔으며, 이번에도 전통설화를 입체적 캐릭터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작곡은 황호준이 맡아 전통 장단과 현대적 사운드를 결합한 독창적 음악 언어를 선보입니다. 연출은 <쓰릴 미>, <아랑가>, <렛미플라이>의 이대웅이 맡아 초현실적 세계관을 현대적 무대 미학으로 구현합니다. 안무는 정보경, 매지컬 씬 디렉터는 세계적인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이 참여해 무대 위 환상의 이미지를 극대화합니다.
전설적인 K-영웅의 재해석을 위해, 전우치 역에는 서울예술단의 이한수 단원과 그룹 하이라이트의 손동운이 더블 캐스팅되었습니다. 두 배우는 압도적인 존재감과 섬세한 감정 연기를 동시에 펼쳐낼 예정입니다. 스승 서화담 역은 단원인 최인형 배우가 맡아 전우치의 성장을 이끄는 지혜로운 인물을 구현합니다. 구미호 역에는 무용 실력과 표현력을 겸비한 이은솔 단원이 도전하며, 옥황상제 역은 금승훈 단원이 맡아 극의 긴장감을 높입니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어우러져 영웅의 서사와 그 이면의 갈등을 입체적으로 드러냅니다.
서울예술단은 국립예술단체로서 꾸준히 한국적 소재를 바탕으로 한 창작가무극을 선보여 왔습니다. <신과 함께_저승편>, <잃어버린 얼굴 1895>, <꾿빠이, 이상> 등 한국적 소재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작품들을 통해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시도를 이어왔습니다. 이번 <전우치> 역시 그러한 흐름 속에 놓여있으며, 익숙한 설화를 무대적 언어로 새롭게 재해석함으로써 한국 공연예술의 정체성을 확장하는 실험 무대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설화적 상상력과 무대 예술을 결합해 ‘한국형 슈퍼 히어로 공연’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합니다. 아날로그적 무대 미학과 동시대적 감각을 동시에 담아낸 이번 무대는 정의와 권력, 인간의 욕망이라는 오래된 주제를 관객에게 다시 묻습니다. 무엇이 정의인가. 진정한 영웅은 누구인가. <전우치>는 재미와 화려한 볼거리 안에서도 보편적 영웅성의 조건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시간을 선사할 것입니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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